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에서 올린 고사보다 기억에 남는 건

2. * 고사: 계획하는 일이 잘 되게 해달라고 지내는 제사

by 사과꽃


"유세차~~ 스포티지 ~ 000 ~ 염원 ~~

~~ 상향!"


25년여 전의 축문 일부다. 유세차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상향으로 끝이 났으며 중간에 차량 종류와 운전자의 이름도 말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새 차를 구입하면 고사를 지내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엄마는 차량 뒤 트렁크에 마른 명태를 넣어 다니라고 하셨지만 대답은 하고 차일피일 지났다. 그러고 얼마 뒤 뜬금없이 한 부서에 있는 나이 든 분이 장을 봐온 것이다.


무주 골짜기 올라가기 전 바로 아랫동네인 고제 삼거리에 나의 하얀색 스포티지를 끌어다 놨다. 막걸리도 준비해 왔고 상세한 건 잊었는데 흰색 한지에 축문을 직접 적어와서 읽던 모습이 기억난다. 새파랗게 젊은 이가 상사였음에도 늘 존대해 주고 생각지도 못한 덕담을 참 많이도 해준 분이다. 고사까지 지내줘서 멋쩍고 의아하기까지 했던 기억은 살면서 간간이 떠올라 고마움으로 살을 찌웠다.


경남의 끝자락에 위치한 그 학교는 너무나 멀어서 거의 1년마다 서무책임자가 바뀌었고 폐교대상 1호로 떠오르고 있었다. 50명도 되지 않는 학생은 한 때 3~400여 명이 지낸 건물과 운동장을 사용했으며 학교는 지역의 존중과 보호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 지역 사람으로 구성된 두 분의 직원이 있었는데 한 분은 사무보조원이었고 축문을 준비해서 고사를 주관하신 분은 사무조무원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사과꽃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꽃과 나무를 좋아합니다. 책을 좋아하고 종이와 펜을 들면 무언가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39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생각난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