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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괜찮은 척, 멋진 척, 강한 척

by 김영찬

우리는 종종 ‘괜찮은 척’, ‘강한 척’, ‘여유 있는 척’을 하며 살아갑니다. 상황을 모면하거나 상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인 행동입니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방어일 뿐,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더 지치게 만들고 진짜 감정을 외면하게 합니다. 진심을 숨기고 살아가는 삶은 자존감을 갉아먹고 관계를 흔들어 놓고, 결국 자신조차 자신을 믿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 글은 왜 우리가 ‘척’ 하지 말아야 하는지,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손해를 가져오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1. 감정을 감추면, 마음도 멀어진다.

온전히 진실된 말만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비즈니스, 사회적 위치 등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감춰야 할 때가 있죠. 그렇다고 매번 숨기기만 한다면 마음속 어딘가에 고독과 슬픔이 쌓이고 있을 겁니다. 비즈니스 관계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인간관계에서 어떨지 보겠습니다. 결국 이것이 비즈니스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인간은 어떤 집단에 소속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동물입니다. 약 30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들이 매머드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집단을 형성해 같이 싸워나갔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집단에서 주는 안전감이 소속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불안감을 해소해 줍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본능적으로 집단을 형성하려 하고 그 집단에 소속되는 것을 원합니다. 그럼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오랜 기간 동안 소속감을 느낄 수 있죠. 그러기 위해 감정의 교류는 필수죠. 감정이 오가지 않는 관계는 언제든 쉽게 무너지게 되어있으니까요.


내 감정을 숨기고 그들과 관계를 이어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단기적으로 괜찮을지 모르지만, 결국 서로에게 부정적 영향만 남을 겁니다. 답답함과 상처가 쌓여 언젠가 폭발합니다. 나도 그렇고, 이걸 해결하려는 상대방 입장에서도 말하지 못하면 알 수 없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조차 없죠. 결국 둘 중 먼저 지치는 쪽이 관계를 끊게 됩니다. 이런 경험 정말 많으실 겁니다. 이제는 그러지 말자고요.


2. 자존감이 무너진다.

위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 후에 주변을 봅니다. 아무도 없거나, 관계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만 남죠. 이때 회피가 가장 쉽습니다. 그렇게 사회와 단절되어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모습을 돌아봅니다. 너무나도 처량하고 외롭기도 하죠. 이렇다 할 성과도 없는데 주변에 남은 것도 없습니다.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오고 자존감은 바닥을 칩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의지조차 없고, 무력해지며 또 회피를 하게 됩니다. 악순환이 시작이죠. 그러다 우연히 만난 누군가에게 그동안 받지 못한 소속감, 안정감 같은 감정에 집착하게 됩니다. 결과는 뻔하죠. 그래서 너무 힘들지만 이겨내야 합니다. 너무 어렵지만 해내야 합니다.


3. 상처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얼마 전 ‘주관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문상훈 님의 “뜨거운 거를 잘 만지는 편이세요?”라는 질문에 최강록 셰프님은 답합니다. “잘 만지는 게 아니라, 잠시 순간을 참을 수 있을 만큼의 피부가 두꺼워진 거죠. 하지만 여지없이 뜨거운 건 뜨거워진다.”


‘척’해서 얻게 된 고난과 상처의 악순환은 굳을 살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성이 생겨 무뎌질 뿐, 아픈 건 똑같습니다. 이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끊어내는 과정이 귀찮고, 힘들고, 어려운 것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루게 되고 결국 회피하는 선택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살이 가까워질 때까지 그렇게 살죠. 오늘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은 그 결과를 미리 알려드렸으니 깨달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때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맙시다. 이 불행의 시작이 뭐였나요? 괜찮은 ‘척’하는 거 아니었나요? 그거부터 없앱시다. 괜찮은 척, 강한 척하지 말고 솔직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진실되게 받아줄 수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해 봅시다. 그다음은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잘하실 겁니다. 그 악순환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굴러가는 선순환으로 바뀔 겁니다. 이제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선순환의 고리를 키워나갈 수 있는 곳에 노력합시다.


‘척’은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리를 외롭게 만들고 무너뜨립니다. 감정을 감추며 맺은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며, 끝내 상처에 무뎌진 채 살아가게 만듭니다. 더 늦기 전에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제는 솔직한 나로 살아갈 용기를 가질 시간입니다.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관계,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우리는 더 단단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척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성장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삶,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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