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 쇼나곤의 -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세이 쇼나곤.
일본 헤이안 시대의 귀족 여성 이자
대표적인 여성작가,
당시 일상과 감성을 담은 개인적 기록의 시초로 기록.
감사는 거창한 일에서 오지 않는다.
감사는 때때로, 아주 작고 사소한 틈에서
조용히 나타나 자리를 차지한다.
아침 햇살이 커튼 틈으로 스며들 때,
찻잔에서 피어나는 김을 멍하니 바라볼 때,
길가에 핀 조그만 들꽃 하나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할 때.
그 순간, 마음 안에 ‘참 좋다’는 말이
작은 숨처럼 올라선다.
세이 쇼나곤.
천 년전, 일본 궁정의 여인이었던 그녀는
‘기뻤던 일, ‘기분 나쁜 일’,
‘예쁘다고 느낀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그녀는 말한다.
“아주 하찮고 덧없는 것들이,오히려 하루를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우리는 종종 큰 사건,
눈에 띄는 변화, 극적인 순간들 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그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는다.
하루를 살아내는 힘은
오히려 조용히 스쳐가는 찰나에 있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 안에 작은 수신기가 필요하다.
나는 문득,
쇼나곤이 적어두었을 법 한 장면들을 떠올려 본다.
비 오는 날, 우산을 펴는 소리.
구운 고구마를 반으로 갈랐을 때의 뜨거운 김.
바스락거리는 이불 속에 들어갔을 때의 포근함.
빵집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애착 간식을
살수 있던 때의 소소한 기쁨.
그녀라면, 아마 이런 것들도 적어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감각들이
그녀의 하루를 단단하게 붙들어줬을 것이다.
감사는 어떤 사치나 여유가 아니다.
감사는 살아내기 위한 기술이다.
우울을 몰아내는 작은 등불이고,
지친 하루의 마무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말.
감사하는 마음은
무언가를 억지로 긍정하려는 의지가 아니다.
세이 쇼나곤은 불쾌했던 일도 적었고,
짜증났던 일도 솔직히 적었다.
그녀는 감정을 꾸미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그 가운데 빛나는 조각들을
정성스레 골라 적었다.
그게 바로, 감사의 시작이었다.
살다 보면,
우리가 ‘큰 것’을 놓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작은 것’ 부터 무뎌지는 거다.
모퉁이 꽃가게에 놓인 이름 모를 화분 하나,
누군가 무심히 던진 따뜻한 말 한 줄,
이런 것들이 오늘 하루의 중심이 되어줄 수 있다.
그 작은 순간을 알아보는 눈,
그게 바로 세이 쇼나곤이 가진 힘이었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아주 조용한 연습이다.
하루를 끝내며
좋았던 순간 하나만 적어보는 것.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지금 이 순간이 좋다’고 속삭이는 것.
감사란 그렇게,
살며시 쌓이는 마음이다.
그 작은 마음들이 모여
어느 날, 우리를 다시 살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