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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모스 Dec 19. 2023

도를 알고 체득하는 학문을 하기로 한 사람

남명 조식 선생님  - 최석기 님 강의를 듣고 -


문명이 없는 남쪽 바닷가에 은거한 사람!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남쪽 어두운 바닷가로 옮겨 은거한 사람! 남명뜻이다.


'아카데미 남명' 8번째 이야기 '남명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최석기 교수님의 강의가 있었다. 겨울비가 온종일 내렸고 어둠도 내린 저녁에 젖은 우산을 받으며 온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한문학자 최석기 교수님을 뵈러 오셨고 당일 주제가 주는 무게도 한몫했을 것이다. 조식 선생님의 호 '남명'의 뜻도 몰랐고 강의 주제인 '남명학의 본질'은 더더욱 몰랐기에 누구보다 궁금한 마음으로 갔다. 부지런히 적어보리라 그러면 이해되겠지 했는데 정말 예상치 못한 시간이었다.


한문학자님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정말 쉽게 잘 들려왔는데 쓸 수가 없었다. 분명 알아들을 수 있는 한글로 말하는데 한자로 적으려 한 것도 아닌데 적을 수가 없는 것이다. 강의 시간이 한달음에 흘러간 것도 예상밖이었고 강의하신 분보다 질문을 더 어렵게 하는 사람도 신기다. 제대로 기록하리라 벼르며 참석했는데 네 쪽도 채우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작정하고 식탁에 앉아 교재를 펼쳤다. 읽어서 이해를 하고자 한 것이다. 한자는 괄호로 묶었고 한글로 차근차근 정리한 '남명학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글을 읽어가는데 우리말이 쉬운 것인지 설명을 너무 잘한 것인지 나도 모르게 소설을 읽듯 따라가고 있었다.


'성현의 학문'이란 '도덕을 추구하는 학문'이기에 남명 선생님이 '성현의 학문에 뜻을 두었다'라고 하는 말은 '도덕을 추구하는 학문 즉 도를 알고 체득하여 성현이 되는 학문을 하기로 하셨다'는 말이었다.


16세기 조선시대 사화가 빈번하게 일어나던 시절 남명 조식 선생님은 어느 날 '성리대전'을 읽다가 성현의 학문에 뜻을 두게 되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는데 잘 다가오지 않았었다. 그 성현의 학문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과거를 보지 않고 속세에서 글공부를 하고자 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교재를 읽어가면서 이해했다. 임진왜란이 났을 때 57명의 제자들이 사비를 털어 의병운동을 한 맥락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자 안회가 공자에게 '인(仁)을 물었는데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사욕을 극복해 물리치고 예로 돌아간다는 '극기복례'를 답했다. 그것은 극기복례가 인의예지신의 본성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명 선생님은 이 극기복례를 학문의 본령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렇게 눈 귀 입 몸으로 실천하는 '실천유학'을 이 땅에 새롭게 정착시킨 이라 한다.


그다음 남명 선생님이 생활 속에서 눈 귀 입 몸으로 본성에 위배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실험하고 경계하면서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게 노력하신 모습이 나온다. 진실무망의 경지인 성(誠)에 도달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노력한 모습을 읽으면서 나는 교재의 빈 곳에 이렇게 적었다. '대박이다' '정말 대박이다'라고.


아니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지. 어떻게 이런 분이 있었단 말인가. 아! 어제 수업을 좀 더 야무지게 들을걸. 미리 교재를 한번 보고 갔으면 귀에 더 잘 들어왔을까? 우와 정말 남명 선생님 공부 해보고 싶다.'




누구나 매 순간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 속에서 산다. 10대는 10대대로 20대는 20대대로. 50이 넘었다고 번민과 고난이 끝나지 않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번민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세대에 상관없이 들여다보면 결국 같은류의 고민들이다. 경쟁 비교 갈등 험담 같은 심성수양이 부족한 데서 오는 결과들이다.


남명 선생님은 일상에서 마음수양을 위하여 순간순간 일어나는 사욕을 극복할 수 있는 방도를 궁구하여 매일 실천하셨 한다. 그 8가지 일화를 읽고는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 일화 '밤새도록 물 잔을 두 손으로 들고서 의지를 강건하게 유지하려 하였다는 말처럼 나도 깨끗한 잔에 맑은 물을 담아 밤새도록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싶었다. 그렇게 의지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셨단다.


말을  삼가려고 일상의 공간 속에 '금인명'을 지어 붙여놓았는데 자신을 경계하고 깨우치기 위해 주시하면서 잊지 않으려 한 경구이다. 늘 착용하는 혁대에도 명을 써 놓 말을 조심하였으며(혁대명), 진실한 성심을 보존하기 위해 '좌우명'을 써 붙여 놓고 주시하였다. '성성자'라는 쇠방울을 차고 다니며 정신을 또렷이 하려 하였고 '경의검'이라 불린 칼을 지니고 다니며 마음에서 일어나는 사욕을 즉석에서 베어내려 했다. 그 칼자루에 '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은 경(敬)이고 밖으로 일을 처단하는 것은 의(義)이다'라는 8자를 새겼다. 네 명의 옛 성현의 초상을 그려 걸어놓고 본받고자 매일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신명사도'를 걸어놓고 매일 주시하며 성찰하고 극기하였다 한다.


글의 마지막 줄에 이런 당부의 말이 있었다. '오늘날 남명정신을 통해 우리가 재무장하고 재건설할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자신의 덕성을 계발하여 공정과 정의를 확보하는 일이다'라고. 공정과 정의를 확보하는 일. 자신의 덕성을 계발해서. 그렇게만 된다면, 그런 노력만 한다면 만 사람이 늘 노출되어 있는 치열한 번민과 고난 스트레스를 너끈히 물리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신명사도'라는 게 있었다. 마음을 다스리는 핵심적인 내용을 한 장의 도표로 그린 그림이다. 개인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그림이다. 임금이 사지에서 죽을 각오로 나라를 지켜야 하듯이 사람도 목숨을 걸고 마음을 기르고 살펴 사악한 데로 빠지지 않도록 해서 지선의 경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그림이다. 그 그림은 임금 태일군이 거주하는 집을 그려놓고 그 궁궐에 드나드는 성문을 목관 이관 구관이라 하였다. 이는 사람의 눈과 귀와 입을 의미했다.


신명사는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 태일군이 거주하는 집이다. 개인에 비유하면 신명 즉 마음이 머무는 심장이다. 임금이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현신을 등용하여 국정을 운영하는데 그 직책이 총재이고 그 이름이 경(敬)이다. 임금은 명덕을 밝히고 왕도를 펴 세상을 태평하게 하는 것이 임무이기에 천덕과 왕도 두 목표를 좌우에 제시했다.


사람이 수양할 적에 목관 이관 구관 이 세 관문으로 드나드는 마음을 잘 성찰하여 악으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남명은 이런 성찰을 적당히 하지 않고 100% 완전하게 하기 위해 주역 대장괘의 뜻을 취해 펄럭이는 깃발을 그려 넣었다. 대장괘에는 '예가 아니면 행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극기복례를 말한 것이다. (중략) 이 '신명사도'를 읽고 그 옆에 나는 '대박이다'라고 적어놓게 된 것이다.



'역서학용어맹일도도'라는 것도 있다. 주역 서경 대학 중용 논어 맹자에서 심성수양에 관한 요지를 뽑아 융합적인 시각으로 그린 그림이다. 서경 대우모에 인심은 오직 위태롭고 도심은 오직 미미하니 오직 앎을 정밀하게 하고 마음을 전일하게 해야 진실로 중용의 도를 잡을 수 있다'라고 한 것에서 '유정공부'와 '유일공부'를 중심에 두고 이 두 공부를 통해 진실무망의 성(誠)에 이르는 것을 도표화 한 그림이다.



'성도'는 중용의 대지인 성(誠)을 중심으로 성을 얻는 실천 방법을 제시한 그림이다. 중앙 원 안의 성을 중심으로 사방에 성을 얻기 위한 공부와 공효를 주역 대학 중용에서 뽑아 넣었다. 성은 유학에서 추구하는 천인합일의 경지로 그런 경지에 오른 분이 공자이다. 성도 중앙의 성은 남명이 추구한 궁극적인 목표라 다.


'신명사도'와 '역서학용어맹일도도' '성도' 모두가 남명학의 본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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