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3살, 퇴사 후 나는 무엇을 하기로 했을까?

by 항상 나른


[2] 33살, 퇴사 후 나는 무엇을 하기로 했을까?


퇴사를 고민하는 6개월간, 퇴사 후의 계획도 열심히 세웠다.

일단 제일 중요한 건 퇴사 후 1달 무조건 쉬기!


나는 이직이 아닌 퇴사를 결심하였는데, 이미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바로 일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나의 생활은 많이 무너져 있었다.


남자 나이 33살.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지금까지 산 날보다 더 많은 나이.


‘이대로 퇴사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퇴사 후 아래와 같이 열심히 계획을 세웠다.

자기 계발 : 자격증.

재취업 준비 : 토익 점수 만들어 놓기, 틈틈이 회사 검색.

휴식 : 여행 가기.

건강 : 다이어트, 운동.

기타 등등…….


계획이 하루에도 수 번씩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당시 나는 퇴사를 정당화할 ‘변경 거리’를 찾고 있었다.

내 마음에 솔직해지자.


'그냥 쉬고 싶다.'


정말 간절하게 휴식이 필요했다.

세웠던 계획에 찍찍 선을 그었다.

자기 계발 : 자격증.

재취업 준비 : 토익 시험 다시 보기, 틈틈이 회사 검색하기.

휴식 : 여행 가기.

건강 : 다이어트, 운동.

기타 등등…….


결국, 1년간 쉬기로 했다.


마음을 바꾸니, 생활이 즐거워졌다. 이제는 퇴사를 정당화할 이율 찾지 않아도 되었다.

대신, 퇴사 후 어떻게 쉴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렇게 즐거울 수가. 이전과는 다르게 계획을 세우는 내내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았다.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우선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


그 당시 나는 부모님 집에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괜히 눈치가 보일 것 같았다.


'그래. 독립하자.'


전국의 부동산이 가격이 물이 오른 상태였지만, 내가 있는 지역은 비교적 저렴한 곳이라 충분히 독립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통장에 모아놓은 돈도 있고, 혹시 몰라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했다. 무서울 게 없었다.

'혹시나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사용한다고 해도 1년 정도는 퇴직금으로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경우, 2년 전 구매한 오래된 빌라를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전세를 준 상태였다. 기간이 아직 4개월가량 남아있었다.


퇴사 후 당장 독립하고 싶었던 나는 ‘네이버 부동산’, ‘다방’, ‘피터팬’ 등 저렴한 집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혼자 사는데, 작은 원룸 정도면 충분할 듯싶었다.


보증금은 어차피 다시 돌려받는 돈이고, 1년 정도의 월세는 나를 위해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완전한 자유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집 5분 거리에, 2년 정도 된 신축 원룸이 전세로 5천만 원에 나왔다.


5.5평의 작은 원룸. 이 정도면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저렴한 금액이었다.

여기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월세가 나간다지만, 보증금을 저렴하게 하고 여유 있게 생활할까?

전세금은 어차피 돌려받는 금액이고, 한 달에 최소 30만 원이면 일 년에 36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는데? 당연히 전세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혼자서 일주일을 고민했다.


답은 의외의 곳에서 찾았는데, 어머니와 함께 식사하던 중 무심코 고민거리를 털어놨더니 내일 한 번 같이 가보자고 하셨다.


나는 급하게 유튜브를 이용해 ‘전세 사기당하지 않는 법’을 달달 외웠다.


등기부 등본 직접 확인하기.

집주인에게 계약금 및 전세금 직접 이체하기.

부동산이 대리인으로 계약할 경우, 집주인과 통화가 가능한지 확인하기.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기타 등등…….


다음 날, 어머니와 함께 부동산을 방문했다.


직접 원룸에 가보니 상태가 생각보다 더 괜찮았다. ‘풀옵션’에 건물 상태도 깔끔했다.


공인중개사분이 1개를 추가로 보여주셨는데, 1평 정도 큰 원룸은 천만 원이 더 비쌌다.


1평에 천만 원인 셈이다.


아직 세입자가 나가지 않아 짐이 그대로 있었는데, 가격도 그렇고 집안 상태도 처음 알아봤던 집이 더 마음에 들었다.

부동산으로 돌아와 어제 준비한 내용을 모두 확인해 보자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공인중개사분이 내가 말하기도 전에 모두 확인해 주셨다.

등기부 등본 마침 오늘 방문한 분이 계셔서 떼놨다고 보여주셨다. 깨끗했다.


'위임장'과 '건물주 신분증', 엑셀로 정리된 건물관리현황까지 보여주시며 이 건물을 처음부터 자신이 직접 관리했다고 말하셨다.


내용을 밝히진 않겠지만 건물 상태를 꼼꼼하게 정리해놓으셨다.


건물 주인분이 서울분이신데, 대출을 원하지 않으셔서 일부 원룸을 전세로 내놓은 거라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설명을 들으시더니 대뜸 계약하자고 얘기하셨다. 우유부단한 성격의 나는 어머니의 결단력에 크게 놀랐다.


솔직히 말하면 전날 원룸 전세 사기를 워낙 열심히 찾아봐서 그런지 계속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밤새 사기당한 사례만 계속 봤으니…….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마음먹고 사기 치면, 나 같은 일반인이 하루 준비해서 피해 갈 수 있을까?’

결국 공인중개사 분과 얘기를 끝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했다. 건물 주인분께 계약금까지 보냈다.


계약 전에 건물 주인분이 전화를 받으셨었는데, 마음을 정하고 다시 전화하자 받지 않으셨다.


공인중개사분께서 건물 주인분이 일하시는 시간이라 문자를 남겨 놓으라고 하셨다.

지금은 건물 주인분과 몇 차례 통화했지만, 이때는 깜빡하고 연락을 안 했었다.


참고로 추가로 봤던 6천만 원짜리 원룸도 내가 계약하고 2일 후 계약됐다.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망설이다 계약도 못 할 뻔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잔금을 치르고 입주 일자가 다가왔다.


입주하는 날.


바로 동사무소에 방문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았다.


퇴사까지는 보름 정도가 남았고, 짐은 천천히 옮기기로 했다.


이제 1년은 정말 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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