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by 박광우

어제였던가? 생각만 했던 일에, 누군가는 행동하는 모습에 비록 한시적이고 선택적인 행위이더라도,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네. 우연히 오전 미사를 보러 가는데,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나 어릴 적에 한 창 하던 벽에 판박이 스티커를 붙이던 순간이 생각이 나는 빨간 벽돌로 된 낮은 담벼락 앞에 난쟁이 의자에 앉아 덜덜 떨면서, 언제 올지도 모를 손님을 기다리시길래. 난 내가 할 수 있는 화살기도로 얼른 팔고 들어가시길 기도했는데, 미사가 끝나고 되돌아가는 길에 보니 누군가 산타클로스와 썰매가 그려진 컵홀더가 감싸고 있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연로하신 어르신에게 건넨 것인지, 커피를 마시고 계신 모습에 화들짝 놀랐던 순간이었네. 누군가는 나처럼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고, 선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생각에, 나도 비록 일시적이고 선택적인 행위 이겠지만, 다음엔 화살기도로만 그치기보단 털장갑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무언가로서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하네. 이 생각을 한 어제의 오전을 떠올리며 글을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는 오늘인데, 아마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할아버지가 할머니 대신에 나오신 게 아닌가 싶다. 나도 일을 쉰 지 오래돼서, 마음의 여유가 없던 차였는데, 누군가는 그분에게 생각만으로 끝났던 순간에 따스함을 나눴구나란 생각에 감사함과 동시에 나도 좀 더 적극적인 나눔을 다음엔 실천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내가 가진 것에서의 작은 나눔 일지더라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다면 말이지. 정기후원은 힘들겠지만, 누군가가 나눈 따스함 정도로 추운 날 목장갑을 사다 드릴 수 있는 정도의 나눔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네. 부디 그 노부부가 따뜻한 아랫목에서, 추운 겨울날 손수 다듬은 야채거리를 팔지 않아도, 웃으며 이 추운 겨울을 배불리 지낼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화살기도로 하루를 시작해 본다. 모르지 어쩌면 내가 이래서 겨울이 싫은 것일지도, 살을 에이는 추위에 고통받는 나보다 더 못한 이들도 있다는 걸 알기에. 봄과 초여름 그리고 가을 정도만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로구나. 그랬으면 해. 그러면 참 좋지 않을까. 나만의 이기적인 생각일 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프리카 난민도 참 불쌍하지만, 그런 곳에 정기후원을 하기보단 일시적이더라도 우리 주변의 취약계층들에게 꾸준히 즉각적으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닿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세상이 혼란스러워 삶이 힘들다 하여도, 따뜻한 커피 한 잔, 아니 목장갑 한 장이라도 나눌 수 있는 이들의 따뜻한 관심과 마음은 사라지지 않길 바라.


© 2025 에리기. 마음속 생각을 담은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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