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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Nov 23. 2023

한결같이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

'어른 김장하'  영화를 보고 


한결같이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이지요. 단점이 없는 것이 그 친구의 단점이에요. 어떤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않고 남을 비난하지 않아요.


'김장하' 어른의 친구분이 하신 말씀이다. 지인들은 '그분을 말하다 보면 그냥 자기가 부끄러워진다'라고 했다.




경남 사천에서 처음 한약방을 열었고 10여 년 뒤 진주로 이사하여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했다. 60여 년을 운영하고 2022년 5월 31일에 문을 닫기까지 지인들의 말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진주의 유명 사립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여 터를 잡은 후에 국가에 헌납하신 분이 '김장하' 어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 대학생에게 학비를 대고 성장하여 찾아오면 나에게 고마워하지 말라고 고마움이 있다면 이 사회에 갚으라고 하셨다. 그 어떤 인터뷰도 응하지 않아 수십 년간 취재했던 '김주완' 기자님의 담화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진주의 환경운동연합회 첫 고문이었고 형평운동의 터를 닦았으며 오갈 데 없는 여성들의 쉼터도 세웠다. 백정의 신분 철폐를 외친 평등운동인 형평운동이 100주년을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별, 남녀차별, 지역차별, 노인차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넘치는 현재의 모습에 대하여 사회자가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다시 또 시작해야지요. (알려야지요)'라고 하시던 그 얼굴이 떠오른다.


아픈 사람에게서 번 돈이라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었고 사회에 환원했다는 말씀과 그렇게 사는 동안 스스로 진 무게감이 느껴져 슬펐다. 


지역사회 곳곳에 선생님이 지원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지방지 '진주신문'을 수년간 지원했음에도 결국 폐간된 일에 대하여 '사회가 무서운 데가 있어야 하는데'란 말로 바른 소리를 할 지역 신문 '진주신문'의 폐간을 아쉬워하셨다. 장학금을 받은 사람의 정확한 통계가 없다고 한다. 기록을 하지 않았으니 그렇단다.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어떤 이의 말에 '사회는 평범한 사람이 지탱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평생 차도 없이 걸어 다니시고 속지가 다 해진 웃옷을 입으시고 한약방의 의자도 방석도 찻잔도 1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용하셨던 분. 그 어떤 것도 내세우지 않고 늘 구석진 자리에 앉고 말씀이 없는 분이셨다. 그 당시 약을 짓는 직원들의 월급은 다른 곳의 3배 정도 많았단다. '남성당한약방'의 마지막 진료 날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을 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흐뭇하죠!' 하셨다.


그런데 이런 분에게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전화로 극단적인 비방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선생님이 그렇게 사는 게 힘들었겠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분을 말하는 게 그저 부끄럽다'라고 절절하게 고마워하는 이도 있었다. 


정작 본인은 '화를 낼 필요도 없었고 묵묵히 참고 견디는 거죠'. '살아오면서 힘이 된 것은 비교적 깨끗하게 살아왔다는 것, 그것이다.'  '나를 그냥 봐주기만 하면 된다. 칭찬 말고 나무라지도 말고' 하셨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오른 뒤 '쿠키영상'이 나온다. 외국의 유명 보험회사에서 주는 상이 있는데 선생님을 추천해 보겠다고, 그 상은 사회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것인데 상금이 1억 정도 된다고 하자 선생님은 단번에 거절하신다. "반대다, 줬으면 그만이지 받을 거 없잖아" 하셨다. 선생님은 그런 분이셨다. 




영화에서는 '젊은이들이 닮고 싶어 하는 분이 '어른'이 아닐까' 하는 말이 나온다. 문득 '어른'의 뜻이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다 자란 사람, 자기 일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 만 스무 살 이상인 사람, 지위나 나이 항렬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결혼한 사람'이라고 되어 있었다. 


한 때 부모가 다 돌아가셔야 어른이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제 하나를 더 깨닫는다. '어른'은 '성인'에 가까운 사람일 것 같다. '어른 김장하'는 그런 분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모든 사람이 길이 우러러 받들고 모든 사람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 '어른 김장하'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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