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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모스 May 02. 2024

하고 싶은 말 제대로 다 하기 위하여


밥 먹듯이 하고 사는 말을 제대로 하려고, 어떠한 상황에서든  생각을 마음껏 설명하려고 사람들은 스피치를 배운다고 했다. 결국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잘 말하기 위해서다. 일부러 소그룹을 만들어 서로 말하기를 들어주고 용기를 주고받는다. 모두가 어떤 밥상이 차려졌을 때 제대로 그 밥을 먹어보려고, 제대로 말을 잘해보려고 그리 할 것이다.  




10여 년 전 모 부서에 근무할 때다. 직원들끼리 하는 점심밥 계에 그 당시 부서장이 같이했다. 바쁜 일정으로 자주 올 수 없음에도 직원들이 내는 밥값을 다 내고 함께했다. 회식이나 점심 식사 때 틈이 나면 돌아가며 한 마디씩 하게 했고 부서장이라고 본인 말이 길지도 않았다. 단체 자리에서 말할 기회가 적은 젊은 친구들에게 말할 기회를 준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 당시의 멤버들은 유독 그 어른을 따랐다.


얼마 전 지인이 부르는 모임에 갔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전문가들의 자리에 초대받은 것이었다. 늦게까지 이야기가 길었는데 마음은 불편했다. '제 할 말은 제때에 치고 나와야 한다'던 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주장이 뚜렷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아무 주장도 없는 사람 같았다. 초면이기도 하고 듣는 걸 좋아해서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할 말이 많아 보였시간도 부족한 것 같았다.


아침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앞에 있는 사람이 말을 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아닐까?' 옛날의 그 부서장처럼 말이다.


최근 '김창옥'이라는 강사가 진행하는 프로를 다. 참여자들의 질문을 차례로 공개하고 그에 대해 강사가 처방하 듯 말을 하고 있었다. 참석한 모두가 내용을 공유하고 강사가 는 말에 공감하며 나누는 그 프로는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이제는 강사들도 한 주제를 가지고 혼자 강연하는 게 아니라 참석자들과 주고받는 대화를 하는 것이다.

  



말을 제대로 하는 것은 언제나 숙제였다. 아주 어린 날부터 발목을 잡은 것은 음성이었는데 부모님과 오빠는 내 목소리를 늘 지적했다. 어리광이 받혔다고 했고 발음이 명확하지 않다고도 하여 늘 말을 줄였다.


대학생이 되고 어느 날엔가 카세트테이프에 내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보았을 때는 더 자신감을 잃었다. 말을 하면서 듣던 내 목소리와 딴 판인 것이다. 그러다가 직장에서 팀을 상대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말하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셋 마주 보고 하는 말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면서 여럿 앞에 서면 말문이 막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이라는 게 사람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사람들을 대면하자면 말을 해야 하고 귀한 사람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주제를 끌어가야 할 상황이라면 말은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혼자 노력을 많이 했다. 스피치 수업을 처음 시작한 것이 10여 년 전쯤이고 이어서 집중 강좌도 들었고 개인 수강도 했었다. 간혹 말하기보다 말 내용 채우는 수업이어서 의아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잘 말하기 위한 과정이겠거니 했었다.


이론은 지금도 기억난다. 3분 스피치든 5분 스피치든 말할 기회가 주어지면 먼저 '감사함'으로 시작한다. 그다음 자기소개 인사말을 하고, 세 번째는 참석한 사람들의 참여를 칭찬하고 네 번째는 그 모임에 대한 덕담과 소감을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다시 '감사함'으로 마무리하라고 했다. 이런 규칙을 욀 수도 있으면서 정작 잘 차린 밥상이 주어졌을 때 말 할 자리에서는 오락가락한다.


그 이유가 뭘까를 자주 생각해 봤다. 욕심 때문이 아닐까. 한걸음 두 걸음이 모여서 길을 떠날 수 있는데 먼 곳에 먼저 서있다. 단계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말을 차근차근 쌓아가지 않고 그렇게 먼 곳부터 끌어 오려니 말이 섞이고 꼬이고 만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말도 잘해보고자 하는 이들이다. 특강 기회나 업무상 앞에 서게 되는 자리 그리고 지인들과의 모임은 잘 차려진 밥상이다. 그 소중하고 귀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그 기회를 감사하며 정성을 기울여야 제 말을 잘할 수 있다. 제대로 자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하나 더 깨달은 것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그 5단계의 말하기 규칙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문가들 모임에 가면 제 때에 치고 나가야 말할 기회를 잡을 수 있겠다. 그러기보다는 말할 기회를 서로 주고받는 자리에 갈 것 같다. 누군가가 말하면 자세히 바라봐 주는 자리. 단, 잘 차려진 밥을 제대로 먹으려면 좀 과할지라도 자만심에 가까운 자신감도 충전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차근차근 정성을 다해서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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