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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울 Apr 08. 2024

살며시 어루만지기

릴케, 두이노의 비가

 지난 겨울 방학에 올라와 있던 손주가 늙고 힘없으나 꼬리를 세차게 쳐서 호감을 표하던 코코를 살며시 만지는 장면이다. 어린 프렌치불독은 힘차게 덤벼들어 무섭고 아찔해 도망다니고 소리지르던 초반에도 코코와는 가만가만 충분히 친해지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개학하며 내려간지 한 달 보름여만에 코코는 무지개 다리를 건넌 것이다. 그때 저 강아지들끼리 나눈 말은 무엇이었을까.


"코코가 건너간 무지개다리 아빠랑 봤지?

코코는 나이가 많고 많이 아파서 무지개 타고 너한테 인사하러 갔다가 멀리 멀리 떠났어."

"얼만큼요? 우주만큼 멀리요?"

"응 우주만큼 먼지만큼 멀리 떠났어"

"그럼 코코는 언제 와요?"

"코코는 못 와, 안 올 거야"

"왜요?"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면 다시 올 수 없어.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근데 코코는 언제 돌아와요?"


영상통화로 매번 강아지들을 번갈아 찾던 손주녀석이 신기하게도 코코에 대해 입을 떼지 않는다.

"탄이는 뭐해요?"

"음 꼬랑내 나는 양말 물어뜯는 거 보여?"

까르르까르르......


언제 다시 오냐고 재차 묻던 아이에게 코코의 죽음은 어떤 방식으로 정리된 걸까.

상실과 부재와 죽음에 대해,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해, 낯설고 슬픈 감정에 대해 우리가 말하지 못한 채 막막히 사무쳐하는 동안 어쩌면 한층 더 의연하게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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