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 소위(김하진) 에세이 -
누군가 내 글을 아껴가며 읽는 상황이 나에게도 올 수 있을까? 지금 누군가의 글을 아껴가며 읽고 싶어서 그 마음 하나가 가슴에 슝 들어와서 책을 옆에 아껴놓고 브런치 글쓰기로 들어왔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면서도 매 번 많은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면 순한 양이 된다. 이렇게나 조심스러워지고 겸손해지는 경우가 또 있을까? 브런치스토리 글뿐 아니라 종이책으로 접하는 글도 정말 다양한 감정을 남긴다. 우물쭈물 좌충우돌 때로는 너무 무겁게 살고 있는 내가 보이기도 하고 후루룩 두들겨 맞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루가 아니라 내리 며칠간이나 여운이 남아 혼자 몸살도 한다.
한 책이 끝나면 또 어떤 책을 고를까? 또 어떤 이를 만날까? 책 속이지만 누구를,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나름 탐색한다. 그렇게 만나지는 책 중에는 만사를 제치고 붙들고 앉아 있고 싶기도 하고 눈을 뗄 수 없어서 들고 다니고 싶은 책도 있다. 도저히 한 장이 넘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때와 눈은 책에 두고 마음이 다른데 가있을 때다.
정말 책이 주는 맛과 느낌은 여러 가지다. 어제 받은 책은 또 다른 색이다. 밤을 보내고 아침까지 이제 겨우 대여섯 주제를 읽었다. 예상밖의 이야기라서 쉬 읽어 재칠 수가 없다. 문장 하나하나 음미하고 싶어졌다. 그야말로 아까워서 차마 베어 먹지 못한다. 맛있는 과일을 한 번에 삼키지 못한 경우가 있는가? 향기를 맡아보고 혀를 조금 대어보고 아주 조금 베어 먹는 기분. 지금 잡은 책이 그렇다.
브런치작가의 책이다. '소위 에세이'라고 부제가 달려있는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이다. 표지가 밤하늘의 별들을 상징하는 들판이다. 거기에 누군가 한 사람이 서있는데 마치 하늘의 별을 보는 듯도 하고 사색을 하는 듯도 한 뒷모습이다. 글 쓰는 사람은 한 번쯤 들은 말이 있다. 짧게 쓰고 부사를 줄여라는 말. 글에는 가급적 부사를 줄이라고 했는데 삶에는 부사가 없는 경우가 없다지 않은가. 그래서 궁금했다.
반가웠던 건, 누군가의 에세이라서 그랬고 정말로 아름다운 우리말, 감칠맛 나는 부사를 자연스럽게 실감 나게 소개하고 있어서다. 브런치와 부크크의 도움으로 자서전 같은 에세이를 두어 권 묶은 입장으로는 대 작가의 에세이가 솔직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겨울부터 지인과 책 쓰기를 약속하고 열심히 썼음에도 에세이의 범주에 머문 것 같아서 초안으로 두고 있다. 에세이는 나를 너무나 많이 드러낸다.
이 책은 에세이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글에서 부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줄 듯하다. 이제 40페이지도 읽지 않은 지점에서 뭐라 단정할 순 없지만 크기부터 표지 목차 디자인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서 빠지는 부분이 없다. 아껴보고 소중한 이들 한 테 권하고 나눠볼 생각이다. 이렇게나 이쁘고 재미난 책도 있으니 역시 글쓰기는 사람을 홀리고 살린다. 이제 또 베어 먹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