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by박광우

머리가 덥수룩하게 길어서, 매번 가는 단골 미용실 말고 가격이 반값 조금 안 되는 곳에 갔던 오늘이다. 보통 머리를 자를 때 내 입맛에 맞게 요구를 하다 보면, 어느샌가 바보가 되어있어서, 네 안에 나를 던진다는 마음으로 긴 말없이 눈을 감고 머릴 잘랐. 다 자르고 셀프로 머리를 감 고나니, 그럭저럭 참작이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우연히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거울 안에서 바라본 내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하핫.. 머리가 딱 그 정도가 아니라, 나란 사람이 딱 그 정도의 가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다음 달엔 이번에 간 곳이 아닌 그 보다 조금 더 주 더는 곳에 가볼까 싶다. 그래봐야 줄곧 가던 곳의 반값이기에.


머릴 자르려고 기다리는데, 나보다 앞선 분들이 부자지간이더라. 딱 봐도 60대 후반쯤 되는 아들의 아버지였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머리가 새하얗게 질려 있는 걸 보고 그러고 거울 속의 그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엔 고집이 얼굴에 쓰여있었는데,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더라.

저 고집이 저분을 지금까지 살게 한 게 아닌가라고 말이다. 머릴 자르고, 거울 속의 누군가를 보며 든 생각을 기록하는 오늘이로구나! 그리고 나도 몰랐는데 생각보다 많이 늙었더라. 어허.. 이런


© 2025 에리기. 마음속 생각을 담은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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