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책을 읽다가 문장 하나가 내 심장을 쿵 하고 울렸다.
"전락, 동물로, 그 다음에는 식물로 강등"
슬픈 울림에 눈물이 차올랐다.
주디스 루이스 허먼은 극단의 속박 속에서 파멸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피해자가 생존을 위하여 내적 자율성과 세계관, 도덕 원칙, 혹은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포기할 때...... 느낌, 생각, 주도성, 판단력 등이 폐쇄당한다. ...... '기계화' 된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에 관한 이야기였고, 가정폭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주디스 루이스 허먼은 또 이렇게 이야기했다.
"가해자들을 특정할 수 없었다. 그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
사람이 타인의 신체와 정신, 생각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순수한 악이 아닐까 하는데 생각이 미치며, 인간 안에 뿌리내린 악의 현존을 목격한 것만 같아서 이 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인류의 피할 수 없는 숙명에 암담함을 느꼈다. 자유란 소설적 상상에 불과한 걸까?
집 밖으로 나오니 겨울이 임박한 듯 쌀쌀한 공기가 웅크리고 있다가 갑자기 터져 나온다. 코 끝이 얼얼하다. 차가운 깨달음이 폐 속 깊이 차오른다. 발치에서 땅을 쪼던 비둘기들이 날아오른다. 힘찬 날개짓에 하늘이 열린다. 어제는 길 모퉁이마다 쌓인 낙엽 속에 잠들어 있다. 부서지고, 삭아서 거름이 되고 내일을 키우는 생명의 향연이 숨겨져 있는 풍요로운 죽음. 가는 길마다 이정표처럼 놓여 오늘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걷는 이들에게 부드러운 용기를 준다. 또한 타인을 목숨처럼 사랑한 예수와 부처, 문명을 연 철학자들, 제 자신처럼 서로를 사랑한 수 많은 연인들이 아직 나뭇가지 끝에 걸려 명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