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부당파기 소송, 이혼소송과의 공통점과 차이점
우리나라에서 법률적인 부부관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반드시 결혼식을 올려야 하는 것일까요? 또는 부부 간에 경제적 공동생활을 하거나 동거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이런 것들은 일반적으로 혼인의 성립 및 존속 과정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거나 혼인관계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지만 법적인 혼인의 성립요건은 아닙니다. 법률적으로 혼인관계는 부부 쌍방의 혼인의사의 합치와 이에 따른 법적 혼인신고를 통해 성립하게 됩니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혼인신고가 없다면 최소한 법적 부부로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혼인신고가 없다 하더라도 남들이 보기에 명백히 부부관계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가족관계등록부를 보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이 부부인지 아닌지 알 방법은 없습니다.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보았고, 명절마다 왕래하기도 하고 함께 동거하기도 하는데 혼인신고는 안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사실혼관계라고 합니다. 그런데 법률에서는 엄연히 혼인신고가 없으면 진정한 혼인관계로는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관계도 법적 혼인관계라고는 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보호도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 나름대로 불합리한 것이고, 반대로 법률혼주의를 택하고 있음에도 사실혼관계를 법률혼과 동일하게 보호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법률에서는 사실혼이라 하더라도 법률혼에 준하여 법적 보호를 제공하기는 하되, 혼인신고를 본질적인 요소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호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구분에 대해 다소 모호하다고 여기실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사실혼관계가 해소될 때에는 위자료청구권이나 재산분할청구권이 법률혼관계와 동일하게 인정되지만, 법률혼과는 달리 혼인신고라는 가족관계 형성 절차를 거치지 않은 관계로 제3자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속 문제에 있어서는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으며, 혼인신고라는 법적 구속력을 스스로 원치 않았으므로 상대측이 일방적인 사실혼 파기를 통보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법률혼관계에서는 당사자 중 일방이 혼인관계의 해소를 희망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상호간의 협의를 거쳐 협의이혼절차를 밟아야 하고, 상대측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춘 때에 한하여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여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만 합니다. 성격차이나 단순 변심 등은 당연히 이혼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혼관계에서는 양자 간에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혼 해소는 언제나 제한 없이 가능하게 됩니다. 즉, 성격 차이나 사소한 문제는 물론이고, 오히려 상대측이 적반하장으로 바람을 피우고 사실혼을 파기하더라도 그 자체를 제재할 방법은 없는 것입니다. 또한 반대로 상대방에게 어떠한 유책사유가 있는 때에도 반드시 소송으로 이혼을 청구하면서 위자료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따라서 사실혼관계에서의 위자료청구는 크게 두가지 상황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법률혼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어떠한 유책사유가 있는 때에 그러한 사실혼 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사실혼위자료청구라고 하는 것이며, 직관적으로도 배우자에게 불륜이나 가정폭력 등의 결정적 유책사유가 있으니 위자료를 청구한다는 이해가 빠릅니다. 그런데 반대로, 양측 모두에게 어떠한 책임도 없는데 상대측이 일방적으로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겠다며 사실혼 파기를 통보한다면 어떨까요? 이 때에도 위자료 청구가 됩니다. 양측 모두가 책임이 없어도 이러한 경우는 사실혼부당파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관계를 깬 사람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실혼부당파기에 따른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사항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첫째로는 사실혼관계가 존재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둘째로는 이 과정에서 본인에게 사실혼 파기를 당할 만한 유책사유가 없어야만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사실혼이 깨지는 것 자체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존재하지 않지만, 합당한 이유 없이 사실혼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상대측에 대해서는 금전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입니다.
장기간 이어져 온 사실혼관계라면, 사실 사실혼부당파기에 따른 위자료청구도 중요하지만 재산분할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법률혼이 아닌 사실혼이라 하더라도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률혼관계에서의 이혼소송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혼인 파탄의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점이 재산분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공동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도를 평가하여 분할하는 재산분할의 법리상, 오히려 사실혼관계에서는 법률혼에 비해 더욱 복잡한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실혼부당파기에 따른 위자료 청구와 함께 재산분할을 청구하여야 하는 상황이거나, 위자료를 청구하게 되면 상대측에서 재산분할을 청구해 올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사전에 각종 쟁점사항에 대하여 철저하게 검토를 받으신 뒤 소송을 위임하시기 바랍니다.
장성민 가사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