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으로 읽는 최태성의 최소한의 삼국지.

고즈넉한 장소에서 귀로 읽는 독서

by 마이진e

밀리의 서재에 신간 알림을 보고 망설임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른다.


최소한의 삼국지.

어릴 적, 깨알 같은 글씨의 삼국지를 집중해서 읽던 기억이 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마음속에서 불러보던 시간들.


처음 삼국지를 읽을 때는 전쟁의 서사가 주는 흥미와 재미가 있었다.


누가 이길지, 어떤 계략이 더 치밀한지에 마음이 쫄깃한 긴장감이

글속으로 빠져 들게 하기도 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자 전략이 보였고, 그다음엔 말 한마디,

선택 하나에 담긴 사람의 태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삼국지는 사람들의 삶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강한 사람도 있었고, 약한 사람도 있었으며, 끝까지 남은 사람도,

중간에 사라진 사람도 있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능력의 크기라기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래서 이 책을 활자를 쫒아서 ‘읽는다’기보다 ‘귀로 읽어 본다.


이 책은 삼국지를 새롭게 해석하기보다

내가 오랫동안 삼국지를 읽으며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생각들을

엑기스만 골라 차분히 정리해주는 느낌에 가깝다.


전투 이야기보다 사람을 더 선명하게, 선택은 더 또렷하게 그려준다.


유비를 통해서는 왜 가진 것이 없던 사람이 끝까지 사람을 잃지 않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고, 조조를 통해서는 능력으로 조직을 세웠지만

그 마음속엔 왜 늘 불안이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제갈량을 다시 바라볼 때는 완벽함이 지나쳐 모든 것을 정리해냈지만

그가 스스로에게 남긴 고독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 책은 삼국지를 요약한 책이지만 결코 가볍게 줄인 책은 아니다.


삼국지를 좋아해 온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던 감정과 생각들을

한 번 더 또렷하게 만들어준다.


흩어져 있던 인물들의 얼굴이 정리된 장면처럼

그림처럼 다시 떠오른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삶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인물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 온다. “너는 어떤 사람의 편에 오래 머물고 싶으냐”고.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삼국지를 다시 읽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삼국지를 좋아했던 나의 기억과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얻었던

통찰을 다시 한 번 복습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눈으로 활자를 좇지 않아도, 귀로 듣는 최태성 선생님의 입담 속에서

영웅들의 삶과 그 안에 담긴 처세와 태도를 차분히 배우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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