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고등학교에서 보낸 둘째 달

중간고사와 함께

by 계란마리
내사랑윤진이.


멋지게 감기부터 걸렸다. 중학생 때부터 감기가 세상에서 제일 아팠는데 이번에는 그것보다 더 아파서 자습하다가 울고 엎드려 자고 난리를 쳤다. 진심으로 약이 안 드는 것 같다. 굉장히 집에 가고 싶었다.


아빠가 동창회가서 받아온 텀블러인데 정치학과 로고가 안찍혔다. 기분 나쁘다.


뒷골목으로 가서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돌아왔다. 동생이 레몬 착즙에 물이랑 꿀을 타서 음료수 만들어줬는데 역시 맛있다.


연서랑 저녁 먹은 날


룸메랑 처음인가 저녁 같이 먹었다. 냉동과일 샐러드 나올 때마다 저렇게 싹 쓸어온다. 뷔페 가서도 저것만 먹다가 올 때가 많다. 사실 더 받아오고 싶었는데


체육대회 한 날(시험 열흘 전)


어떤 학교가 시험 2주도 안 남아서 체육대회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었다. 반티는 내 최애 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으로 했다. 발베르데 마킹했다. (모드리치 할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초반에 우리 반이 예선을 거의 싹 다 졌다. 그래서 전종목 본선을 진행할 때 우리 반만 굳건히 스탠드를 지켰다. 그냥 꼴등만 피하자 싶었는데 … 계주 1등 했다. 점수가 얼마나 큰 건지 3등씩이나 해버렸다. 작년엔 우승했는데 좀 아깝다. 그래고 돈 받았으면 됐다.


알콩달콩 시험기간

플래너는 좀 멋있는데 2-3시까지 공부할 때까진 책상이 얼마나 개판이 됐는지 몰랐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왜 저렇게 더러운지 충격받았다. 시험 바로 전 주부터는 아침태권도가 없어서 생각보다는 많이 잘 수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 시험 보기 싫다.


눈병걸린 나와 신나서 놀리는 친구놈들


갑자기 눈이 붓고 흐려졌다. 눈을 감아도 떠도 너무 아파서 그냥 외출증 끊고 안과 다녀왔다. 무슨 알레르기라고 해서 약 받고 왔는데 그날 자습은 조졌다.

한쪽 눈만 가렸더니 모두 궁예라고 놀렸다. 저 애들은 같이 짜고 인스타까지 올렸다. 집에 가고 싶었다.


진우야 공부하자


시험기간 내 유일한 낙: 진우 만나기

스카 갈 때마다 진우한테 오라고 협박하고 싶었다. 이번 시험기간에 중학교 때 친구들 엄청 많이 봤다. 좋았다.


시험 끝났다.


시험 얘기는 되도록이면 하기 싫으니 끝나고 뭐 하고 놀았는지부터 얘기해야겠다. 채령이랑 외박증 끊고 혜화에서 멋지게 놀았다. 나중에 부모님과 시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걸림돌이었지만 나는 할 만큼 했으니 일단 놀았다.

놀면서 시험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세상에 재밌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데.


사촌친구랑 힐링하기


외갓집에 내려갔다. 노을이 질 때쯤 기차를 탔는데 창밖이 진짜 예뻤다. 기차에 앉아서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었다. 종이가 모자라서 킨더 초콜릿 상자를 찢어서 그 안에다가도 풀었다.

사촌이자 동갑인 여자애가 있는데 나랑 세상에서 제일 친하다. 찜질방에서 누워있다가 밤이 돼서야 롯데마트에서 소소하게 먹을 걸 샀더니 하루가 다 가버렸다.


고등학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더라. 중학교땐 ‘망했다’ 정도였던 게 ‘대학 못 간다’ 소리까지 나오니까 두려웠다. 아무튼 5월 초에 제주도 수학여행이 남았으니 시험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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