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가셨다.

by 석민준 MJ

문장으로 차마 쓰기도 어려운 충격적인 일이다.


가족이라 그런가, 아빠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그런가.



엄마 아빠와 수영장을 갔다.


한창 첨벙첨벙 잘 놀고 있었는데, 나올 시간이 되니 바이올린 수업으로 가기에 조금 빠듯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빠듯해졌기 때문에, 아빠가 조금 급해지셨다.


밖에 나와 서둘러 차로 이동했지만, 신발을 수영장에 두고 왔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엄마 아빠께 먼저 차에 가 있으라고 한 뒤 나는 신발을 찾아왔다.


근데 엄마 아빠가 깜빡하고 먼저 출발하셨다.


아빠는 급해져서 약간의 난폭운전(?)을 하시는 모습이 내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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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 문장을 읽는데 뇌가 comprehend가 안 되었다.


아니야,


아닐 거야,


아니겠지,


설마 그런 미친 말도안되는 일이 아빠에게 일어났겠어.



용인 지역에 교통사고 뉴스가 없는지 포털사이트를 뒤져보았다.


그런 뉴스는 없었다.


뭔가 착각이 있겠지 생각하려던 찰나, 엄마에게서 다시 한 번 장문의 문자가 왔다.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그걸 보고 내 가슴은 한 번 더 철렁 내려앉는다.



아 진짜구나.



허무했다.


이렇게 끝난다고?


나는 아직 20대고, 아빠 엄마 볼 날이 아직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맥없이 가셨다니.


침착하려고 했다.


뭔가 행동강령을 생각해 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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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동차가 학교에 도착했고, 나는 뒷좌석에 탔다.


엄마가 있었다.


아빠는 없었다.



차에 탄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진짜였다는 걸.



엄마 품에 안겨 완전 break-down했다.


서럽게 울면서 세상을 욕하고 후회했다.



그때 내가 신발만 두고 오지 않았더라도


엄마 아빠가 깜빡하고 떠날 때 내 전화를 받기만 했더라도


애초에 바이올린 수업에 늦지만 않았어도 아빠가 급하게 운전하실 일은 없었을 텐데...




아! 아빠의 모습은 어땠던가.


거짓말처럼 좋은 순간들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빼앗기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다더니, 그게 내 얘기가 될 줄이야.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이 더 이상 남처럼 보이지 않았다.


비극이 나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 얼마나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살았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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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현실 인식이 돌아왔다.


조금씩 마음이 진정된다.


뭐지?



눈을 뜬다.


생각해 보니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논리적 인과관계도 맞지가 않다.



내가 바이올린 수업을 왜 가며



수영장에서 신발 찾으러 갔는데 스트레칭은 왜 하고 있고



아빠 엄마가 날 잊고 먼저 출발할 리가 없잖아.




그렇다, 꿈이었던 것이다.


안대를 끼고 잤는데,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나와서 나도 모르게 안대를 훌렁 벗었다.


온몸에 식은땀이 나 잠옷은 다 젖었다.



그리고 내 몸 또한 뭔가 충격을 받은 듯한 어질어질한 몸 상태였다.




꿈이 너무 충격이 커서, 잊기 전에 이렇게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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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아빠가 돌아가셨다면, 그것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나 확실한 건, 온 세상이 다르게 보였을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나오면서 거울로 내 외모 체크를 했는데, 그럴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더라.


이런 사소한, 진짜 내 인생에 전혀 영향도 없는 쓰잘데기 없는 일들(꿈을 꾸고 나니 다 그렇게 보인다)에 내가 걱정할 정도의 에너지를 쓸 수 있다니 진짜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던 것이다.




엄마 아빠에게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겠다.


살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감사한 것인지.


나 또한 정신 차리고 몸을 챙겨야겠다.





몇 가지 노래가 생각난다.


Ben Folds의 <Still Fighting it>. 사별에 대한 곡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부성애에 대한 곡이었다. 주제를 착각하긴 했지만 나름 맥락에서 아주 벗어나지는 않는 듯하다.


LANY의 <If This Is The Last Time>. 마지막이라면 어떨지에 대해 가정하고 쓴 곡이다.





사실, 죽음 앞에서는 세상 그 어떤 것도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해지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후회가 몰려온다.


이미 일상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좀 웃긴 말이지만, 내 근처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죽지 않아 감사함을 계속 상기하며,


바쁜 일상 속에 그 소중함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효자는 운다고 했던가.


부모님께 효도할 마음이 드는 시점에서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고 했던가.




엄마, 아빠, 너무 사랑하고 살아 계셔서 너무 다행이에요.


운전 조심하시고, 하고 싶은 거 다 하셨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참 짧고 소듕하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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