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베트남01

우연의 연속(DAY 1)

by 에리기

안녕하세요 에리기입니다.

라오스 배낭여행의 여운이 채가시기도 전인 이듬해 2월(2016년) 저는 2주간 베트남 종단 여행을 다녀왔답니다.

베트남 여행의 시작은 라오스 여행과 동일하게 아버지의 배낭을 메고 미리 출력한 이 티켓(e-ticket)과 여권을 가지고 비엣젯 데스크에서 탑승 티켓을 받아 빠르게 제가 예약한 좌석에 앉는 걸로 시작이 됐다죠.

차이점이라면 두 번째 가는 여행이란 이유로 너무 여유를 부린 탓에 공항 검색대에서 탑승 게이트까지 쉼 없이 뛰어야 했어요. 그때의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이지 아찔했던 것 같아요.

일반석의 좌석 공간이 좁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뭐, 돈을 더 지불하면 될 일이긴 하지만 말이죠. 비록 좌석의 공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비좁았지만, 먼발치서 바라본 창문 밖의 구름과 하늘이 저를 위로해 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비행기의 고도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이르니, 예상대로 기내식이 나오기 시작했고요. 기내식은 항공권 예약할 때 이미 체크를 했던 사항이기에 가능했다죠. 저는 제일 평범한 태국식 볶음밥을 선택했어요.

뭐 이 정도면 충분하단 생각을 했어요. 제가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주식이 쌀인 국가에 가면 왠지 모를 동질감과 아시아인이라는 형재애가 생겨서였거든요. 태국음식을 주문했더니 방콕에서 종종 찾던 똠양꿍 맛집이 생각이 나네요.

기내식을 마무리하고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 국제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라오스와 마찬가지로 시내로 들어가는 차편을 미리 준비해 온 가이드북을 통해 살펴봤어요. 어쩌면, 신 투어 리스트를 찾으면 여행정보를 구하려나요. #1

비행기를 탄 기념으로 2만 동 짜리 물도 한 병 구입했어요. 그러고 잠시 눈을 감았더니 도착한

노이바이 공항이에요.

한국에선 내국인이지만, 이곳 베트남에선 외국인이기에 외국인 전용 선안에서 순번을 기다렸어요. 역시나 입국장엔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봐요.

그마저도 이국적이라서 담아보네요. 들뜬 기분을 감추기 위해 슬픈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이곳은 엄연히 사회주의 국가라는 생각을 하니 차분해지더라고요. 여행이어도 항시 긴장을 하며 경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련의 입국 과정이 순조롭게 지난 후엔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베트남항공사에서 운영하는 호안끼엠으로 가는 배차간격 30분인 셔틀버스를 유럽에서 오는 단체 관광객들을 기다렸다가 함께 올랐다죠. 휴대전화의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서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휴대폰의 배경을 보며 I can and I will을 되뇌었어요.

초행길이어서 숨죽이고 앉아 있었는데 때마침

옆자리의 영국에서 온 어떤 초빙교수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다리를 지나치며 사진을 담은 순간이에요.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시내에 들어오니 활기찬 현지인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어요. 베트남은 역시 오토바이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뒷자리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편하게 타고 가는 여인들의 모습이 신선해요.

예약한 숙소에 여정을 풀고,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시끄러운 숙소로부터 도망치듯 빠져나오니

프런트에 있는 매니저가 그래요, "하롱베이가 beautiful but very expensive."라는 말을 하며 바로 small size of Ha Long Bay인 Ninh Binh tour를 추천해요. 투어예약을 물었더니, 숙소 바로 옆 Green street Hotel에 가서 예약을 하라는 말을 전해 듣고 시끄러웠던 숙소를 나왔어요.

기존 숙소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인 조용한 호텔에 들어가니 한쪽 테이블에서 혼자 쓰디쓴 담배를 맛있게 태우고 있는 일본에서 온 20대 청년, 쇼타로라는 녀석을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눴어요.

빠르게 투어를 예약하고 통성명을 한 교토에서 온 쇼타로와 저녁을 먹으러 근처 이름 모를 식당에 들어가서 주문한 음식이에요.

둘이서 이따다끼마스와 잘 먹겠습니다를 서로 외치고 허기를 달래려는데, 옆자리에 동양인이 있어서 물으니 한국인이더라고요. 그래서 셋이서 즐겁게 저녁을 먹었어요. 혼자 먹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에요.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니 근처에 beer street가 있다고 해서 셋이서 맥주거리로 향했어요.

항상 큰 틀만 잡고 나면 나머진 여행 속에서 채워간다는 저의 생각대로 가는 게 우연일까란

생각을 했네요. 어쩌면 필연일지도 몰라라는 말을 떠올리며, 그렇게 우연히 만난 동양인 남자 셋이서 저녁을 먹고 그리고 맥주를 한 잔 마시자며 걷다 보니 도착한 마메이 거리예요.

동네 목욕탕에서 흔히 보았던 낮은 플라스틱 의자들을 바닥에 깔고 앉아서 맥주를 주문하는 모습이 상당히 친근하면서 이국적이었던 걸로 기억을 하네요.

오늘 처음 만난 동생들과 인연이라며 사진을 담고요. 저는 타이거 비어를 주문했어요. 어릴 적에

베트남 교민이었던 지인과 하노이에서 처음 마셨던 정말 깔끔하고도 시원했던 맥주가 타이거 비어였거든요. 여행을 오게 된 이유 중에 하나도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온 거니까요. 간간히 차와 오토바이가 지나치는 혼잡한 거리에서 저에겐 너무나도 친숙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술을 마시다 보니 기분이 참 오묘했던 것 같아요.

한 편으론 이 순간이 다시 찾아올까란 생각에 마음이 슬프더라고요. 술에 기대어 잠시 웃음꽃을 피우다 보니,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맥주를 종류별로 돌아가며 하나씩 마시다가, 하노이에 오면 하이랜드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말에 호안끼엠 근처의 하이랜드 쪽으로 자리를 이동했어요. 그러다가 또 우연히 혼자 한국에서 온 동생을 만났어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기념으로 동생들 셋에게 다 같이 포즈를 잡아보라고 주문을 하고요. 소중한 순간을 담은 사진은 후에 보내준다고 그랬네요.

여행 시작 전에 여행 중에 좋은 인연들을 만나서 즐거운 여행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는데,

그 응답을 들어주신 건 아닌가 싶어요.

호안끼엠으로 가는 길에 보니, 베트남 현지인들은 긴 팔에 긴바지를 입은 모습이 종종 보이더라고요. 이때가 2월 초인 데다 하노이가 북쪽에 위치했기에 살짝 가을 날씨였던 걸로 기억을 하네요.

아마도 동생들을 안 만났으면 가이드북에 나와있어도 굳이 맛집이나 핫플레이스를 찾아가지 않기에 그냥 지나쳤을 텐데요. 첫 숙소를 잘 못 잡은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건 아닌가 싶어요.

불현듯 하이랜드 커피 마크가 보이는 테이블에서 동생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차를 한 잔 대접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연한 만남에 대한 기쁨과 동시에 또다시 언제 만날지 모르는 항상 저에겐 낯설기만 한 이별을 따뜻한 차 한잔으로 대신하고 싶었거든요.

한국에서 온 동생 중에 한 녀석은 카메라를 들고 왔더라고요. 처음이라고는 하는데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이랜드 커피에서 내려다 보이는 분수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바이크들이 지나치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는 그 녀석을 담고 나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분명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엔 이 순간마저도 추억하게 되겠지라고요.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최초의 출발지인 닌빈 투어를 예약했던 호텔로비로 돌아왔어요.

참고로 아래 사진은 로비 벽면에 있는 그림이에요. 이때부터 전시회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처음 닌빈 투어를 예약하러 왔을 땐 참 어색하고 낯설었는데, 몇 시간 사이에 친해진 동생들과 함께 사진을 담으니 어느샌가 마음이 든든하더라고요.

내일은 볼 수 없어서 일까요..? 쇼타로를 제외하고 나머지 한국에서 온 동생들의 사진을 담아주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만나자마자 이별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쿨하게 보내야 하는데 항상 이별엔 익숙지 않은 여행자예요.

물어보니 다행히도 쇼타로는 며칠 더 머문다고 하네요. 첫 근무지에서 가르쳤던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또래인 조카뻘이 되다 보니 더 챙겨줬던 것 같아요. 저도 20대였던 때가 있었지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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