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by 박광우

오전 6시 반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그전엔 어떻게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출근을 했던 건가? 잠시 멍한 상태에서 즉답이 나왔다. "돈 주면 하지"라고 말이다. 돈 벌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빠르게 씻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가다 보니 작업장에서 안전체조라고 했던가? '김 부장이야기'를 보다가 들어봤던 것 같다. 그 순간을 지나치는 두 어대의 차들보다도 더 빠르게 형광색의 조끼를 착용한 이들의 뒷모습을 렌즈에 담고, 또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번엔 잊고 있던 새벽공기의 향을 맡으며, 내가 단단히 미쳤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출근길 직장인들을 바라보다, 함께 걷다, 그러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호흡을 맞춰 걸었다. 그러다 보니 이내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서게 됐다. 그러고 보니, 이 시간대에 이곳에 와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영화시작 40분 정도 남기고, 나름 여유롭게 나왔다고 생각을 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처음엔 길게 줄지어있는 사람들을 보며, 무엇 때문에 줄지어 서있는 건지를 물으니, 내가 오늘 영화관을 이른 시간에 가게 된 이유를 실현하는 중이더라. 거기서 생각지도 못한 충격이 왔다. 나만 미친 게 아니었구나란 생각과 이러니 영화관이 망하지 않지라고 말이다. 물론 영화는 잘 보고 나왔지만, 내 손안에 한 움큼 남겨진 교훈이라 한다면, 오전에 잠을 포기하면서 까지 영화관을 가는 짓은 여기서 그만둬야겠다는 거다.

지난번 'F1' 때도 그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더 이상은 내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바타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한 번 본 뒤로 두 번째로 본 오늘이었다. 영화 제목이 '아바타: 불과 재' 였는데, 되돌아가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열을 올리고 영화관에 가서 재가 되어 돌아가는구나라고 말이다. 하하하핫. 누군가의 아바타가 된 것 마냥 온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가더라도, 나 스스로는 정신을 차려야겠단 생각이 든 금일 오전이다.


© 2025 에리기. 마음속 생각을 담은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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