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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울 Apr 10. 2024

내가 말하고 나 혼자 들어요

김소연, 그래서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이 나왔을 때는 어린시절 과학실에서 프리즘 같은 걸 처음 봤을 때처럼 신선했다. 프리즘에 섞여 있던 빛과 외부의 빛이 맞닿아 여러가지 무지개색이 뿜어져 나오던 신기한 순간처럼 자신의 마음 프리즘에 비추어 나온 언어와 정의들이 너무나 맛깔스러워 허겁지겁 식탐을 즐기듯 밑줄을 쳐댄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는 그의 '어금니 깨물기'를 읽으며 엄마와 가족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겹쳐 끊어 읽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엄마는 엄마를 끝내고 나의 자식이 되어 유리 벽 너머에 앉아 있었다” 아직 나는 이런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점점 취약해져 가는 엄마와, 내 인생을 찾겠다고 은퇴한 나의 욕구가 충돌해 가끔씩 번쩍거리고 버석거리지만 인생의 접점에서 각자의 삶에 깊은 맛을 내기 위한 서로의 시간을 곰삭히고 있는 중이다.          


 위 두 저서의 사이에 나온 시집인 '수학자의 아침'에서 이 시를 보고는 혼잣말에 대해 생각했었다. 그때만 해도 혼자만의 여백 없이 빠듯한 일상이었는데, 주변이 여백투성이가 되는 나이가 되고 보니 혼잣말이 늘어 저도 모르게 해 놓고 나서는 흠칫 놀란다. 혼자라는 단어도 생경하게 와 닿아, '혼'이라는 글자가 혼자있는 모습을 상형한 문자처럼도 읽힌다. "아 좋다, 아 맛있다"를 혼자 하고, 혼자 들으며 덮어 두었던 슬픔도 웃음도 그대로 말라가는 이 보송보송함이 싫지 않다. 봄도 가을도 물기 마른 채 점점 더 가볍게 위로 떠서 지나가겠지.


 언젠가 광치기 해변을 들렀다 딱 저 유채꽃밭에서 성산일출봉을 보며 같이 논 적이 있던 친구가 최근 다녀온 사진을 주며 라인드로잉을 주문한다. 나는 근본없이 내맘대로 하다 말곤 하는데 비해, 내 말에 라인드로잉을 시작한 그 친구는 책을 보며 자신이 축적한 너무나 많은 사진들 앞에서 눈이 아프게 그림의 근본을 쌓아가고 있다. 어느 날 석양에 반사된 히말라야 봉우리 그림이 그의 블로그에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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