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와 함께
멋지게 감기부터 걸렸다. 중학생 때부터 감기가 세상에서 제일 아팠는데 이번에는 그것보다 더 아파서 자습하다가 울고 엎드려 자고 난리를 쳤다. 진심으로 약이 안 드는 것 같다. 굉장히 집에 가고 싶었다.
뒷골목으로 가서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돌아왔다. 동생이 레몬 착즙에 물이랑 꿀을 타서 음료수 만들어줬는데 역시 맛있다.
룸메랑 처음인가 저녁 같이 먹었다. 냉동과일 샐러드 나올 때마다 저렇게 싹 쓸어온다. 뷔페 가서도 저것만 먹다가 올 때가 많다. 사실 더 받아오고 싶었는데
어떤 학교가 시험 2주도 안 남아서 체육대회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었다. 반티는 내 최애 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으로 했다. 발베르데 마킹했다. (모드리치 할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초반에 우리 반이 예선을 거의 싹 다 졌다. 그래서 전종목 본선을 진행할 때 우리 반만 굳건히 스탠드를 지켰다. 그냥 꼴등만 피하자 싶었는데 … 계주 1등 했다. 점수가 얼마나 큰 건지 3등씩이나 해버렸다. 작년엔 우승했는데 좀 아깝다. 그래고 돈 받았으면 됐다.
플래너는 좀 멋있는데 2-3시까지 공부할 때까진 책상이 얼마나 개판이 됐는지 몰랐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왜 저렇게 더러운지 충격받았다. 시험 바로 전 주부터는 아침태권도가 없어서 생각보다는 많이 잘 수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 시험 보기 싫다.
갑자기 눈이 붓고 흐려졌다. 눈을 감아도 떠도 너무 아파서 그냥 외출증 끊고 안과 다녀왔다. 무슨 알레르기라고 해서 약 받고 왔는데 그날 자습은 조졌다.
한쪽 눈만 가렸더니 모두 궁예라고 놀렸다. 저 애들은 같이 짜고 인스타까지 올렸다. 집에 가고 싶었다.
시험기간 내 유일한 낙: 진우 만나기
스카 갈 때마다 진우한테 오라고 협박하고 싶었다. 이번 시험기간에 중학교 때 친구들 엄청 많이 봤다. 좋았다.
시험 얘기는 되도록이면 하기 싫으니 끝나고 뭐 하고 놀았는지부터 얘기해야겠다. 채령이랑 외박증 끊고 혜화에서 멋지게 놀았다. 나중에 부모님과 시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걸림돌이었지만 나는 할 만큼 했으니 일단 놀았다.
놀면서 시험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세상에 재밌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데.
외갓집에 내려갔다. 노을이 질 때쯤 기차를 탔는데 창밖이 진짜 예뻤다. 기차에 앉아서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었다. 종이가 모자라서 킨더 초콜릿 상자를 찢어서 그 안에다가도 풀었다.
사촌이자 동갑인 여자애가 있는데 나랑 세상에서 제일 친하다. 찜질방에서 누워있다가 밤이 돼서야 롯데마트에서 소소하게 먹을 걸 샀더니 하루가 다 가버렸다.
고등학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더라. 중학교땐 ‘망했다’ 정도였던 게 ‘대학 못 간다’ 소리까지 나오니까 두려웠다. 아무튼 5월 초에 제주도 수학여행이 남았으니 시험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