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celli Espresso에서 든 생각

호주 퍼스, 2022년 여름

by 연의 창가

어디서든 쓸 수 있었던 글에 조건을 붙이느라 기억해야 할 순간들을 담아두지 못했다. 그 순간들은 어딘가로 흩어져 이제는 손이 닿지 않는 곳을 부유하고 있겠지.


나는 오랜 여행에서 삶을 공포 속에 놓이게 했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웠던가? 그건 영원히 배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깊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빛을 마주한 기억이 몇 조각 더 생겼다.


요새 많이 먹어서 뚱뚱해지고 있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불현듯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보통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살이 많이 빠지고 제일 마른 상태가 된다. 요새 내가 잘 먹고 있다는 건 내 마음이 편하다는 뜻일테니 그럼 그거대로 또 감사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아주 짧은 한 줄이라도 적어 내리면 그 순간은 내 삶의 앨범 속에 한 장으로 넣어둘 수 있게 된다. 그걸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핸드폰이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는 이 작은 물건을 훌륭한 일에 쓰고 싶다면 나에게는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훌륭한 문장을 고민하다 보면 많은 문장을 쓸 수 없게 된다. 생각해보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훌륭한 문장도, 바른 순서를 가진 깔끔한 한 쪽의 글도 아니다. 기록에는 그 순간의 온전한 내가 필요하다. 그걸 담아냈다면 그 자체로 완전해진다.


오늘 내가 본 아름다운 것.

바람에 흩날리는 갈색 머리칼이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이던 것.

서로에게 기대어 팔을 꼭 끌어안은 채 다정히 걷던 사람들.

두텁게 펼쳐진 구름 사이로 햇빛이 가득했던 것.

카페 발치의 화분에 초록빛 나뭇잎이 가득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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