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옥수역까지 청계천길 11km 걷기에 따라 나섰다. 그 친구가 손을 들면 자연스레 모여드는 사람이 대여섯은 된다. 어디를 가든 볼거리와 놀거리 걸을 거리가 보장되니 아무 생각없이 따라나서도 귀갓길은 마음 주머니가 불룩해진다. 정성으로 만들어낸 정보와 안목과 사람들이 그만의 좋은 자산이다.
청계천길은 엠비 이미지 때문엔지 무관심하게 광화문 근처에서만 걷다 말다 하였는데 이렇게 길게 동대문을 지나 중랑천으로 이어져 한강과 만나는 물길인지를 처음 알았다. 각지의 특색있는 나무들을 가져와 능수버들길 매화나무길 대나무길 감나무길 등으로 작은 테마공원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한창 물이 오른 능수버들과 매화꽃길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돗자리를 펴기도 했다.
편한 신발이라고 등산화를 신고 갔는데 중간부터는 발가락 끝이 아파 벗어던지고 양말 걷기를 할까 고민을 하며 어기적거리고 걸었다. 살이 찌니 발도 수북해졌는지 여백이 부족해 신발 앞으로 밀려 닿아 아픈 듯하여 돌아오자마자 5mm 큰 워킹런닝화를 질러 버렸다. 그 엉거주춤한 걷기 끝에 만난 저 응봉산 개나리는 압도적이었다. 바위와 만개한 개나리만으로 가득 찬 원초적인 산의 느낌이 오히려 낯설었지만 이따금씩 오가는 기차까지 정취를 더해 동화적인 풍경에 훅 스며들었다.
명성에 관한 시를 보며 굳이 명성까진 아니어도 주변의 인정에 매달리는 습성 덜어내기를 수시로 먼지 털듯 해야지 생각한다. 이 브런치 역시 라이킷이나 구독 등에 의거해 자기 평가를 하고 기분 오르내리기를 하다보면, 까마귀도 먹지 못해 '빈정대듯이 울고' 농부의 옥수수를 찾아가게 만드는 바로 그 명성을 좇다 그걸 먹고 죽는 사람이 될 것이다. 명성의 맛을 보며 산 인생은 아니지만 쉽게 변하고야 마는 작은 명성이나 평판으로부터도 애저녁에 멀찌감치 떨어져야 까마귀만도 못한 헛손질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얻은 이름표를 떼고 은퇴한 사람들이 새로운 이름을 구하고자 밖에서 존재감을 찾을 때, 무의식적으로 생의 전반기와 같은 패턴을 반복하거나 과잉 보상을 기대하면서 빠져들기 쉬운 길일 것 같다. 이봐, 어때 나 아직 괜찮지 않아? 하는 순간 재빨리 인식하고 밖으로 향한 시선을 거두어 고독한 내면의 목소리에 결 맞추어 삭혀 나가기, 말처럼 쉽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