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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보다 더 조용한 언어, 비폭력대화

감정을 나누는 연습, 말이 아닌 마음으로

by 마이진e

형식은 단순하지만,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비폭력대화의 속으로


비폭력대화란 무엇인가


비폭력대화는 단지 상처 주지 않기 위한 말투가 아니다.

마셜 로젠버그는 그것을 ‘삶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매일 하는 말이, 누군가를 살릴 수도, 닫게 만들 수도 있기에

그는 말 위에 철학을 놓았다.


비폭력대화는 네 가지로 이루어진다.

관찰—감정—욕구—요청.


폭력대화의 4가지 핵심 원리 요약 해 보면

1. 관찰(Observation) – 평가가 아닌 사실에 주목하기

ex. “당신은 너무 게으르다.”

→ “당신이 이틀 연속 약속 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했어요.”

2. 느낌(Feeling) –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기

ex. “그래서 저는 좀 서운하고 답답했어요.”

3. 욕구(Need) – 그 감정 아래 있는 충족되지 않은 필요 밝히기

ex. “저는 약속을 지키는 걸 중요하게 여겨요."

→ “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어요.”

4. 요청(Request) – 강요가 아닌 명확하고 구체적인 요청하기

ex. “앞으로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알려줄 수 있을까요?”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금의 감정을 솔직히 느끼고,

그 감정 아래 자리한 욕구를 인식하며,

마지막으로 부드럽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것.

우리는 흔히 반대의 순서를 따른다.


사실을 일반화하고, 감정 대신 판단을 내세우며,

욕구는 숨기고, 대신 명령하거나 침묵한다.


로젠버그는 이 네 단계를 통해 비난에서 연결로,

두려움에서 공감으로, 우리의 언어를 다시 배우자고 말한다.


그는 묻는다.

"우리가 지금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연결인가? 아니면 통제인가?"

그 질문 하나로,

내가 평소에 어떤 말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조용히 들여다보게 된다.


타인과 연결하는 대화


세상에서 가장 큰 오해는 말 때문에 생기고,

가장 깊은 상처도, 말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다가가면서도

무의식 중에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다.


하지만 로젠버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당신의 말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들이 느낀 감정과 이해된 욕구에 반응할 뿐이다.

그 이 문장을 들여다보며

나는 누군가를 설득하려 애쓰기보다,

그의 감정과 욕구에 귀 기울였던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돌아보았다.


비폭력대화는 타인을 이해시키기 전에,

먼저 이해받고자 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왜 저렇게 말하지?’ 대신 ‘저 말 뒤에 어떤 마음이 있을까?’를 떠올리는 것.

감정이 거세게 튀어나오는 상황일수록,

‘이 사람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 걸까?’

‘내가 지금 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자신을 붙드는 연습.


그렇게 말은 무기가 아니라, 다리가 된다.

그 다리를 건너, 우리는 다시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


내게 하는 말도 대화다


가장 자주 듣는 목소리는, 내 안의 목소리다.

아무도 없을 때, 나에게 건네는 말.

그것은 때로 너무 매몰차다.


"왜 그걸 또 못했어?" "항상 너는 그래."

"네가 뭘 잘하겠니." 그 목소리가 하루를 짓누른다.

다정한 말은 세상에 양보하고,

가장 가혹한 말은 나에게 남긴 채로.


로젠버그는 말한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비폭력적으로 바꿔야 한다.

자책은 해결이 아니라 회피의 다른 이름이다.”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내 안에서 있던 나를 다시 돌아보았다.


실패했을 때, 실망했을 때,

사실 내가 듣고 싶던 말은 ‘왜 그랬냐’가 아니라

‘지금 얼마나 속상하니’였다는 걸.


자기 자신에게도 욕구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 욕구는 약함이 아니라 생명력이라는 걸

말해주는 언어가 필요하다.


앞으론 조용히 나에게 물어보려 한다.

"지금, 뭘 필요로 해?"

"괜찮지 않다면,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돼."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조금 가벼워진다.


폭력, 그리고 진짜 감사에 대하여


폭력은 손짓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표정한 얼굴, 차가운 말투, 무심한 무관심—

이 모두가 관계의 틈을 만든다.


하지만 반대로, 감사 역시 표정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진짜 감사는 정확한 관찰과 진심 어린 영향을 담아야 한다.

로젠버그는 말한다.


고맙다는 말조차 때론 지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상대를 조종하거나 칭찬으로 통제하려 할 때,

그 감사는 공허하다.


그래서 감사에도 구조가 있다.

“당신이 ___ 해주었을 때, 나는 ___을 느꼈고,

그 덕분에 ___할 수 있었어요.”


예컨대,

“당신이 오늘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줬을 때,

나는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 덕분에 오늘 하루가 훨씬 따뜻했어요.”

말은 구체적일수록, 마음에 오래 남는다.

그 말은 상대방을 성장시키고,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비폭력대화는 말의 기술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언어의 연습이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의지, 스스로를 품으려는 용기,

그리고 모든 말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다정한 태도.


그것이 말의 시작이자,

우리가 연결을 잃지 않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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