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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수준 깔딱고개 넘어가기

도전100독 4단계 깔딱고개는 넘어가다.

by 마이진e

비 오는 날, 독서 아직도 135쪽

비가 내린다.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와

살짝 불쾌감을 머금은 날씨


선풍기가 느릿하게 돌고,

창밖에서는 처마 끝 물방울이 쉼 없이

떨어지고 있다.

딱히 좋은 날도 아니고, 나쁜 날도 아니다.

하지만 습기와 함께 몸도 마음도 눅눅해졌다.


책상 위에는 이덕일의 한국통사.

표지가 살짞 무거운 분의기의 색이다.

처음 이 책을 꺼내 들었음을 땐

'이거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부터

들었다. 일단 읽기로 한다.

일요일 아침 독서토론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책을 읽어 나간다.

나의 역사에 대한 무지를 잘 알고 있다.

특히나 역사에 대해선 다른 분야보다는

더 무지한 것 같다.

가끔 역사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접해 보는 지식이 전부일 뿐이다.

책을 선택하더라도 굳이 라며 역사책은 언제나

후순위 밀려 나곤 했다.


사실 제대로 읽은 역사책이 몇 권이나 될까.

읽고 나면 조금 덜 무지 해질 수 있을까.

그런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겨 간다.

하지만 마음처럼 속도는 나아가지 않는다.

135쪽.

전체 540쪽 중 4분의 1 지점.

처음엔 책장이 술술 넘어갈 줄 알았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무겁고, 문장이 죽 이어져

조금 버겁기도 하다.

아마도 역사적 지식이 짧은 탓일지도 모른다.

중간에 접어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도전했던 마음으로 인해

멈추기엔 이미 늦어 버렸다.

음,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표현 하라 하면

우스갯 소리로 깔딱 고개라는 표현이 적정

할 것 같다.

알면 알수록 잘 알지 못하던 역사 속 사건들에

부끄러워지고, 묘하게 나를 다시 책장을 넘겨

가게 만들어 간다.

편협, 편견, 초기에 김부식의 삼국사기 속

전체적인 기록을 어떤 관점에 맞추어 기록을

했다는 점이다.

누락, 잘못된 기록, 승자의 관점에서의

왜곡 등 곳곳에 사실들이 아귀에 맞지

않아 후대에서 기록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들.

결국엔, 일부 역사 속 이야기는

내가 지금까지 봐온, 사실이 아니라 편견

아니었나 싶다

학창 시절엔 국사책을 들고서 입시용으로

달달 외워 대기만 했다.

'왜 우리는 어떤 인물은 영웅으로,

어떤 사건은 당연하게만 배워왔을까.'

저자 이덕일의 문장은 다소 냉소적으로

현실적으로 지적한다.

그의 시각은 때론 거칠지만, 명확하게 한다.

내가 익숙하게 생각해온 역사와는 조금 다른

점들도 있었다.

편협했던 나의 역사관

그 생각의 끝에 살짝 금이 가기 시작한다.

종종 책을 읽다가 책상 앞에서 딴청을 부린다.

물 마시러 부엌에 가고, 소위 딴짓도 해보고

그러다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다.

선풍기의 예약시간이 종료된 걸 몰랐다.

창문을 열면 끈적한 바람이 밀려온다.

그래도 일단 책장을 넘긴다.


이 책은 나에게 속도를 요구하지 않았으나.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살짝 스스로 압박을

가해 본다.

내가 굳이 이렇게 역사책을 읽는 이유는 뭘까.

이 나이에 취직을 위해서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실상은 자의와 상관없이 읽게 된 도전 100권 중

선정도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 나가며 무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어쩌면 '편협함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꾸준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살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실제와 다른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역사는 그래서 어렵기만 하다,

그렇지만 일부분에 있어서는 참 매력적이다.

비가 그쳤다. 오늘도 50쪽을 넘겼다.

더디지만, 나아가고는 있다.

조금씩 조금씩 나의 시선이 바뀌고 있을 뿐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듯이

책을 덮고 나면 또 하루가 저문다.

일단. 늦은 저녁시간 계속 읽어 나가며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책과의 씨름을 해보련다.

독서 토론에서는 잠시 관전 모드로 돌입하자.

그래도 최선을 다해 이 책에 집중해 보련다.

깔딱 고개는 일단 넘고 보아야 한다.

각 단계별로 나의 독서 수준을 가늠하게 된다.

나의 수준을 알아 간다는 것은 중요한 지점이다.

체계적인 독서 프로그램에 발맞추어 나가는

이 시간을 감사해가며 오늘도 책장과의 씨름

나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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