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를 보고

by 석민준 MJ

갑자기 꽂혀서 아침부터 6개의 에피소드를 내리 본 <하이큐>.


시즌 1에서 마지막으로 카라스노 고교가 상대한 팀은 아오바조사이 고교.


그 경기에서 카라스노의 성장세는 어마어마했다. 특히 팀의 세터이자 핵심, 카게야마가 중학교 시절의 '뛰어나지만 독선적인 세터'로부터 팀원들의 영향을 받아(특히 전 주전 세터이자 3학년 스가와라) 팀원들을 믿기 시작하고 홀로 경기를 뛰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점차 진화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오바조사이는 꺾지 못했다.


승부의 세계는, 어느 한쪽이 더 빨리 바뀌고 있냐도 중요하지만 결국 절대적인 실력의 차이로 냉정하게 결정되니까.


그렇게 간절하고 열심히 뛰었고, 이기기 위해 모든 수와 노력과 정신을 다 쏟아부으니, 팀 전체가 마지막 점수를 빼앗기고 크게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 자체가 그만큼 간절하고 열심이었고 멋있었다는 것 아닐까. 그런 걸 보고 '졌잘싸'라고 부르는 거다.


문득 최근 내가 연애하던 모습이 살짝 겹쳐 보였다. 실수도 여럿 했고 그 실수들을 하나하나 고쳐가면서, 내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기울기로 올라갔지만 결국 헤어졌으니 말이다.


물론 내가 최근 크게 노력한 것은 연애뿐만은 아니다. 다만 고입은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대입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조금 느낌이 달랐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음에도(적어도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의 노력을 의미한다. 당연히 인간이기 때문에 한계는 있고 상한선은 있기 때문에 '최선'은 어떤 특정 점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범주를 의미하는 것이라 스스로 믿고 있다) '실패'한다면 어떨까?


<하이큐>는 말한다. 그 과정에서 최선이 있었고 그 노력이 아름다워 보일 정도라면, 반드시 성장이 있고 미래가 있다는 걸.


그리고 실패한 자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장한다. 혹은 그래야만 한다. 적어도 그만큼 간절했더라면, 계속 곱씹을 수밖에 없고 계속 내 모습을 정리하며 발전할 수밖에 없다.


핀치 서버로 등장한 야마구치가 실패한 첫 서브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패배의 쓴맛과 무력감, 자책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그 이상으로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최선을 다한 경험은 아깝지 않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실패했다면 배운 것도 얻은 것도 없으니 그건 진짜 시간이 아까운 거지만...


그래서 나는 연애했던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다. 즐거웠고, 성장했으며, 둘 다 미숙한 면이 있어 안타깝게도 더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서로 그걸 통해서 많이 인간적으로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의 다양성도, 내 안의 솔직함의 최대치도, 그리고 내가 모든 것을 공유한다고 생각하더라도 드러내지 못하는 무의식의 조각들도 다 조금씩 엿보았다.


그렇게 점점 자기이해를 증진시키고 점점 관계를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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