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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울 Apr 07. 2024

익숙한 망설임을 넘어, 사랑 셀프 주유소

메리올리버, 여행

 

 맞다, 돌이켜보건대 무릇 충고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의 도구로, 효용 가치로 재단하여 내 발목을 잡기 십상이었다. 안 좋은 일로 속을 털어놓을 때도 자기 삶에 대한 안도와 위안을 먼저 챙기는 느낌이 들곤 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선명했다. ‘내 곁에 남아 계속 박수를 쳐 줘, 나를 위한 역할을 해 줘, 내 삶에 도움을 줘, 그러려면 네 삶을 확장하지 말고 나의 주변인으로, 헬퍼로 후견인으로 속 넓게 굴어 줘’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 내 삶을 구원하겠다고 등을 보였을 때 나는 배신자가 되고 이기적인, 때로는 그럴 줄 몰랐던 배은망덕한(漢)이 되고 있었다. 오랜 친구든 가족이든 인척 관계든 가까울수록, 의지하고 속을 터놓았을수록 더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내 감정이나 심정을 토로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은 탓이다. 속 넓은 척, 푹신한 척 혼자 다 하다가 제 인생 찾겠다고 지지대를 빼는 꼴일 테니, 틀바뀜의 저항이 일게 마련이다.  설령 내 의도와 무관하게 그들이 나를 지지대나 호구로 삼았다한들 그 입장도 마땅히 존중할 일이다. 기억도 의미도 철저하게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것이니 나도 타인에 대해 종종 그럴 것이다.

 의존적인 관성을 거슬러 방향을 바꾸는 데는 몇 배의 힘이 들어간다. 하물며 60이 넘어서 방향을 트는 데는 굳어진 근육이 틀어지는 고통이 따르지 않겠나, 그래도 그것을 원하는 새로운 목소리가 내 안에서 울려 나온다면 외면해서는 안된다. 힘이 남아있는 동안의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매번 귀담아 들어야 한다. 봄날은 짧고 그리고 봄날은 간다. 

 

 보통의 인간을 숭고해야할 어떤 존재가 아니라 질투 많고 여리고 우쭈쭈 좋아하는 속없는 어리광쟁이로 기본값을 설정하면 타인에게서 벗어나 나를 찾는 여행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발목 잡는 타인을 탓하는 건 과감하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핑계일 뿐이리라. 타인에 대한 그럴듯한 기준이나 원망을 없애고 나에게 더 깊이, 더 과감하게 마주하겠다고 나이 들어서야 베끼며 되뇌는 시! 

 이렇게 칼칼한 응원이나 원하는 공감을 찾아 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기 인생 사느라 다들 바빠서 정지하고 내 욕구에 맞는 공감을 해 줄 사람은 없다. 게다가 60이 넘으면 욕구도 사치로 뵌다. 탄현면 법흥리 가는 길에 사랑셀프주유소가 있다. 사랑은 셀프로 주기적으로 주유해야만 내가 정상 작동된다. 오작동 급발진을 막기 위한 코드를 골라 셀프공감 주유중...


 산초보로 힘겹게 기어 올라 산장 숙소에서 자고 이른 아침 출발하던 저 곳이 덕유산인지 소백산인지 지리산인지 기억도, 사진 담은 외장하드도 망가져 알 수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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