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파전이 되고 말았지만

집밥

by 사과꽃


감자를 둥글게 편으로 썬다. 감자전분을 묻혀서 기름 두른 팬에 올린다. 3장씩 나란히 9개를 깔아놓았다. 상추, 깻잎, 양배추, 홍고추, 청고추를 채 썰고 다진다. 재료에 달걀을 풀고 부침가루도 조금 넣어 버무려서, 익고 있는 감자 위에 얹었다. 지글지글 어느 정도 익고 나면 감자 3장을 뒤집어 옆에 있는 3장 위로 넘긴다. 그다음 다시 남은 3장 위로 넘겨서 롤처럼 말아야 한다.


영상에서는 동글동글 잘 말렸는데 내 요리는 처음 감자 3개를 넘겨 얹은 것을 다시 펴야 했다. 채소가 너무 많아서 가운데가 익지 않을 것 같아서다. 부득이 3장씩 한 줄만 뒤집어 익혔다. 왜 영상처럼 안되지? 채소를 조금만 넣어야 돌돌 말리는데 두 번째 판도 뒤집지 못하고 그만 두툼한 파전이 되고 말았다.


요리 도중에 올리브유가 떨어지는 바람에 더 바싹 구워졌고, 한 면은 채소, 면은 감자로 새 이름이 필요한 음식이 탄생했다. 채소 구이? 채소 얹은 감자 편? 채소 부침개? 여하튼 오랜만에 애매한 요리를 해놓았다. 어울려서 맛을 내는 음식은 재료 중 어느 하나라도 양이 많아지면 다른 요리가 된다.




그 원리는 어제 만든 요리에서도 나타났다. 같은 실수의 반복이다. 고기보다 맛있다는 가지 구이를 했다. 가지를 씻어 반 갈라 칼집을 넣고 카레 가루를 입힌다. 팬에 구워서 따로 담아 놓고 갖은 채소를 볶다가 감자 전분을 푼 물을 살짝 둘러 약간 걸쭉하게 만든다. 그다음 구워둔 가지를 넣고 양념을 끼얹으면서 졸이면 새콤 달콤 짭짤한 가지 구이가 되는데 내 요리는 그 모습이 아니었다.


재료 하나가 과해진 게 원인이었다. 전분가루를 얼마나 풀어야 할지 그 양을 모르겠는 거다. 용감하게 반 스푼 가량 풀어서 둘렀는데 그만 가지가 들어갈 곳도 없이 뻑뻑한 채소 찜이 되고 말았다. 가지를 넣고 끼얹을 물도 없이 거의 비벼야 할 지경이 되어 가지를 묻어놓았다. 다른 채소도 너무 많았다. 그래도 맛있다는 평을 들었으니 감격한다.


음식을 하다 보면 늘 빠지는 딜레마가 있다. 가급적 기름을 덜 써야겠고, 당분은 줄여야겠고, 짜지도 않게 하려니, 거기에 몸에 좋다는 채소는 늘 그득하게 준비한다. 각종 버섯류에 푸르고 붉은 채소를 색깔별로 썰다 보면 어떤 음식이든 자칫하면 정체불명의 채소 찬이 된다. 애들이 사춘기 때는 맛이 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을 경우엔 지청구도 들었다. 맛없다고 하지 않고 창조를 하지 말란다. 내 맘을 어찌 알겠나.




그런 음식 솜씨지만 다가오는 일요일 자매들과 한 끼를 계획한다. 팥밥에 미역국을 끓여 생일상을 차려줄 참이다. 소금 후추 뿌려 고기를 굽고 새송이랑 부추를 데쳐서 같이 이쁘게 담아 소스를 뿌린다. 나물 두 세 가지에 생채 두어 개 하고 버섯 잡채, 두부와 부추를 다져서 둥근 전을 부치고 밑반찬을 차려내면 네 자매가 먹을 만하지 싶다.


과일도 사놓고 나눠줄 비타민도 미리 사놓을 생각이다. 꽃을 좀 사서 꽂으면 분위기가 더 좋아지겠지. 이번에는 재료가 과하게 않게, 이름을 알 수 없는 요리가 되지 않게, 무엇보다 두툼한 채소찜은 되지 않게 해야겠다. 늘 가족의 밥만 해줬을 자매들을 위한 밥이니 맛이 좀 덜해도 정성으로 봐주지 않을까. 토요일부터 장보고 찬을 준비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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