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모내기 철이면 새참이라는 게 있었다. 끼니 사이에 먹는 거라 새참이고 고된 일 중에 허기를 달래는 음식이었을 것이다. 그 새참으로 자주 준비하는 음식이 잔치국수다. 커다란 논에 양쪽에서 못줄을 잡는 사람이 있었고 그 물논에 수십 명이 엎드려서 모내기를 하던 모습이 기억에 있다.
엄마를 따라 논에 간 것 같다. 동네의 모내기를 다 같이 함께 한 것 같고 어른들이 물논을 나와 길 위에 둘러앉아 국수를 먹었다. 어느 날 거기에 끼어 작은 국수 그릇을 받았는데 육수며 향긋했던 부추, 숙주나물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어른이 되어도 여간해서 그 맛을 낼 수 없다.
요즘 잔치국수는 김치를 다져 올리거나 김가루를 뿌려 나오는 집이 많다. 어디를 가도 그 시절의 국수 맛을 찾기 어렵다. 세월이 흘렀고 입맛이 변한 탓도 있을 것이다. 가장 비슷한 맛을 내는 곳이 비봉산 아래에 있는 할머니 국숫집이다. 간혹 혼자 간다.
그 집의 잔치 국수 한 그릇을 받으면 지난날의 사람들과 부모님과 그 모든 상황들이 떠오른다. 한 모금 마시는 국물 맛과 얹혀 나오는 부추 숙주 애호박나물을 보며 추억을 소환한다. 그렇게 고단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현재를 위로하려는지도 모른다. 그 시절로 가서 그리운 어른들을 만나는지도 모른다.
점심을 설친 날 서너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문득 '아 국수 먹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툭 말하고 멋쩍어하는데 '국수 한 그릇 사 올까?'라고 응답해 주는 분이 있었다. 보통 핀잔을 주거나 대꾸도 하지 않을 법 한대, 배 고프냐고 헤아려주는 듯했다.
그런 사람에게는 직접 국수를 삶아 갖은 나물 해서 한 그릇 대접하고 싶어 진다.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삶이 행복해질 테다. 또 배웠다. 나는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인가 되물어 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