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시작한 궁도 수업이 15회를 넘었다. 20회를 마치면 수료를 하는데 그 팽팽한 현을 당기기란 쉽지 않다. 10차례 수업 이후에는 활을 가져다 놓고 평소에도 당겨보라 했다. 무게를 올릴수록 더 힘들지만 아직 제 무게에 당도하지도 못했다. 43파운드 장력을 키우려면 다리 힘도 허리 힘도 양 어깨와 팔의 힘도 더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대담성을 요구했다. 습사용 줄 화살을 끼워서 팽팽하게 당긴 활을 놓아야 하는데 첫 화살을 놓을 때는 정말 무섭다. 전시의 무기였음을 실감한다. 그렇기에 예를 중시한다. 함부로 사람을 향해서는 당기는 시늉도 해선 안된다. 실제로 활을 쏘신 선배들이 화살을 주으러 떠나면 연습을 멈추어야 한다.
그렇게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있으니 실제로 수업시간에 몇 번 당기지 못했다. 사무실에 가져다 놓고 깍지를 끼고 빈 활을 당겨본다. 힘들면 활도 내려놓고 깍지도 끼지 않고 그저 창 밖으로 빈 자세만 취해보는데 그게 더 재미있다. 맞춰서 떨어뜨릴 무언가가 저절로 생겨서 그렇다.
호흡을 들이마시고 두 팔을 올렸다가 호흡을 멈춘 상태로 내리면서 양팔을 벌리며 조준한다. 그리고선 팡하고 오른 손가락을 놓는다. 마음에 쌓인 자괴감도 맞추고 스스로 정한 한계도 맞춘다. 아무리 없애도 어느새 생겨있는 욕심도 쏘아 떨어뜨린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이 활쏘기 '궁도'는 도를 닦는 운동이었음을.
나이를 먹어감에도 마음은 늘 그 자리 있음을 깨닫는다. 제대로 나잇값을 못하고 산다. 위 세대가 줄었고 아래 세대가 많아졌다면 그만큼 책임감도 늘었을 텐데 예전에 가졌던 마음에 별 변화가 없음을 알고 놀란다. 바꾼 마음이 있는가 돌아본다.
간혹은 좀 뻔뻔하리 만치 자신감도 가져야 하는데 지나친 겸손에 비굴한 듯하여 자책이 늘었다.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는 말은 주어진 게 있다는 말일 텐데. 말을 줄여도 기회가 오면 제대로 해야 정신 건강에 좋다. 활을 당겨보며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인생은 나이와 상관없이 이렇게 늘 다짐하고 마음먹는 배움의 연속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