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난생처음 소설을 습작하기 시작했다. 나는 첫 소설 서두 부분 몇 페이지를 선생님께 제출했다. 그런데 이런 글은 하소연하는 수기이며 일기 수준이라고 된통 혼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계속 습작했다.
처음 소설을 접했던 순간이 생각난다. 나는 소설이 뭔지, 스토리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지, 플롯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리얼리즘 소설을 썼다. 문예사조도 모르고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현대 소설의 흐름도 모르는 햇병아리였다.
그런 와중에 등단을 했다. 몇 군데에서 그것도 같은 달에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일단 질러보라는 한 선배의 말에 아무 데나 응모한 것이 수상의 기쁨을, 등단의 저주를 부르고 말았다.
등단 방법은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신문사 신춘문예인데, 등단 과정이 화려하지만 등단 이후 스스로 문학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난관이 있다. 둘째는 지자체나 지역 문인협회에서 시행하는 문학상인데, 이는 지역 축제의 한 조각처럼 반짝하는 효과만 있어서 신춘문예와 마찬가지로 혼자 앞날을 헤쳐나가야 한다. 이는 등단 방법 중 가장 수준이 낮다. 상금이라는 보따리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마지막 방법이자 가장 권하고 싶은 방법은 문예지의 신인상 또는 추천을 받는 방식이다. 문예지 측에서 차후에도 작가를 관리, 도와준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가장 이로운 방법이자 명예스러운 길이다.
문예지의 순위를 밝혀본다.(객관화하려고 했지만, 사람에 따라 편파적으로 볼 수도 있다)
1. 문학과 사회(문학과 지성사)
2. 현대문학
3. 창작과 비평
4. 민음사
5. 문학동네
6. 자음과 모음
7. 문학사상
8. 문학의 오늘(은행나무)
9. 월간문학
10. 실천문학
아무 데나 내다가 덜컥 당선되면, 더 이상 신인이 아니다. 바람직한 등단의 길을 놓칠 수 있다. 나의 경우지만, 습작 7개월 만에 등단하고 나니 좀 더 좋은 방법이자 좋은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막무가내로 쓰던 초기와 다르게 하루에 몇 줄, 원고지 한 장을 채우기 급급하지만 쉬지 않고 쓰려고 한다.
소설이든, 詩든 아니면 희곡이나 평론이든 쓰려고 한다. 얼마 전 대학원에 진학하여 소설이 아닌 다른 분야의 글에도 관심을 갖고 저변을 넓혀간다는 면에서, 요즘 나는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느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