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3살, 퇴사하다.

by 항상 나른


[1] 33살, 퇴사하다.


1990년생.

33세. 성별 남자. 대한민국 국적.

27살에 인턴으로 취직한 외국계 회사에서 올해 5월 31일에 퇴사했다.


처음 인턴으로 입사했던 순간.

회사의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힘들지만, 많이 배웠던 시간.

정직원으로 전환되어 가족들과 기뻐했던 기억.


그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퇴사를 결정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몸무게도 입사했을 때와 비교해서 18kg 정도가 늘었고, 자연스럽게 건강도 안 좋아졌다.


사실 이전부터 이놈의 회사, 때려치우고 말겠다고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번엔 진짜 때려치우고 말았다.


처음에 가족들에게 뭐라고 할지 혼자 열심히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장 걱정되었던 어머니가 흔쾌히 ‘그러라고’ 해 주셨다.


어떻게든 먹고살지 않겠냐고…….


이전부터 내가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는 걸 알아서 나의 결정을 응원해 주셨던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퇴사를 마음먹기까지 6개월을 고민한 뒤 직장에 알렸다.


그냥 쉬고 싶어서 그만두겠단 말은 차마 하지 못해, 적당한 퇴사 사유를 지어냈다.


일련의 과정들이 때로는 괴롭기도 했지만, 그동안 걱정을 몰아해서 그런지 막상 퇴사하고 나니 그저 홀가분했다.


고민하는 6개월간 내 검색창에는 퇴사와 관련된 검색어들이 늘어났다. 퇴사 전 알아야 할 점, 퇴사 시 주의할 점 등등.


퇴사를 고민 중이신 분들을 위해, 내가 알아보고 유용하게 사용한 세 가지를 공유한다.

1) 마이너스 통장 만들기.


- 30대. 돈의 무서움을 아는 나이다. 퇴사 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사실 모아 둔 돈이 있었기에 고민했지만,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해줄 것 같았다.


퇴사 후 직장이 없으면 대출받기가 어렵고, 총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에 은행으로 달려가 마이너스 통장을 신청하러 갔다.


주거래 통장이 우리은행이라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은행을 찾아갔다.


대기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렸다. 점심시간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결국 그날 점심은 포기했다.


한참을 기다리자 내 차례가 오고, 직원분이 기다리고 있는 창구로 갔다.


웃기게도 은행에서 직접 신청할 경우, 챙겨 와야 할 서류들이 있다고 했다.


대책 없이 신분증만 챙겨 온 내가 당황하자 혹시 ‘은행 앱’이 핸드폰에 깔려있는지 물어보셨다.


은행 앱에는 자동으로 내 신용점수를 계산해서 몇 번의 터치 후 바로 승인이 됐다.


2) 건강보험 : 부모님 앞으로 돌리기.


- 나 같은 경우 감사하게도 아버지가 아직도 일하고 계셔서, 아버지 밑으로 피부양자 신청을 했다.


건강보험공단에 전화했더니 몇 가지 서류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청하여, 웹서핑을 통해 빈칸을 채우고 모바일 팩스로 전달했다.


3) 연금보험 : ‘저소득 지역가입자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제도’ 신청하기.


- 국민연금공단에서 전화해서 최저금액인 ‘9만 원’으로 변경해달라고 얘기했다.


수입이 없으면 일시 중단을 신청할 수도 있는데, 연금보험을 최소 금액이라도 내고 싶었다.


다행히 연금보험의 경우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되었다. 미리 준비한 나 자신을 스스로 칭찬했다.


그런데 무사히 전화를 끊고 조금 있다가 국민연금공단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올해 7월부터 ‘저소득 지역가입자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제도’가 시작되는데, 자신이 납부를 취소해 줄 테니 기다렸다가 신청하라고 알려주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제도’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중 실직, 사업 중단, 휴직의 이유로 ‘납부를 예외’ 한 경우, 지자체에서 월 보험료의 50%(최대 4만 5천 원)를 생에 12월까지 지원해주는 제도다.


나는 그분의 도움으로 월 지출 중 4만 5천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분에게는 참 고맙다.


참고로, 건강·연금 보험의 경우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변경되는데 약 한 달이 걸렸다.


처음 건강보험공단과 연금보험공단에 전화했을 때, 전 직장에서 처리를 안 해줘서 기다리라고 안내해줬다.


이건 그냥 조금 기다리니 자동으로 변경되었다.


4) 퇴직금 수령 방법 알기


- 나는 처음에 퇴사하면 자연스럽게 통장에 퇴직금이 꽂히는 줄 알았다.


우리 회사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퇴직금 운영 현황이 메일로 오는데 첫 메일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한 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거의 비슷한 내용이라서. 사실 어떤 상품에 가입되어 있는지도 잘 몰랐으나 수익률이 낮지 않아 그대로 뒀다.


퇴직금의 경우 직원들이 퇴직금의 유형을 변경하여 재테크 수단으로도 사용하고, 각자 상황에 맞게 운용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자고로 퇴직금만큼은 안정적인 게 좋다는 생각이었다.


팀장님 및 직원들과 인사까지 끝내고 인사과에 퇴직 문의를 하자, 퇴직과 관련하여 메일을 하나 보내주었다.


그런데 직장인 IRP(개인형 퇴직연금)? 퇴직금을 받으려면 그런 걸 가입해야 한단다.


다행히 검색의 힘을 빌려 퇴직 전 가입할 수 있었다. 메일 대충 확인했다간 퇴직금도 늦게 받을 뻔했다.


아, 물론 안 주진 않는다.


혹시 나처럼 IRP가 무엇인지 모르는 직장인이 계신다면, 이번 기회에 ‘검색의 힘’을 빌려 알아보시길 바란다. 세액공제 혜택도 받고 재테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자 이제 퇴사도 했고, 퇴사 전·후 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일도 끝났다.


이제 나는 퇴사 후 무엇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