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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꽃 Jul 02. 2024

좋은 말 해주기 어려운 당신


주말 오전의 국궁 수업 시간은 2시간이다. 30여분이 남았을 때 몇 사람이 나가면 따라나섰다. 10시부터 12시까지 활을 당기면 병이 날 것 같아서였다. 틈틈이 쉬는 시간도 있었지만 힘겨웠다. 개인 활을 받고 조금 나아지려니 수업이 끝나간다.


3번의 수업을 남겨 둔 날, 이른 도착인 줄 알았는데 국궁장을 들어서니 거의 10시였다. 반갑게 인사했는데 사범님은 표정 없는 얼굴에 노여움까지 서려 있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시간에 꼭 맞춰 오느라고 욕봤소'  '??' 


수업 전에 미리 와서 연습하지 않는다고 화난 것이다. 순간 머리에 뿔이 나려다가 웃음이 나고 말았다. 무슨 애착을 그리 가지시는가. 사부님 못지않게 거의 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제자들인데 매번 말씀을 너무 편하게 하신다. 연장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어려우실 것이다. 우리도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수료일이 다가오는데 활은 쉽지 않다. 그 팽팽한 활을 자유로이 당길 수 있는 날이 올까. 




법과 규정에 따라 한다는 인사는 허울 좋은 말이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자기들만의 계산이 빼곡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알면서도 말하는 사람이 드무니 겁이 없는 것 같다. 어느 조직이고 힘 가진 자가 그리는 그림은 법이고 제 힘이다. 그래서 힘을 가지려고 할 것이다. 


좋아할 말도 아니고 남이 말하지 않는 걸 말하면 딴지가 될 수 있는데. 인사를 결정하던 자는 벌써 세 번째 한 곳으로 내려갔다. 그 자리가 꿀 자리인지 내려가면 그 자리로 간다. 좋은 자리 주고 자기도 좋은 자리받고 주고받는다. 


누군가 앞에 와서 한탄하는 말을 듣고 말을 보태고 말았다. 말하지 않아도 대중은 보고 있고 어찌 되든 그들 몫이다. 덕담을 해야 하는데 말랑말랑하게 말해지지 않으니 그들에 대한 내 사랑과 애정이 넘쳐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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