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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난 홍매화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by
사과꽃
Mar 9. 2024
참 특이하고 별난 봄이다. 매번 맞이했는데 올해는 왜 이런 느낌인지.
어느 날 불쑥 내 앞에 툭 떨어진 듯하다. 봄은 몰래몰래 와서 길가와 먼 산에 하얗게 매화를 피워 놓았다.
저녁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아파트 화단을 지나고 있었다. 붉은 매화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차츰 다가가며 보아도 온가지에 봉실봉실 매달린
흰 알맹이가
그득했다. 하얀 봉오리를 밀어 올리는
꽃받침이
바알 간 것이 홍매화 같았다.
새끼손톱만 한 것부터 엄지 만한 것까지 하얀 열매
같았다. 희고 붉은 모자 같기도 했다. 모자를 펑 터트린 놈도 제법 있었다. 그 작은 생명체를 보며
이렇게나
옆에까지 봄이 왔음을 절절이 느꼈다.
지나가면서, 약속 시간에 맞추느라 잰걸음으로 스치면서, 시선과 마음은 거기 붙들렸다. 울컥했다. 두 손으로 만져보고 그 꽃망울을 들여다 보고 사진도 찍었어야 했다.
같아 보여도 사실 봄마다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모든 봄이 다 새로 온 봄이었을 테니까. 보낸 봄이 참 많았다는 자각 때문인지 갑자기 온 봄에
데인게
분명하다. 이 시간이 너무 아까우니 말이다.
우리 부서에서 주관하는 교육 시작 전에 인사를 했었다. 100여 명이 안 되는 인원을 큰 강의실에 모셔놓고 인사말을 하는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수년간 같이 근무해 온 팀장급 직원들이 거의 시선을 내리 깔고 있는 것이다.
은근슬쩍 들으면서 시선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말하는 사람이 부끄럼 안 타려고 애쓰며 앞에 섰는데 듣는 사람들이 더 부끄러워하다니.
마이크를 든 사람이 달변가가 아님을 알고 하는
행동 같았다. 시선을
거두면
말을 편하게 하리라 여기나 보았다.
좀 바라봐 주었으면 싶었지만 또 그런 모습이 작은 감동이었다. 세대가 많이 바뀌고 젊은 층이 많아진 요즘 경력자인
그들의 참석도 감사한대 그런
행동에서 정이 느껴졌다. 대면대면 얼굴만 아는 그들과도
많은 봄을
맞이했다.
홍매화에 왜 울컥했을까? 그 자리에 왜 퍼질러 앉고 싶었을까?
새로 온 이 봄에 만나서
그런가
? 다시 만났다고
여겨서 그런가?
동료들의 작은 마음씀이 고마웠듯 그 나무에
올해도 찾아온
그
꽃이
고마웠을 것이다
.
사람은 가면 안 오는데 갔던 그 꽃이 온 듯했을 것이다.
새로 만난 홍매화를 보며
나도 몰래 흘러가는 시간을 인식했다. 이 찰나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계절이 주는 마법에 홀딱 반한 이유를
가늠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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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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