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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Mar 29. 2023

대인관계의 기초: 성격의 변화와 발달

심리탐험가 김홍채의 칠순 기념 글 모음집(대인관계 심리 탐구)


1편 대인관계의 기초: 성격의 변화와 발달

 

성격의 변화와 발달, 그 시작은/ 18

유아기, 아동기의 변화와 애착/ 22

청소년기와 정체성 문제/ 30

성인기 이후 성격의 변화/ 37

성격과 수명, 장수하는 사람의 성격?/ 45

성격의 생애발달과 노년기 적응/ 52

  



성격의 변화와 발달, 그 시작은




[취업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기 분석을 해본 A와 B 두 사람]


[A는 자기 자신을 ‘생각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타입. 행동은 빠르지만 경솔한 단점도 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로 부터도 ‘활동적’ ‘적극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났던 친척으로부터 ‘어릴 때부터 성급하더니 변하지 않았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라더니……’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모에게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더니 ‘어릴 때부터 가만히 기다리지 못하고 말이 빠르고,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발보다 마음이 앞서는 아이였다’라는 에피소드를 들었습니다.

한편 B는 자기 자신을 ‘동아리의 부회장을 맡아, 회장과 다른 회원과의 중간 역할을 하고, 회원들의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상담을 해 주는 등 대인관계 면에서 조정자 역할을 주로 했다. 나는 보살피고 도와주는 것을 잘한다.’는 것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의 친구관계를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사교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중학교까지는 적극성이 없고 눈에 띄는 것을 피해왔었습니다. 부모에게 물어보아도 ‘낯가림이 심하고 집에서만 활개 치는 아이였다. 유치원 숙박체험에서는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선생님이 아이를 데려가라는 전화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릴 때의 행동특성은 A와 같이 장래의 성격을 예측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B와 같이 나이가 들고 경험에 의해 변화하는 것일까요?

  여기서는 신생아에서부터 청년기까지의 행동특징의 개인차와 나이에 따른 변화를 발달의 측면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질이란


 출생 직후부터 관찰 가능한 행동상의 개인차를 ‘기질(temperament)’이라는 개념으로 다루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질의 연구는 현재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어 정설로 굳어진 것은 없습니다만 (1) 발달 초기부터 나타나는 행동상의 개인차이고 (2)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지속되면 그 기간 동안은 유사한 상황에서 일관된 경향을 가지고 (3) 몸 안/밖의 여러 환경요인과 상호작용에 의해 변화하거나 안정화하고 (4) 개인의 성격 초기 특성을 형성하는 것의 4가지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Thomas와 Chess(1968)가 수행한 뉴욕종단연구(NYLS)에서, 136명의 아이들을 생후 5년간 그리고 청년기(18~24세)로 나누어 각각 추적하고, 부모 면담, 아이들 대상으로 한 테스트와 관찰, 나아가 유치원 교사에 의한 평정 등을 하여 아이들의 생득적인 특징에 대하여 연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부모를 대상으로 한 면접에서 유아의 일상장면에서의 행동특징을 9개의 기질특성(활동 수준, 주기의 규칙성, 순응성, 접근/회피, 자극에 대한 역치, 반응강도, 기분의 질, 주의력 결핍, 주의의 범위와 지속)으로 평정하였습니다. 나아가 이 9개의 기질특성의 조합으로부터 3개의 기질 타입으로 분류하고, Easy Child: 40%, Difficult Child: 10%, Slow-to-Warm up Child: 15%, 이런 분류에 들아 가지 않는 평균적인 아이: 35% 라고 보고하였습니다.


 이 뉴욕종단연구는 기질연구의 선구적 연구로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종단연구가 행해진 1950~1960년대 미국은 행동주의 심리학이 성행하던 시기로서 ‘출생보다는 양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부모의 관여와 양육 방식이라는 환경요인이 자녀의 행동 개인차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장기간에 걸친 종단연구는 아이들의 행동에는 양육이라는, 환경과는 다른 생득적인 특징이 있다고 하는 것을 실증적으로 검증하여 이후 기질에 관한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신생아기부터 나타나는 행동의 개인차


 신생아기는 생후 1개월의 짧은 시기이지만 가장 급격하게 발달을 하는 시기입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라고 하더라도 자주 우는 아기도 있지만 그다지 울지 않는 아기도 있고, 손발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아기, 움직임이 적은 아기 등 행동패턴에 차이가 있습니다. 신생아의 행동은 어떤 특징을 나타낼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앞에서 거론한 Thomas와 Chess(1968)의 연구에서는 유아기의 아이들 행동을 부모의 면접에 기초하여 평정했었기 때문에 아이의 기질이 순수하게 드러난 것이 아니라 부모의 bias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지적되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직접적으로, 나아가 생후 즉시 아이의 행동을 파악하는 방법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신생아 행동특징을 측정하는 검사로서 미국 소아과 의사인 브레즐톤 박사가 개발한 브레즐튼 신생아 행동평가척도(Brazelton Neonatal Behavioral Assessment Scale: BNBAS, 1973)가 있습니다. 이 검사는 신생아를 개성을 가진 인격체로 다루어 신생아와 환경과의 관계를 통하여 신생아의 행동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브레즐튼 신생아 행동검사는 신생아의 다양한 행동과 신경학적 평가를 통하여 아기의 기질을 예측하고 부모에게 알맞은 양육방법을 조언하기 위하여 1973년 브레즐튼에 의해서 처음 개발되었다가 1984년에 개정 출판되었다. 이 검사에 신생아의 신경학적 발달에 대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신경학적 발달에 대한 평가보다는 환경자극에 행동하는 신생아의 상호작용적 행동을 평가하는 데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검사에서는 생후 3일부터 생후 1개월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합니다. 검사는 18가지의 반사검사와 27가지의 행동관찰항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측정된 행동은 6개의 특성차원으로 분류됩니다.

(1) Habituation: the ability of infants to lessen their response to repeated stimuli. 불쾌자극에 쉽게 익숙해지는가?

(2) Orientation: 외부자극에의 반응성

(3) 운동 Control

(4) 흥분성: 자극에 대한 상태 향상성, 쉽게 우는가?

(5) 진정성: 흥분한 상태에서 쉽게 안정되는가?

(6) 자율계의 안정성: 피부의 색, 깜짝 놀람, 떨림 등의 빈도


 예를 들면 작은 소음에도 바로 눈을 뜨는 아기, 빛이나 촉각 자극에 민감해서 자극이 있으면 곧 우는 아기, 울음을 참는 아기, 또 울었을 때 쉽게 그치지 않는 아기와 곧 그치는 아기, 얼마나 심하게 우는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의 시간 차이 등 이러한 6개의 특성이 얼마나 강하고 약한가를 측정하여 6 각형의 프로필을 그리고 행동특징의 개인차를 기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필의 다양한 형태로부터 출생 직후 이미 행동특징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아기, 아동기의 변화와 애착



유아기에 있어서 행동 특징과 시간에 따른 변화


1) 종단연구에 의한 행동의 시간적 변화


 앞에서 태어난 직후부터 행동에는 개인차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만 그 행동 특징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일까요? 청년기나 성인기가 되어도 그 특징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유아기의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서만 변화해 가는 것일까요?

 케이건과 모스(Kagan & Moss, 1962)는 89명의 백인 아이들을 출생 시부터 성인기까지 종단적으로 조사한 Fels Institute’s longitudinal project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3세에서부터 아동기 청년기를 거쳐 성인기까지 일관되게 보이는 유일한 행동 특징은 행동 억제성(behavioral inhibition)이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3세부터의 일관성은 특히 남성에게 현저하다는 것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행동 억제성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나 낯선 장면에서 수줍어하거나 두려워하거나 겁을 내는 것과 같은 신중함을 의미합니다.


 케이건과 모스(1984,1987)는 새로운 종단연구를 통하여 이 행동 억제성에 관한 연구를 좀 더 진행하였습니다. 그들은 유아기 전기(1년 9개월~2년 7개월), 유아기 후기(5세), 아동기(7세)의 3회에 걸쳐 실험실 실험을 하여 여러 가지 색다른 상황을 부여하고 대상 아동의 행동을 관찰하고 행동 억제성의 정도를 평정하였습니다. (색다른 상황의 예: 알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다. 모르는 사람과 놀이를 한다 등)

 그 결과 생후 1년 9개월의 시점과 7세의 시점에서의 행동 억제성에는 강한 관련이 인정되어 1년 9개월의 시점에서 행동 억제성이 높았던 아이는 약 4명 중 3명이 7세가 되어서도 그 경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아가 객관적 지표로서 심박수와 그 변동성, 동공확대의 정도, 침 속의 코르티솔 분비량 등 생리적 지표도 측정하였는데 행동 억제성이 높을수록 색다른 상황에서의 생리적 반응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그들은 이렇듯 행동 억제성이 높은 아이들이 교감신경계의 활동 반응성이 높고, 자극의 역치가 낮다는 것, 즉 색다른 상황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대뇌생리학적 특징에 유전적인 영향이 있음이 시사되어 최신의 기술을 동원한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앞서 언급한 Thomas와 Chess(1968)의 뉴욕 종단연구(NYLS)에서도 동일한 대상을 추적해 나가면서 기질의 연구를 계속해 나갔습니다.

  그리하여 Thomas와 Chess(1986)는 출생 직후부터 나타난 기질이 나이가 들면서도 계속되는가 아닌가를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유아기에 보였던 기질은 1년 정도의 단기간에는 어느 정도 계속되지만 1세에서 5세의 유아기 후기 사이에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1세와 청년기(18~24세)의 사이에는 기질이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측정기간이 길수록 동일한 특징이 계속된다는 것은 주장하기 어렵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질의 안정성을 조사하는 연구는 1~3년 정도의 단기간에 한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의 하나는 기질을 측정하는 문제입니다. 어렸을 때와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동일한 기질이라도 표현되는 행동형태가 동일하다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 발달단계별로 측정방법이나 특정 척도가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연령에서 측정했던 것이 정말 동일한 특성을 측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재현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다 높은 신뢰성과 타당성을 가진 기질 측정방법이나 척도의 개발, 잘 짜인 연구 설계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애착 이론


   생후 반년만 되면 아기는 사람을 알아보게 됩니다. 항상 가까이서 자신을 돌보아 주는 양육자를 자신에게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과 구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정신분석 의사 볼비(Bowlby, 1969)는 생후 6개월 정도부터 아기에게 나타나는, 자신에게 중요한 인간과의 사이에 형성되는 정서적 연대(emotional bond)를 애착(attachment)이라 부르고 애착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Ainsworth와 동료들(1978)은 애착을 구체적으로 측정하는 방법, Strange situation procedure를 개발했습니다. 이 방법은 생후 12개월~18개월의 아이를 대상으로 한 8개의 실험장면에서 행동을 관찰하여 측정하는 것입니다.


 먼저 실험자가 어머니와 아이를 실험실로 안내합니다. 그다음 아래와 같은 절차로 아이의 행동을 관찰합니다.


(1) 실험자는 어머니에게 앉을 자리를 지시하고 퇴실한다.(30초)

(2) 어머니가 실험실 내의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아이는 완구를 가지고 논다(3분).

(3) 모르는 사람이 입실한다. 어머니와 모르는 사람은 각자 의자에 앉는다(3분).

(4) 어머니는 퇴실하고, 모르는 사람이 남는다(첫 번째 모자 분리).

(5) 모르는 사람이 아이에게 다가가서 어울리기를 시도한다(3분).

(6) 어머니가 입실하고(첫 번째 모자 재회), 모르는 사람이 퇴실한다(3분).

(7) 어머니가 퇴실하고(두 번째 모자 분리), 아이는 혼자 남겨진다(3분).

(8) 모르는 사람이 입실하고, 아이를 위로한다(3분).

(9) 어머니가 입실한다(두 번째 모자 재회).

(10) 모르는 사람이 퇴실한다(3분).


 아이는 실험실이라고 하는 친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두 번에 걸친 양육자와의 분리와 재회, 나아가 모르는 사람의 등장 등, 스트레스를 받는 체험을 합니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아이가 어떤 반응을 하는가, 특히 양육자와의 분리 장면과 재회 장면에서 보이는 아이의 반응의 개인차를 4개의 타입으로 분류합니다(아래 인용 글 참조).

 아이와 양육자 사이에서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면 양육자를 안전 기지(secure base)로 하여 탐색 장소를 넓혀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육자 이외의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신뢰감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해 나갑니다.

 한편 유아기에 형성된 애착이 불안정한 경우, 유아기와 아동기가 되어서도 친구 관계를 넓히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애착의 형성은 장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착의 개인차에 관하여 지금까지 중시되어 온 양육환경만이 아니라 아이의 기질의 영향을 중시하여 이 두 요인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타당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또 최근 애착 연구는 유아기 만이 아니라 청년기, 성인기 이후를 대상으로 하여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아기에 나타난 애착 유형의 특징과 청년기 이후의 연애와 같이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행동 유사점을 설명하는 연구 등(Hazan & Shaver, 1987; Kirkpatric & Davis, 1994) 생애발달의 관점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애착 유형 설명 인용 글]


1. 안정 애착(securely attached)


  아기들은 엄마가 있을 때에는 낯선 환경을 탐색하고 낯선 이를 수용하기도 하지만, 엄마가 나갈 때는 울거나 찾는다. 그러나 엄마가 돌아온 후에는 엄마를 환영하며 쉽게 진정하여 탐색과 놀이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엄마를 안전 기지로 이용하여 낯선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기들은 엄마가 곁에 없어도 엄마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었고, 엄마가 돌아오자 엄마를 안전 기지로 삼아 다시 놀이 등의 탐색 활동을 시작했다.


2 회피 애착(avoidant attached)


  아기들은 엄마가 나가도 전혀 관심 없이 놀고 별 저항을 보이지 않으며 낯선 사람을 엄마보다 비교적 더 잘 받아들여 친근하게 대한다. 나갔던 엄마가 다시 돌아와도 고개를 돌리거나 시선을 돌리는 등 무관심한 회피 행동을 보인다.


3 양면적 애착(ambivalent attached)


  아기들은 엄마가 곁에 있어도 낯선 상황에서는 탐색하지 않으며, 엄마가 나가면 몹시 고통스러워하며 막무가내로 울기 시작한다. 엄마가 돌아와도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하고 계속 울면서 반겨 맞이하지 않는 자세를 보이고, 안아 달라고 했다가 몸부림치며 내려 달라고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즉, 접근과 회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양가감정으로 보이며 엄마를 안전 기지로 인식하지 못한다.


4. 혼란(disorganized 또는 disoriented)


  이와 같이 세 유형으로 분류했지만, 같은 유형 안에서도 차이가 있으며 세 유형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 아기들이 있다. 메인과 솔로몬(Main & Solomon, 1990)은 분류될 수 없는(unclassifiable) 아기들이 어떤 공통점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고 '혼란'(disorganized 또는 disoriented)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아기들의 행동은 회피형과 양가형 특성을 같이 나타내 모순을 보인다. 엄마가 돌아오면 엄마가 온 것을 분명히 알아챘는데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엄마에게 다가가다가 곧 화를 내고 밀치기도 하고 엄마가 돌아온 것이 이상하다는 듯 어리둥절해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애착 [attachment] (심리학 용어사전,   2014. 4, 한국 심리학회)





아동기, 사춘기의 성격발달과 부적응 행동


  앞에서 살펴본 유아기의 기질 특징은 아동기, 사춘기가 되어서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발달심리학이나 발달 정신병리학의 분야에서는 기질과 문제행동이나 정신질환 등의 부적응 행동과의 관련 연구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여기서는 유아기의 기질이 아동기 이후의 부적응 행동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살펴본 Thomas와 Chess(1968)가 수행한 뉴욕 종단연구(NYLS)에서는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적응이 늦된 아이(Slow-to-Warm up Child)의 3 분류 구분과 그 아이들이 그 이후 나타내는 문제행동이나 정신질환과의 관련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청년기까지 기간 동안 부적응이 발현된 것은 순한 아이: 18%, 까다로운 아이: 70%, 적응이 늦된 아이: 40%로 나타났습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유아기 때부터 까다로운 아이는 그 이후 행동상의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순한 아이에도 문제행동이 나타나지만 까다로운 아이의 30%는 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환경에 따라서 문제행동의 출현이 달라질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행동 발생 시에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상황, 부모의 양육 등 많은 요인이 유의한 관련이 있다는 것, 또 발달 초기에 동일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좋은 양육태도와 어머니의 배우자에 대한 신뢰감 등에 따라 이러한 문제행동의 발현을 억제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아기의 아이 기질과 그 이후의 부적응 행동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해석할 때는 아이의 기질이 부모의 양육태도에 미치는 영향과 부모의 양육태도가 아이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의 상호 작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발달의 양방향 상호작용 모델(transactional model of development: Sameroff & Chandler, 1975)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순한 아이는 부모가 육아에 자신감을 가지기 쉬어 한층 더 아이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더 하고, 아이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까다로운 아이에게는 부모도 돌보는 데 힘이 들기도 하고,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데 실패하기도 하여 자녀의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엄격한 양육태도가 되거나 자신의 양육태도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아이와의 관계 악화와 발달에의 악영향 등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동일한 아이 기질이라도 부모의 수용태도와 부모의 환경, 상태, 그리고 부모 자신의 성격이나 기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Thomas와 Chess도 아이의 발달은 기질 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적합(Goodness of Fit)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와 정체성 문제




청소년기의 정체성 확립


 청소년기는 제2의 성징(性徵)에 따라 심신 모두 현저하게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고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성숙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아직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시기입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떻게 되고 싶은가?’ 등을 자신에게 질문을 해 가면서 진로나 직업의 선택도 하는 시기입니다.


 에릭슨(1959)은 생애발달의 관점에서 인간의 일생을 8개의 스테이지로 나누고 각 스테이지에는 체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유의 과제가 있다는 발달 단계설을 주장했습니다. 이 발달단계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기의 발달과제로 정체성(identity)의 발달에 관한 이론은 청소년기를 이해하는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체성이란 ‘자기 존재의 동일성과 독특성을 지속하고 고양시켜 나아가는 자아의 느낌(sameness & continuity)’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동일성(sameness)은 통합된 감각입니다. 그리고 연속성(continuity)은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는 시간 축 가운데 자기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입니다.


 예를 들면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여 정말 자신에게 맞는 직업인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노력을 하여 교사가 되었다고 합시다. 스스로 교사로서 노력하면서 의욕과 충실감을 얻고 또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서도 존경받고 인정받거나 하면 교사로서의 작업 정체성을 가질 것입니다. 즉 자신이 스스로 통합성이 있고, 자신의 행동은 과거부터 미래로 연결되어 있다는 책임을 느끼고 나아가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인정받을 자신이 생기는 것입니다.   


[자아정체성의 4가지 상태]


      마르시아(Marcia, 1966)는 정체성의 상태를 자기 나름의 목표와 신념에 기반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Commitment와 이 Commitment에 회의를 가지거나 다른 가능성을 검토했던 경험, 즉 Crisis의 체험 유무에 따라 4개의 정체성 상태(identity status)로 구분하였습니다(사진 도표 참조).


1. 정체감 유실(遺失, identity foreclosure)

 정체감 유실(혹은 정체감 폐쇄, 정체감 상실, 정체감 유질(流質), 정체감 조기 성숙) 상태는 충분한 자아정체성의 탐색 없이 지나치게 빨리 정체성 결정을 내린 상태를 지칭한다. 이 상태의 청년들은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으면서 자신의 삶의 목표를 확립하고 몰입한다. 이들은 흔히 부모가 기대하거나 선택한 생애 과업을 대안적 가능성의 검토 없이 수용한다.


2. 정체감 혼미, 분산(identity diffusion)

 정체성 발달의 필요성을 대면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정체감 혼미, 분산(혹은 정체감 혼란, 정체감 혼돈)이라는 아무 형태도 없는 상태(amorphous state)로 남게 되어 탐색이나 전념을 하지 않는다. 정체감 혼미는 청년 초기에 가장 보편적이지만 이것은 정체성 탐색과정의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하며, 그대로 방치해 두면 부정적 정체성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이 상태는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3. 정체감 유예(identity moratorium)

 정체감 유예 상태(혹은 일시적 정지)는 위기 상태에서 전념하지 않거나 전념 활동이 모호하지만 대안 탐색은 활발히 하는 상태이다. 삶의 목표와 가치에 대해 회의하고 대인들을 탐색하나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에 머물러 구체적인 과업에 관여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 상태에 속하는 청년들은 가장 적극적으로 정체성을 탐색한다. 유예기의 청년들은 안정감이 없으나, 많은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4. 정체감 확립(identity achievement)

 정체감 확립(identity achievement)은 네 개의 정체성 상태 중 가장 앞선 단계이다. Erikson 이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체성이 성취된 청년들은 삶의 목표, 가치, 직업, 인간관계 등에서 위기를 경험하고 대안을 탐색했으므로 확고한 개인적 정체성을 갖게 된다. 부모를 포함한 대인관계에 있어서 현실적이고 안정되어 있으며, 자아존중감이 높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높다


[마르시아가 정체감 확립 이론에서 주장하는 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0. 정체감 확립을 위한 역할 모델을 보여준다.
    - 각 분야에 전념하여 성공한 예를 보여주고, 교사나 다른 어른들 또한 확고한 모델이 되어 줄 필요가 있다.

0. 다양한 가치체계와 각각의 장단점을 탐색하도록 도와준다.
   - 각 교과수업에서 등장인물을 통해 모델을 발견하거나 가치 또는 문화 등을 체험하도록 도와준다.

0. 학생들이 자기 연령 수준에 맞는 무엇인가에 전념하도록 격려한다.
   - 대단한 것이 아닌 자신의 수준에 맞는 활동들이 중요하며, 한 가지 일에 전념하기로 하고 지키는 것은 성공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0.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다.
   - 정체감 상실이 정체감 확립보다 더 인정되는 문화권에서 오는 학생들도 있는데, 그런 학생들에게 정체감 추구를 강요하면 문화와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0. 정체감 형성의 지속적인 면을 인식한다.
   - 정체감 형성이란 일생동안 지속된다고 볼 수 있으며, 지속적인 자기 평가가 필요하다.   



 청소년기에 있어서 진학이나 취업이라고 하는 커다란 삶의 방식 선택은 망설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유예적인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해 가면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결정을 미루면서 정체성 혼미, 분산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에릭슨은 정체감 분산의 특징으로서 6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1) 친밀함의 문제: 소위 대인불안이 나타난다. 대인관계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고 고립되기도 한다.

(2) 시간적 전망의 혼미: 청년기가 지연되거나 연장되거나 하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시간체험’에 장애가 나타나는데 청년기에 가볍게 겪는 혼란일 수도 있고 심각할 수도 있다. 이 시간체험의 장애는 위험이 임박해 있다는 절박감과 생활 차원으로서의 시간 의식의 상실로 이루어져 있다. 청년은 어린 아기처럼 느끼기도 하고 회춘한 노인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 경우에 있는 청소년들은 '나는 더 이상 안 된다'거나 ‘죽어버리고 싶다 '는 절망감을 나타낸다.

(3) 근면함의 분산: 근로 감각의 붕괴는 주위로부터 주어진 또는 지시된 과제에 집중할 수가 없다. 한편, 무언가 한 가지에 꽂혀 다른 것은 신경도 안 쓰는 자기 파괴적인 몰입을 나타나기도 한다.

 (4) 부정적 동일성의 선택: 자기 가족이나 가까운 공동체로부터 적절하고 바람직한 것으로서 제시되어 있는 역할에 대해 경시, 증오를 갖는데,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또는 위험한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서 나타나는 경우이다. 예컨대, 폭력집단에 동일시하거나 그 역할에 기초를 둔 정체성—즉, 부정적 정체성—을 선택한다. 흔히 비행청소년 가운데서 많이 발견된다.

(5) 동일성 의식의 과잉: 내적 욕구와 냉혹한 외적 욕구에 끼여 역할 실험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될 때 동일성 의식(자의식)의 과잉이 나타난다.

(6) 선택의 회피와 마비: 모든 결정적인 선택이나 자기 정의를 회피하고 언제까지나 판단을 유보하여 자유로운 선택의 위치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소위 대학생 무기력증(student apathy)이다.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정을 추적해 보면 유예 상태로부터 혼미로 되돌아가거나, 정체성 확립에 도달한 사람도 갑자기 자신의 결정에 회의하며 유예나 혼미로 회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Harter, 1990a).

 정체성 탐색과 달성은 청소년기 만의 문제는 아니고 또 청년기에 한 번 달성하면 그대로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승진, 전직, 퇴직 등 여러 상황에서 새로운 모색과 재 확립을 반복하게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전 생애에 걸친 과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기까지의 발달과 성격: 마무리


 신생아기에서 청소년기까지의 행동특성, 개인차 내지는 나이에 따른 변화를 알아보았습니다. 기질은 본인의 행동 개인차를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주위로부터 다른 체험을 이끌어낸다 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초기부터 기질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그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합니다. 기질이 그대로 장래의 정체성을 예측하는 바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기질 영향을 받지 않는 정체성 형성도 없습니다.

유소년기의 자신의 행동 특징을 현재의 자신 행동 특징과 비교해 보면 자신의 기질 특징, 나이 듦, 경험의 축적에 따른 환경의 영향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자신의 희망 직업, 자신의 자질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때 힌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자기 이해의 깊이는 자아정체성이라고 하는 자기 존재 의미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성인기 이후 성격의 변화




1) 성격과 발달(성인기 이후)


 발달(development)이라는 단어의 어감상 아무래도 청년기 이후(성인기)의 인간의 변화를 발달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하다는 생각을 할 수 도 있지만 그렇다고 나이 듦(aging), 원숙함(maturing)이라는 표현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방향과 속도는 개인에 따라 다를지라도 모두 변화를 겪게 되고 그때그때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에서는 성인기 이후에도 발달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성인기 이후의 성격 특성


 지금까지 성격은 인지, 정서, 행동의 비교적 영속적인 패턴이라고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20~30년 간의 성격에 관한 종단연구가 진행되어, 성격 특성이 시간의 경과에도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는 증거도 확인하였습니다.

지금은 환경 자극에 반응하여 비교적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인지, 정서, 행동을 통제하는 것으로 성격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Roberts: 2009). 여기서는 성격과 자존감(self-esteem) 등의 일관성에 관한 종단연구를 포함하여 성격의 안정적인 측면과 연령에 따른 변화 측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성격과 그 안정성


 종래의 발달 연구에 있어서 성격의 일관성은 개인이 집단 안에서 차지하는 ‘상대적인 위치의 안정성(rank-order consistency)’으로 정의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면 정규분포를 나타내는 특성불안의 척도점수에 있어서 고득점에 위치하는 사람은 집단 내에서 상대적으로 불안 경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하여, 그 집단 내에서의 위치가 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특성불안은 일관성이 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성격특성의 집단 내의 위치는 장기간에 걸쳐 변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성격이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인생의 긴 경로를 거치면서 변화할 여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성격의 변화는 일정한 기간이나 특정한 연령대에 있어서, 어떤 특정 성격 요소의 집단 평균이 다른 시기의 집단 평균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은 수준을 나타내는 것,

즉 ‘집단의 평균 수준 변화(mean-level change)’로 정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외향성이라는 성격특성은 대학생의 경우, 다른 연령 집단에 비하여 약간 점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의 평균 수준 변화’는 성격의 연령에 따른 발달 연구에 있어서 ‘정상적인 생물학적 에이징 변화(normative-changes)’에 의한 성격 성숙의 지표로서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반면, 성격의 연령에 따른 변화는 중년기와 고령기에 자주 경험하는 사건이나 역할의 변화에 의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성격의 안정성에 관한 ‘상대적인 위치의 안정성’과 ‘집단의 평균 수준 변화’라는 두 가지의 개념은 동일한 종단연구에서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성격의 안정성에 관한 다양한 접근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최근에는 ‘상대적 위치의 안정성’ 분석 또는 ‘집단의 평균 수준 변화’ 분석이라고 하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추가하여 ‘개인이 각종 성격특성에서 보여주는 변화 정도(individual level change’와 ‘개인의 성격특성 프로파일 형상의 변화(ipsative stability-피험자 내 안정성)’를 포함하는 4 가지 측면의 성격 안정성(traits consistency)이 포괄적을 다루어지고 있습니다(Roberts & DelVecchio, 2000).


3) 성격 특성의 안정성


 ‘상대적인 위치의 안정성’은 일반적으로 일정기간을 사이에 두고, 여러 번, 동일한 성격 질문지를 동일 집단에 조사하여(검사-재검사 법), 두 번의 상관계수를 계산하여 평가합니다. 1차 테스트와 2차 테스트 간의 상관계수가 높으면 집단 내의 개개인의 위치 관계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개개인의 성격 특성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또는 ‘개개인의 특성은 시간 경과에 따라 변한다 하더라도 그 변화 양상은 집단 내에서 일정하다’ 하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낮은 상관계수는 ‘시간 경과에 따라 개개인의 성격특성이 변화했다’ 아니면 ‘성격 특성 변화 패턴이 개인 간에 차이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격이 변화하는지에 관한 종단 추적연구 가운데, 이처럼 ‘상대적인 위치의 안정성’을 지표로 한 선행연구는, 50세 이후에는 각종 성격특성의 일관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Roberts & DelVecchio, 2000). 아동기에는 0.4 정도였던 검사-재검사 상관계수가 30세에는 0.5를 넘어서고 50~70세에는 0.7 정도에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Trzesniewski, 2004).

또 이러한 집단 내의 상대적인 순위의 일관성은 성격 5 요인 모델(Big 5)의 하위 인자인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증 경향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고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60년간의 추적 범위 내에서는 출생 시기에 따른 생육환경(cohort) 차이가 성격특성 차이에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성격 경향이 아동기에서 성인기에 걸쳐서 직선적으로 ‘상대적인 위치의 안정성’을 증가시키고 노인기에는 변화가 없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자존감은 역 U자 곡선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Trzesniewski와 동료들이 합계 7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50건의 공개 논문 및 7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4 종류의 미국 내 대규모 연구, 이 2가지를 메타 분석한 결과, 비슷한 발달적 변화 경향이 도출되었고, 아동기에는 낮은 상관을 보이지만 사춘기, 청년기에 걸쳐서 상승하고 중년기부터 고령기에 걸쳐서는 다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지만 전체의 경향을 곡선으로 나타내 보면 아동기에서 사춘기에 걸쳐서 0.4 정도의 낮은 상관에서 0.5 정도로 상승하고, 대학시절부터 성인기 초기까지는 더욱 상관이 높아져 20대에 걸쳐서 0.6을 넘는 높은 상관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후로도 완만한 상승을 보인 다음 중년기에서 고령기에 걸쳐 낮아져 상관계수는 0.5를 밑돌게 됩니다. 이러한 역 U자형의 나이에 따른 변화는 조사 척도의 차이, 성별, 지역차 등에 의해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중년기에서 고령기에 걸쳐 왜 자존감이 집단 내에서 상대적인 순위의 일관성이 약해지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합니다. 아동기의 상관계수가 낮은 것은 조사 척도를 변경하면 개선되기 때문에 자존감 척도가 저 연령 측에 대해서는 충분한 타당성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고령기의 상관계수 저하는 중년기에서 고령기에 걸쳐서 발생하는 급격한 생활의 변화와 사회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건강상태 변화도 관여되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른 해석으로서는 에릭슨(1980)이 주장한 것처럼 개개인 사이에 노화나 죽음의 수용 방식에 관한 발달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자존감의 안정성이 일관되지 않게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긴 생애 단계를 감안했을 때, 성격특성도 자존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연속성과 변화의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연령에 따른 성격의 변화


 집단의 평균 수준을 지표로 한 성격특성의 연령에 따른 변화에 알아보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NEO-PI-R을 사용한 연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격 5 요인 모델(BIG 5)의 하위 인자는 신경증 경향, 외향성, 개방성, 친화성(조화성), 성실성의 5가지로 구성되는데 선행연구들은 각 하위 인자 별로 각기 다른 평균 수준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1) 개방성

 개방성의 연령에 따른 변화에 대한 횡단 연구 결과는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21세부터 60세까지 연령에 따라 부의 상관을 보고하는 연구도 있지만 18세부터 75세까지의 기간 동안 개방성과 연령과는 유의한 상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2) 성실성

 친화성과 마찬가지로 성실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높아지게 됩니다(Roberts et al., 2006). 복수의 횡단적 연구가 연령에 따라 성실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또 종단적 연구를 통하여 생애에 걸쳐서 성실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20대에 가장 현저하고, 30, 40, 50대에 완만히 높아진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Srivastava et al., 2003). 그러나 성실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자제심, 적합성, 좋은 인상, 강경성은 20대에서 70대에 걸쳐서 높아지는 반면, 책임감과 사회성은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Helson et al., 2002)


 (3) 외향성

 외향성의 연령 변화를 추적한 횡단 연구나 종단연구의 결과는 서로 모순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Roberts et al., 2006). 나이가 듦에 따라 외향성의 저하를 보고하는 것도 있지만 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 대학생 시절과 성인 전기에 외향성이 올라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처럼 모순된 결과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은 성 역할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춘기 후기에서 성인 후기에 걸쳐서 남성은 외향성이 높아지고 여성은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외향성의 다면적인 성질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외향성을 사회적인 장면에서의 우위성과 활력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Helson & Kwan, 2000). 이 두 가지의 외향성의 요소는 연령에 따라 다른 추세로 변화한다고 합니다(Roberts et al., 2006).


 (4) 친화성(조화성)

 친화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함께 높아진다 라는 일관된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Roberts et al., 2006). 복수의 횡단적 연구가 연령에 따라 친화성이 높아진다고 보고하고, 종단적 연구에서는 성인 전기, 중년기, 고령기 각각의 시기에 친화성의 증대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1세부터 60세까지의 친화성의 증대를 관찰한 연구에서는 40세까지는 정체되어 있다는 것을 보고하기도 합니다(Srivastava et al., 2003).


(5) 신경증 경향

 신경증 경향은 사춘기 후기부터 고령기에 걸쳐 연령과 함께 낮아진다는 것이 수 차에 걸친 대규모 횡단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Goldberg et al., 1998; McCrae et al., 1999). 그렇지만 60대까지는 부정적 감정상태가 줄어든 다음, 확실히 증가로 돌아선다는 것도 밝혀지고 있습니다(Carstensen et al., 2000). 또 종단적 연구 결과로써는 사춘기 후기, 성인 전기, 중년기에는 신경증 경향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한편 고령기에는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Roberts et al., 2006).

단, 이러한 신경증 경향의 연령 변화 추이는, 남성에 비하여 여성의 경우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령기에 있어서 일관되지 않는 연구 결과는 성 역할(gender)에 따른 차이를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자존감에 관한 집단 평균 수준을 지표로 한 Aging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자존감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오랜 논의가 있었습니다(Trzesniewski et al., 2004). 9세부터 90세까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모두 3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횡단 연구-  자존감은 학령기, 사춘기, 성인기, 고령기라고 하는 발달단계를 따르고 있습니다(Robins et al., 2002). 즉 학령기에 아주 높은 수치가 사춘기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낮아지고 성인기 전기부터 중기에 걸쳐 다시 점진적으로 상승하며 성인기 후기부터 고령기에 걸쳐서 다시 낮아진다고 합니다.


 이처럼 집단의 평균 수준을 지표로 한 성격 연구는 전 생애에 걸쳐서, 즉 중년기나 고령기에 있어서도 계속 변화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만 그 변화율은 성인 전기를 거치면서 완만해진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또 성격 특성 별로 다른 변화 패턴을 나타내기 위해 ‘일반적인 연령에 따른 변화’를 대표 항목으로 제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 집단의 평균 수준으로서의 성격특성에는 출생 시기에 따른 생육환경(코호트)의 차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 추적기간이 길면 길수록 변화가 크게 되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성격과 수명, 장수하는 사람의 성격?




장수하는 사람의 성격특성


 장수하는 사람은 종종 장수의 비결로서 ‘조급해하지 않고 웃으면서 지낸다’는 식으로 성격특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연 장수와 성격특성은 관계가 있을까요?

최근 어떤 성격특성이 특정의 건강행동이나 건강상태에 개입하여 장수와 연관되는지 연구한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주로 2가지의 시점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첫 째, 성격의 개인차가 건강행동의 차이를 만들어 그 결과로써 수명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관점입니다. 두 번째, 성격의 개인차가 정신질환이나 스트레스 대처행동에 차이를 만들어 그 결과로써 수명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관점입니다.


 첫 번째 관점에 대하여 성실성 경향과 남은 수명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는, 성실성이 낮은 집단은 빨리 사망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Friedman et al., 1993; Wilson et al., 2004). 이러한 것은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신중하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특성인 성실성이 높은 사람이 리스크 회피적인 생활습관을 획득하여 장수하게 되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 사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여 성격특성과 흡연습관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 흡연을 계속하고 있는 고령자는 신경증 경향이 높고, 친화성, 성실성이 낮은 성격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Terracciano & Costa, 2004). 또 최근의 메타분석에 의하면 정기적인 운동습관과 같은 건강을 증진시키는 행동은 성실성과 정(+)의 상관을 보이고, 반대로 과도한 음주나 불법 약물 이용, 위험운전, 섭식 이상, 자살, 폭력 행동 등과 같은 건강을 해치는 리스크 행동은 성실성과 음(-)의 상관을 나타낸다고 합니다(Bogg & Roberts, 2004).


 두 번째 관점인 성격특성과 정신적 건강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정신질환에 걸리기 전의 성격에 관한 연구문헌에서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5 요인 모델의 신경증 경향은 우울증 둥의 정신질환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고, 70세에서 80세 전반까지의 고령자를 추적하여 잔여수명과 신경증 경향과의 관련을 조사한 종단연구는 신경증 경향이 높은 집단은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고, 우울증에 걸리기 쉬울 뿐 아니라 재발하기도 쉽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정의 정신질환이 발병하는 생물학적 취약성은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이 높고 스트레서(stressor)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쉬운 성격특성과 인지특성으로서 발현하여 정신적 건강을 좌우함으로써 생존 연수에 차이를 가져온다는 해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성격이 바뀌면 수명도 바뀐다?


[1500명을 8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미국 『The Longevity Project』, Howard S. Friedman Ph.D. , Leslie R. Martin Ph.D.)]


다음 글에서는 앞에서 이야기한 성실성 경향이 수명에 관련된다는 것을 좀 더 상세하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성실한 사람일수록 오래 산다?


 어떻게 하면 오래 살 수 있는가?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식사령은 80% 정도가 적당하다, 스트레스와 걱정은 질병을 유발한다 등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수명에 관한 좀 더 폭넓은 이해를 위해서는 이러한 상식에 가까운 연구결과에 또 다른 조사 결과인 『The Longevity Project』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 조사가 시작된 것은 192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터먼 교수(Lewis Madison Terman, 1877年 - 1956年 )가 10세 전후의 아동 1,528명을 대상으로 성격을 분석하고 그 후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5~10년 주기로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아래는 그렇게 80년이 지난 후 프리드먼 교수가 연구결과를 정리한 내용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조사 결과를 정리한 연구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정기적인 의료검사와 적절한 운동, 비타민 복용, 적극적인 채소 섭취-이런 것은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중요한 요소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장수한 사람 중에는 건강에 올인한 사람은 없었다. 그보다는 70세를 넘어 건강한 고령자에는 공통된 성격이 있는 것이 밝혀졌다(Howard S. Friedman)]

  여기서 이야기하는 장수하는 성격은 ‘성실성 conscientious’이었습니다. 이 성실성이라는 단어는 ‘양심적, 신중한, 끈질긴, 계획성 있는’ 등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래에 이 ‘성실성 conscientious’을 측정하는 자기 진단표를 소개합니다.                

    


  [채점]
  각 설문의 체크된 점수를 합산하되 설문 2, 5, 8은 점수를  역산함. 설문 3, 7의 점수는 배제하고 총 10개 설문의 합계가 유효한 점수임(최저 10점~최대 50점).                                                              
    [해석]
  점수가 높을수록 장수하기 쉬운 성격인 ‘성실성’이 높은 것임. 미국 『The   Longevity Project』의 결과에서는 37점 이상이면 장수에 적합한 성격으로  나타남.


 위의 연구자는 장수하는 성격이 ‘성실성 conscientious’이라는 결과는 기존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존에는 활기 있고 쾌활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오래 사는 경우가 많고 또 큰 소리로 웃는 것은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조사 결과, 활기 있는 사람은 오히려 일반적인 사람보다 수명이 짧다는 자료가 있다. 그것은 그들이 괴로운 경험을 억누르고 감추기 때문에  실제로는 밝은 모습을 꾸미거나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밝고 활기 있는 성격은 건강하지 못한 라이프스타일에 연결되기 쉽고 건강 리스크 측면에서는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 못지않게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The Longevity Project』에서 말하는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성실한 사람들이 더 건강해지고 더 오래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아마도 성실한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고, 위험이 적은 활동을 위해 더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과음하거나, 약물을 남용하거나, 과속 운전할 가능성이 적다. 그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의사의 명령을 따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들은 반드시 리스크 회피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명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명백한 이유는 아니지만 성실한 사람들은 건강한 생물학적 소인을 가지고 있고 위험한 습관에 의한 질병뿐만 아니라 전체 질병에 덜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자료에서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성실한 성격은 사람들을 더 건강한 상황과 관계로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성실한 사람은 더 좋은 건강습관을 가질 뿐만 아니라 더 행복한 결혼, 더 좋은 친구관계, 더 건강한 직장 상황으로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교적이고 인기가 많은 사람은 빨리 죽는다?


 조사 결과를 정리한 프리드먼 교수에 의하면 조사 대상 1,500의 2/3이 70세 이상까지 살았고, 그중 24명은 90세 이상까지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70세 이상까지 생존한 대상자의 어릴 적 성격진단 결과를 풀어보니 ‘활발하고 재밌는’ ‘학교에서 인기 있는’이라고 평가된 사람보다 ‘부모로부터 신뢰받는’ 틀린 것은 하지 않는’ ‘규칙을 지키는’ 등 소위 ‘모범생’의 인상을 가졌던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유소년기부터 분별 있고, 특별히 눈에 뜨이지 않는 성실한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도 견실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결과 성실도가 높을수록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에 걸리는 예가 적었습니다.

 또 사망한 사람 중 가장 많았던 것이 성실성 지수가 낮은, 소위 성실성이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활발하고 낙관적’이라는 평가를 유소년기부터 받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프리드먼 교수가 말하는 ‘낙관주의=고콜레스테롤에 위험’이라는 주장의 근거입니다.


 [소위 낙관주의자는 ‘에이~괜찮을 거야’라면서 신중하지 못한 판단을 여러 장면에서 내리곤 한다. 그것이 쌓여 건강을 해치는 생활습관으로 연결되거나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도 발견되었다. 유소년기의 성격진단에서 ‘사교적이고 인기 있는’이라고 교사로부터 평가를 받은 인물 중에는 성인이 되고 나사 사람을 사귀는데 도움이 되는 알코올, 담배를 과도하게 섭취하게 되고 빨리 사망하는 사례도 많았다(프리드먼)]


 위 자기 진단표의 성실성 진단 결과 점수가 낮은데 그럼 어떻게 하지?


프리드먼 교수의 답: 자기 진단이 점수가 낮다고 해서 체념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조사 대상자의 한 명인 제임스는 어릴 때 자기주장이 강하고 인기가 있었고 ‘성실성’ 지수는 아주 낮았다. 그렇지만 20년 후 조사에서는 대상자 중 상위 25%에 들 정도로 성실성 지수가 높게 되었다


 위의 자기 진단표의 점수가 낮게 나온 사람들은 프리드먼 교수의 말처럼 시간이 걸리겠지만 노력에 의해 성격, 특히 수명과 관련이 깊은 성실성(conscientious)은 변할 수 있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아도 될 것 같습니다.

 




성격의 생애발달과 노년기 적응



1) 고령기의 적응과 성격의 생애발달


 앞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발달이라고 하면 청년기까지 만을 이야기하고 그 이후는 발달이 아니라 쇠퇴, 상실의 연속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발달을 생애에 걸친 적응과정으로 생각하여 일생 동안 계속 발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여러 가지 성격에 관한 생애발달이론 중에서 P. B. Baltes, E. H. Erikson, L. Tornstam의 관점을 알아보겠습니다


2)  Baltes의 지혜 연구와 성격


 발테스는 고령기가 되어도 쇠퇴하지 않을 것 같은, 문해력(literacy)이나 인생의 여러 사건을 통찰하는 지혜(wisdom)에 주목을 하여, 이런 것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반응속도나 신체능력의 손상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혜는 성인기 이후의 발달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테마의 하나입니다. 에릭슨의 이론에서 거론된 이후로 지혜는 심리사회적 측면에 있어서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의 이상적 도달점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단 지혜를 ‘인생에서 조우하는 근본적이고 어려운 문제에 숙달된 지식’이라고 정의하여, 지식의 측면에서 실증적으로 연구한 발테스에 따르면, 지혜에 관련된 과제 성적(wisdom-related performance)은 성격의 척도 점수로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또 지능검사의 점수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서 지능의 높음이나 원만한 성격 등과는 다른, 보다 역동적인 정보처리 형태로 생각됩니다.

  발테스는 지혜와 관련된 인지 과제 성적과 나이 듦과의 관계를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사춘기에서 청년기 전기에 걸쳐서 연령에 따라 지혜와 관련된 과제의 성적이 향상된다는 것, 성인기 이후는 집단의 평균 수준으로서의 변화가 적게 나타나서 고령자들의 지혜가 특별히 발달한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Pasupathi & Baltes, 2000). 이런 결과는 지혜에 관계된 과제 성적이 단순하게 인생 경험을 쌓는 것으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연령에 따라 지혜를 획득하는 개인과 그렇지 않은 개인이 섞여 있어서 평균 수준으로서는 젊은 성인과 고령 성인과의 차이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 Adaptive aging(적응적 노화)
 적응(適應 Adaptation)은 생물이 서식 환경에 보다 유리하도록 변화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생물학의 기본 개념이다. 적응은 생물 생존의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폴 발테스와 마가렛 발테스(Paul Baltes & Margret Baltes, 1990)는 생애발달에 관한 모형, 즉 ‘보상을 수반한 선택적 최적화 모형(The Model of Selective Optimization with Compensation: SOC)’을 제시하였는데, 여기에는 개인의 성공적 노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SOC 모형에서는 노화로 인한 손상과 기능 감퇴에도 불구하고 상실한 것을 보상하고 주어진 능력에 적합 한 활동을 선택하여 보유한 기술을 최적화함으로써 성공적 노화에 이를 수 있음을 설명해 주고 있다.
주) Successful Aging(성공적 노화)를 포함해서 추후 생애발달 차원에서 노화를 다룰 때 자세히 다루겠지만 여기서는 성격 관련 측면에서 간략하게 언급하기로 함.


3) 에릭슨의 생애발달이론


 에릭슨은 1959년, 자아의 발달을 촉진하는 다양한 심리사회적인 과제에 착안하여 생애발달이론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자아는 개체 발생의 과제에 있어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적정하게 분화, 발달하는 과정을 8단계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인생의 각 성장단계에 전경화(前景化: foregrounding- 특정 개념을 먼저 언급하거나, 되풀이하거나, 또는 다른 주의 끌기 장치를 사용하여 주의의 초점이 되도록 만드는 것.)한 이항대립적인 인격발달상의 과제를 제시하고 과제를 완수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덕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Erikson et al., 1986).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심리적인 위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사람은 보통 이와 같이 발달한다’라는 기술적인 요약이 아니라 선행하는 세대가 후세에 대하여 생애발달의 질서를 나타내고 사회 환경에 부응한 성장의 코스를 가이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Erikson, 1980). 다음 세대의 개인은 가이드에 따라 앞을 전망하면서 성장하고 어른이 되고 노후를 맞이하는 일련의 발달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이드의 내용은 고정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의 변천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에릭슨의 부인인 J. M. Erikson은 에릭슨 사후에 완성한 보정판에서 평균수명의 연장을 감안하여 ‘제9단계’를 추가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Erikson & Erikson, 1986). 그런데 각 발달과제는 어느 시기가 되면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잠재적인 발달의 가능성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에릭슨은 발달을, 신장과 체중의 변화처럼 능력의 양적인 증감으로서 다루지 않고 새로운 과제나 경험과 같은 외적인 압박을 받는 가운데 그때까지의 심리적 사회적 프레임을 교체한다고 하는 질적인 전개(evolvement)를 수행하는 것으로 다루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년기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늙어 간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그것은 체력이나 신체기능이 쇠퇴하고 그와 함께 노화와 죽음에의 불안이며 남은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의 한가운데 있다 해도  중년기는 부모로서 자녀들을 사회에 진출시키고 자녀로서 부모를 봉양하며, 사회에서 중심 구성원으로 기능하고, 기업활동에 있어서도 관리직을 맡는 등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며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충실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로우와 칸(Rowe & Kahn, 1987)은 ‘병이나 장애가 없고, 그 위험이 적을 것’ ‘높은 신체기능과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있을 것’ ‘인생에의 적극적 관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주위 사람과 사회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고,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 이 3가지 요건을 만족시키는 노화의 모습을 Successful Aging이라고 했습니다. 그 후 현재까지 이와 유사한 모델에 기초하여 Successful Aging을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확실히 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중년기에서 고령 전기에 걸쳐 있는 시기는 자신의 노화를 느끼면서도 사회 적응적인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은퇴 후의 새로운 생황에 다시 적응하는 Successful Aging을 목표로 전향적인 노력이 가능한 시기입니다.

 에릭슨은 이 시기의 발달과제로서 ‘통합-절망’이라는 기능 축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절망의 가능성과 통합의 달성 간의 긴장을 극복하기 위하여 ‘죽음에 다가가면서 삶 그 자체에 대하여 충분한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얽매이지 않는 관심’인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습니다(Erikson, 1997).


 그러나 75세를 지나 고령 후기, 초고령기에 다다르면 제8단계의 위기를 극복한 자아라 하더라도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이 요구됩니다(Erikson & Erikson, 1997).

 즉 로우와 칸(Rowe & Kahn, 1987)이 말한 것 같은 Successful Aging을 지향하는 것이 가능했던 고령 전기와는 다른 부양의 필요와 신체기능의 저하, 동년배의 사망으로 고립이 심해지는 것과 같은 심리사회적으로 지나치게 가혹한 상황이 두드러지게 됩니다. 이와 같은 위기적 상황을 넘어서는 것을 제9단계라고 하고 이 단계를 거쳐 사람의 자아가 도달하는 상태를 노년 초월(gerotranscendence)라고 했습니다.


 4) Tornstam의 노년 초월(Gerotranscendence, 老年超越) 이론


 [Tornstam의 노년 초월 이론은 Cumming과 Henry의 분리 이론(Disengagement Theory), 불교의 선(禪) 사상, Fromm의 정신 분석론, Peck의 중노년기, 노년기 발달과업 이론, Jung의 개인화 이론 등에 개념적 기초를 두고 있다(Tronstam, 2005).]


 노년 초월은 Tronstam(1989)에 의해 제창된, 일부의 고령자가 달성하는 단계입니다. 노년 초월은 ‘물리적으로 합리적인 세계관에서 우주적으로 초월적인 세계관으로의 메타 지식에 있어서의 이행’이라고 개념적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노년 초월을 달성한 개인은 ‘사회적 개인적 관계의 영역’ ‘자기의 영역’ ‘우주적 영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추고, 그 특징의 획득과 아울러 생활만족감을 상승시킨다고 생각됩니다.


 첫째, 표면적인 인간관계를 경시하고, 사회적 지위나 부에의 집착이 줄어들고, 권선징악적인 사고에서 벗어난다라는 것과 같이 사회나 개인과의 관계가 변화합니다.

 둘째, 자기 개념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구체적으로 심신 양면에서 자기에게 집착하는 일이 줄어들고 이타적인 사고로 전환됩니다. 또 인생을 총 결산하고 자아 통합성이 증가합니다.

 셋째, 현재 과거 미래라고 하는 시간과 공간의 구별이 줄어들고 조상이나 인류 전체, 우주 등과의 일체감과 신비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또 죽음에 임하는 자세가 바뀌고 죽음의 공포가 없어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주적 의식의 획득이라고 일컬어집니다.


 이상과 같은 노년 초월의 제기에 의해 초고령기에 있어서의 성격발달에 관심이 집중되게 되고 아직 많지는 않지만 이론에 기초한 실증적 연구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노년 초월 이론을 고령기에 있어서 spirituality 발달이론과 함께 검토하는 연구나 노년 초월 측정척도를 작성하고 관련 요인을 검토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증 데이터도 미흡하고 이론적 모순도 지적되고 있어 이론의 정밀화를 위해서는 향후보다 진전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성격의 변화와 발달 마무리]



 앞의 글에서 성인기 이후 특히 고령기에 걸쳐서의 성격이,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하여 실증적 연구의 성과와 대표적 이론 연구의 일부를 살펴보았습니다. 고령이 되어 ‘기억력이 감퇴하여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면 상실의 측면이 강조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메모를 하거나 도구를 이용하는 등 기억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함으로써 기억력 저하를 보충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환경변화에의 적응적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상실한다고 하는 것은 무언가 획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고 이는 에릭슨이 지적한 대로 사람은 일생을 통하여 신체의 성장과 사회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새로운 능력을 획득해 나가는 것입니다. 고령기에 있어서 발달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관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나이 듦에 따른 성격의 변화는 개체 발생에 있어서 환경 적응적인 ‘여지’의 존재를 가르쳐주는 귀중한 창구입니다.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사회와 개인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연구의 진전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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