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두드리기
재미있는 책을 옆에 두고 내내 펜을 잡고 있다. 펼치기만 하면 빠져들 것이 두려운지, 아껴 보는지, 읽기 전에 하고 싶은 다른 말이 있는지. 이 펜으로 써보고 저 펜으로도 써보고 그러다가 또 엄지 손가락 뿌리깨가 아파와서 주무르다가 결국 파스를 한 장 붙여놓고 문지른다. 시원한 감이 퍼져서 그런지 통증이 조금 줄었다. 책을 펼치면 될 것을 뭐가 그리 아쉬운지 아직 펜을 잡고 있다.
주말 거실에 책을 갖다 놓고 TV를 보는 양도 그렇다. 읽다가 지루하면 시를 읽으려고 시집도 같이 갖다 놓고선 내내 TV 채널을 돌린다. 꼭 볼만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채널 삼매경이다. 책을 펼치기 전에 뭔가 봐야 할 TV 프로그램을 찾는 건가. 영 책장이 넘어가지 않고 그렇게 시간이 간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것은 두 해 전이다. 브런치북 출판 지원 프로젝트를 보고 나서였다. 응모를 하려면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 한다기에 급하게 작가 신청을 했는데, 그 해 카카오의 난제로 당초 공모전 기한이 일주일 연장되는 바람에 가능한 기회였다. 신청 2~3일 후 선정 메일이 왔다. 부랴부랴 그동안 써온 글을 모아 브런치북을 만들어서 거의 마지막 날 응모했다.
용감하게 응모했지만 그렇게 들어간 브런치의 글을 보면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은 다 모아둔 듯했다. 수십만 명이 응모했다는 프로젝트가 끝나고 연이어 두 해 동안 아예 브런치북 응모는 하지 않았다. 못했다. 책리뷰도 올리고 글도 쓰면서 POD출판도 했지만 응모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출판 지원 프로젝트를 올해도 한단다.
어떡하나? 글을 백개도 더 발행하고 에세이도 몇 권을 묶었지만 다른 세상 이야기 같이 들린다. 보고 싶은 책을 옆에 두고 종이에 글을 끄적거리는 것처럼, 재미있는 시집을 앞에 두고 TV 채널을 돌리고 있는 모습처럼, 브런치북 공모를 망설이고 있다. 두 해를 그렇게 먼 산 보듯 구경만 했다.
용감하게 멤버십 작가 신청을 한 것처럼, 크리에이트가 아니어도 POD출판을 세 번이나 한 것처럼 이번에는 응모해 볼까. 펜을 탁 놓고 책을 펼치고, 리모컨을 내려놓고 시집을 드는 거지. 무슨 글을 쓸지 생각을 시작하는 거야. 결과는 딱 두 개 아니겠나. 선정 또는 미선정. 어떤 결과가 나와도 달게 받아들이는 거야. 지금까지 살아온 일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고 지금부터 잘 살아야 함을 느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