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노동후의 얻을수 있는 것
독서는 종종 가벼운 취미라 부르기도 한다.
커피 한 잔, 조용한 음악,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겉모습만 보면 독서를 하는 풍경은 참 다정하다.
하지만 책을 진득하게 읽어보게 되면 알수 있다.
독서가 결코 편안한 일만은 아니라는 걸.
좋은 책일수록 문장은 쉽게 지나가지 않고,
한 문장을 읽고, 고개를 들게 만들기도 한다.
방금 읽은 문장이 내 안의 이런 저런 생각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이해했다고 생각한 대목에서 다시 멈추고,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어, 정말 그런가?”
"이런 일이 있었구나."
“나는 이렇게 살아왔던가?”
"이런 행동은 어떤 마음에서 나오게 된걸까?"
독서는 눈만 사용하는 일이 아니다.
생각을 끌어오고, 기억을 불러내고, 때로는 애써 덮어 두었던 감정까지
책상 위로 올려놓는 일이다.
그렇게 읽다 보면 얼마 후 피곤해진다.
페이지는 잘 넘어가지 않고, 집중력은 쉽게 흐트러 진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 말이 자주 나오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 고된 일을 계속 반복할까.
독서는 즉각적인 보상을 주지 않는다.
읽는 순간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차이가 드러난다.
말을 아끼게 되고, 판단을 서두르지 않게 되고,
확신 앞에서 한 번 더 멈춰 서게 된다.
이 변화는 속도가 빠른 콘텐츠에서는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천천히 읽고, 자주 멈추고, 다시 돌아보고, 문장과 씨름한 경우에 남는 감각이다.
독서는 답 보다는 질문을 남긴다. 그런데 그 질문이 오래 간다.
불편한 채로 남아 돌고 돌아 생각을 다시 부른다.
그래서 독서는 읽는 순간보다 읽고 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어느 순간 부터 독서를 편안한 취미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운동처럼 생각의 체력을 기르는 일에 가깝다고 느낀다.
고된 노동이지만,
시간을 견뎌 내게 되면 우리의 생각은 조금 덜 흔들린리고 지켜낼 수 있다.
오늘도 책을 펼친다.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생각이 너무 쉽게 닳아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독서는 여전히 힘들다. 그래도 이 정도의 수고라면, 나는 기꺼이 감당할 수 있다.
이 노동이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