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커다란 과녁 6개가서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를 따라가다 만나는 과녁 너머에 하늘이 보인다. 과녁 양 끝에 서있는 붉고 흰 풍기는 하늘에 매달린 것 같다. 3~4층 높이는 됨직한 기다란 풍선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이론 시간에 더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풍기'는 활을 쏠 때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깃발이며 여기가 활터라는 표시라고.
활을 배우게 되었다. 이틀간의 이론 수업이 끝나고 조만간 실기를 시작한다. 막연히 멀리서만 보던 일이 이렇게 문득 다가올 수도 있다. 지인의 소개로 시작되었지만 아직 뭐라고 표현이 어려운 마음이다. 신기하고 감동스럽다. 그저 고마워서제대로 임해볼 생각이다.
시 산하 궁도협회에서 매년 20여 명가량에게 무료 수강 기회를 주고 있다. 총 20회의 강의가 이루어진다. 강의 시작 전날 추천해 준 지인이 궁도장을 안내해 줬다. 그러니 총 3번 방문했는데 그 활터가 묘하게 마음을 끈다.
서서 활을 쏘는 장소를 '사대'라 했다. 한 과녁을 7명이 서서 쏘는데 사대 양쪽에 3개의 표지석이 있다. '선례후궁' 예절이 먼저이고 활은 뒤라는 말이다. '일시천금' 하나의 화살이 천금이라, '습사무언' 활을 쏠 때는 침묵을 지킨다는 말이다. 활은 무기에서 비롯된 전통 스포츠기에 예의를 기본으로 하는 수양의 운동이다.
전국에는 300여 개의 활터가 있단다. 20회의 수강이 끝나고 수료증을 받으면 전국 어디에서고 활을 쏠 수 있다고 했다. 서양에서 들어온 '양궁'이 있고 우리의 전통 활은 '국궁'이라 한다. 양궁은 사거리가 90미터이며 국궁은 145미터다. 국궁은 커다란 과녁을 맞히면 명중으로 간주한다.
임금의 운동이기도 했고 군자의 스포츠라는 활쏘기는 또한 혼자서 할 수 있다. 사부님의 그 말씀도 남았다. 활을 쏘는 사람은 등 굽은 이가 없단다. 자세와 균형이 필요하기에 척추와 가슴을 펴고 팔과 다리근육의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며 저절로 단전호흡이 이루어진다.
'선례후궁'. 배운 대로 둘째 날은 궁도장에 들어가면서 더 정중하게 인사하고 중앙에 설치된 '정간(正間)'에 목례했다. 해보지 못하고 배우지 않은 것이 숱하게 많다. 또 겸손해지면서이끌어 주신 분이나 가르쳐주시는 분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