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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Jan 07. 2022

친밀한 관계와 성격, 성인애착, 폭력, 특성자존감

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글 14, 15-1, 15-2

이 글은 브런치 북 [대인관계를 위한 성격심리 이해하기 (brunch.co.kr)]의 글들을 챕터별로 묶은 것입니다. 3개의 글을 합쳐 놓아서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지만 글의 내용상 연결성을 감안하여 다시 정리했습니다.


시작하면서

 

 [A와 B는 사귄 지 6개월이 됩니다. A는 B가 자신을 어느 정도 사랑하는지 불안하여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자기, 나를 사랑해?’. B는 ‘그럼, 물론이지’라고 대답합니다. 그럼 또 A가 반복해서 묻습니다. ‘어느 정도?’. B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이 세상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있어’. A는 미소를 지으며 요구합니다. ‘그럼 ‘사랑한다’라고 매일 100번 말해 줄래?’. B는 ‘엥! 100번’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A는 인상을 찌푸리며 ‘왜 귀찮은 모양이지? 역시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먼!’라고 합니다. B는 조금 지겹다는 듯이 ‘그래 그래 알았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A는 시비조로 ‘뭐야,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나를 좀 더 소중하게 대해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B는 한숨을 쉽니다.]

  

 친밀한 관계(그중에서도 여기서는 주로 연인관계)는 인생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친밀한 타자의 존재는 건강과 행복의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Feeney, 2004). 그러나 실제는 연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A가 ‘B에게 좀 더 사랑받고 싶다’라고 생각할수록 B는 오히려 거리를 두려고 할지 모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이 수수께끼는 성격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여기서는 어떤 성격이 친밀한 관계의 형성, 악화,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봅니다. 특히 친밀한 관계의 악화와 유지에 대하여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참고]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예언의 영향으로 인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현상이 예언대로 된 현상을 말한다. 자기실현적 예언, 자성예언이라고도 한다. 즉, 다른 사람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하려고 노력하고 결국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흔히 ‘말이 씨가 된다’고 하지만, 어떤 우연한 근거에서 어떤 한 예언이 형성되면 그 예언이 바로 예언 자체의 실현을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된다. 가령 '나는 실패자야’라고 말하면 자기가 말한 정보에 따라, 무의식적인 과정에 의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글 9의 피그말리온 효과 참조]

 

친밀한 관계(연인관계)의 형성 관련 요소: 대인 매력, 사회적 스킬, 사회적 지지

 

성격으로서의 대인 매력

 

 다른 사람에 대한 호, 불호는 대인 매력이라고 불립니다. 대인 매력의 연구에서는 성격의 역할을 두고 두 가지 가설이 대립해 왔습니다. 하나는 ‘사람은 자신과 닮은 성격을 가진 상대를 원한다’는 유사성 가설입니다. 또 하나는 ‘사람은 자신과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라는 상보성 가설입니다. 그리고 유사성은 관계를 형성하는 단계에서, 상보성은 관계를 한층 깊게 하거나 유지하는 단계에서 중요하게 된다는 설도 있습니다(Matsui, 1990). [글 12의 대인 매력 참고]

 

 그러나 한편으로 보다 중요한 것은 성격의 원만함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즉 ‘성격이 좋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말합니다. 좋은 성격의 예로서는 ‘성실’, ‘정직’ ‘친절함’ ‘배려심’ ‘이해심’ 등이 있습니다. 좋은 성격이 앞에서 이야기한 유사성이나 상보성보다도 대인 매력에 더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실제 좋은 성격은 현재의 연인에게 호의를 가지게 된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Sprecher, 1998).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일수록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쉬운 것입니다.

 

사회적 스킬

 

 그럼 어떻게 하면 ‘성격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한 번 굳어진 성격을 바꾼다는 것은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성격 좋은 사람’이 되는 하나의 수단으로써 사회적 스킬(social skill)이 있습니다. 사회적 스킬이란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능력과 기술입니다. 사회적 스킬은 말하는(부호화) 스킬과 듣는(독해) 스킬로 나누어집니다. 즉 사회적 스킬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을 전달함과 동시에 상대의 기분이나 생각을 적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스킬이 부족한 사람은 대인불안, 고독감, 우울과 같은 문제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스킬은 의사소통의 유능함을 나타내는 개인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스킬에는 일상생활 가운데 획득하거나 향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적 스킬이 낮은 사람이 침울해하는 이성의 친구를 보고도 못 본 것처럼 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은 나중에 그 이성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하게 되거나 그 상황을 보고 있었던 다른 친구로부터 비난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실패 경험을 살려 사회적 스킬이 낮은 사람은 ‘친절한’ 또는 ‘배려심이 있는’ 행동을 배우려고 하겠지요.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확 바뀌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성격 좋은 사람’이라고 주위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행위는 언제라도 몸에 익힐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Horio(1994)는 친밀한 관계에 있어서의 사회적 스킬(연애 스킬)에 대하여 연구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남녀가 서로 다른 연애 스킬을 필요로 한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많은 연애 스킬을 동시에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며, 정열적, 도전적으로 처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상대의 기호에 맞추어 몸차림에도 신경을 쓰고 대범함도 과시하는 등 복잡한 처신이 요구됩니다. 한편 여성은 적극성과 도전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등 비슷한 처신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남성은 여성보다도 성격이 좋게 보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 지지[ social support ] 
대인관계를 통해 개인의 정서나 행동에 유리한 결과를 갖도록 정보 조언, 구체적인 원조를 포괄한 개념으로 신체적·정서적인 건강상의 문제, 위기 등의 적응상의 문제, 사회적 분리, 독립 등으로 야기된 무력감의 문제 등을 이해하고 해결해가기 위한 불가결한 요인이다. 사회적 지원의 근본적 체제는 가족, 친구, 이웃 등의 자연발생적으로 존재하는 지원체제, 자원봉사 집단 등의 의도적으로 형성된 지원체제, 전문기관에 배치되어 있는 전문가 등의 사회 제도화되어 있는 지원체제가 포함되지만 이것들을 어떻게 동원,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네트워크 접근방법의 추진이 시도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회적 지지 [social support] (사회복지학 사전, 2009.8.15, Blue Fish)  

 

성인기의 애착 유형

 

애착 이론(글 5의 애착 참조)

 

 볼비(Bowlby, 1977)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자신의 애착 이론을 잘 표현했습니다. 유아기의 아이에게는 애착 대상으로서의 양육자(주로 어머니)는 수면, 식사, 배변 등 생활의 모든 면을 돌봐 주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양육자의 처신에 기초하여 아이는 내적 작업 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이라는 자신과 타자에 대한 안정된 기대, 신념을 형성합니다. 내적 작업 모델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다양한 인지,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 영향은 어린 시절부터 일생 동안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Shaver와 Hazan(1988)은 볼비의 생각에 기초하여 성인기의 애착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양육자가 유아에 있어서 애착의 대상인 것처럼 연인이나 배우자는 성인에게 애착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람은 양육자와의 관계를 연인,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재현하는 것입니다. 유아기에 형성된 내적 작업 모델이 성인기의 친밀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현재 친밀한 관계 연구에서는 성인기의 애착 이론은 아주 중요한 논제가 되고 있습니다. 

애착 이론의 특징은 어릴 때의 모자관계의 질이 그 후의 인생을 결정할지 모른다고 하는 점입니다. 나아가 이 이론에서는 내적 작업 모델이 부정적인가 어떤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양육자의 사랑을 모르고 큰 아이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부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성장해도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참고] 내적 작업 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은 생애 초기 영아와 애착 대상과의 상호작용, 영아의 행동들,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 받게 되는 피드백 등의 경험으로부터 발달하게 된다. 이는 애착과 관련된 경험, 감정, 사고를 조직하는 인지구조로서 초기 애착관계의 유형을 토대로 자아와 세상에 대해 형성되는 정신적 표상을 의미한다. 생애 초기에 주요 애착 대상과 형성한 강한 유대관계는 이후의 친밀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원형으로 작용하게 되어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기, 중년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통하여 지속된다는 것이다(Ainsworth, 1991;Bowlby, 1980).

  

성인기의 애착 유형이란

 

 내적 작업 모델에는 자기 모델과 타인 모델이 있습니다. 자기 모델은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가’라는 자신에 대한 기대와 신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타인 모델은 ‘저 사람은 나를 사랑해 주는가’라는 다른 사람에의 기대와 신념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런 내적 작업 모델이 애착 대상과 어떻게 관계하는가를 결정합니다. 이러한 애착 대상과의 관계 방식의 개인차가 애착 유형(attachment style)입니다.  

 성인기의 애착 유형은 그림과 같이 4 유형으로 분류됩니다(Bartholomew와 Horowitz, 1991). 이것은 자기 모델의 긍정-부정과 타인 모델의 긍정-부정의 조합으로 구성됩니다. I 유형(안정형)은 자신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데 어울리고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해 준다고 믿습니다. II 유형(몰두형)은 자신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데 어울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사랑해 주어야 한다고 강하게 원하는 것입니다. III유형(거부형)은 자신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데 어울리지만 다른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가라앉아 있습니다. IV 유형(공포형)은 자신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데 어울리지 않고 다른 사람도 자신을 사랑할 리가 없다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또 불안정한 애착 유형으로서 관계 불안(attachment anxiety) 및 친밀성 회피(attachment avoidance)의 2차원이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관계 불안은 자기 모델의 부정, 친밀성 회피는 타인 모델의 부정을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성인기의 애착 유형이 친밀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관계 불안과 친밀성 회피가 높은 사람은 친밀한 관계를 악화시키기 쉽습니다. Collins와 Feeney(2004)는 연애커플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먼저 성인기의 애착 유형을 친밀 관계 경험 질문지(Experiences in Close Relationships Questionnaire: ECR)를 통해 조사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각각 사회적 지지를 받는 역할과 주는 역할을 맡도록 했습니다. 지지를 받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당신은 지금부터 연설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녹화를 해서 다른 사람이 연설을 평가할 것입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지를 해 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상대방이 연설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격려해 주십시오.’는 이야기를 듣고 메모지와 필기구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지를 받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지지를 해 주는 사람이 적은 메모 내용을 보고 얼마나 격려를 받았는지 적어내도록 했습니다(실제 연설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지지를 받는 사람의 애착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공포형(관계 불안 높음, 친밀성 회피 높음)의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도 상대방의 메모 내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몰두형(관계 불안 높음, 친밀성 회피 낮음)의 사람은 상대방의 메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였습니다. 공포형은 상대의 말과 행동을 실제보다 나쁘게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관계 불안에 따른 자기 충족 예언(自己充足豫言, self-fulfilling prophecy)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Simpson & Rholes, 2004).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 대하여 부정적인 기대나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1)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아닌지 항상 불안해하며 (2) 자신 이외의 이성과 별다른 의도 없이 친밀한 대화를 하는 상대방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3) 상대방을 화나게 하거나 싫증 나게 하는 언동을 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하여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스스로 악화시켜 갑니다. 상대방으로부터 거절당하고 싶지 않다는 불안과 공포가 오히려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고 마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Kanemasa(2010)는 관계 불안에 의한 자기 충족 예언을 검증하기 위해 Pair data에 의한 설문지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강화함으로써 관계의 평가(관계의 만족감과 지속 의사)를 떨어뜨렸습니다. (2)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상대방에게도 부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함으로써 상대방이 관계의 평가를 낮추도록 하였습니다. (3) 이러한 관계 불안에 의한 자기 충족 예언은 모자관계, 연인관계, 부부관계에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애착 대상과의 관계를 스스로 악화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배타성의 양면성

 

 아래와 같은 교제방식을 취하는 연인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1) 언제든 어디서든 둘이서만 지낸다 
  (2) 둘이 같이 아는 친구들과 섞여 여럿이 지낸다. 

 얼핏 보면 (1)의 경우가 행복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교제방식을 지향한다면 그 관계는 취약하여 쉽게 깨질 수도 있습니다. 

 친밀한 관계의 특징으로서 높은 배타성이 있습니다. 배타성이라는 것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제삼자를 피하거나 차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연인과의 데이트는 친구와의 회식보다도 우선됩니다.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둘 만의 세계’를 만듦으로써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높은 배타성은 2가지 의미에서 위험합니다. 

 첫째 높은 배타성은 제삼자로부터의 사회적 지원을 저해하게 됩니다. 연인이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곤란한 일이 일어나도 연인 이외의 사람에게 상담을 하거나 조언을 듣는 것에 저항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것은 제삼자로부터의 보다 좋은 지원을 받을 기회를 빤히 보고도 놓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높은 배타성은 연인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대처행동을 저해하게 됩니다. 배타성이 높은 관계에 있는 사람은 교제기간이 긴 연인과의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대화하지 않게 됩니다. 교제기간이 긴 연인과의 관계가 깨어지면 지금까지의 코스트가 허사가 됩니다. 예를 들면 데이트에 소요된 시간, 식사와 선물에 쓴 돈, 또 함께 만들어 온 추억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교제기간이 긴 연인과의 싸움은 적절한 대처행동에 의해 해결하는 편이 이득일 것입니다.

 

 그럼 어떤 사람이 배타성이 높은 관계를 추구할까요? 그것은 성인기의 애착 유형의 관계 불안과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 특성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1)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불안을 느끼기 쉽기 때문에  (2) 상대방을 항상 자신의 곁에 주고 속박하려고 함과 동시에 (3) 제삼자가 자신들에게 관여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실제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연인에게 집착하여 상대방과의 폐쇄된 관계를 구축하기 쉽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연인과 ‘둘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자기 조절과 폭력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의 특징은 폭력이 일어나는 시기와 일어나지 않는 시기가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가해자 측에서 보면 가정폭력은 다음 3단계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Walker, 1979). (1) 긴장기: 가해자가 일이나 학업 등 일상생활에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다 (2) 폭발기: 가해자가 스트레스를 제어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심한 폭력을 행사한다. (3) 허니문기: 가해자가 안정을 되찾고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거나 반성의 태도를 보인다. 이처럼 허니문기가 있기 때문에 폭력의 피해자도 항상 가해자를 동정하고 용서를 하게 됩니다. 또 가정폭력은 가족이나 친구, 행정기관 등 제삼자가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것이 가정폭력의 예방과 해결은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자기 조절 능력이 낮은 사람입니다. Finkel 등(2009)은 대부분의 가해자가 관계의 악화와 붕괴 등 장기적인 시야를 갖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마는, 즉 자기 조절 실패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1년 간의 종단연구를 통하여 이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성격으로서 자기 조절 능력이 낮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도 연인에 대한 폭력 회수가 많았습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복잡한 작업을 함으로써 자기 조절 자원(자기 조절을 위한 에너지)을 일시적으로 고갈시킨 사람도 그 후 연인에 대한 폭력 경향이 높아졌습니다. 자기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은 앞뒤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그때의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가정폭력을 행사하기 쉽다고 생각됩니다.

 

 이 견해에는 가정폭력을 예방, 해결하기 위한 힌트가 들어 있습니다. 가정폭력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아무나 가리지 않고 공격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아가 어린 시절의 열악한 양육환경이나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일시적인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라고 연인이나 배우자를 앞에 두고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격으로서 자기 조절 능력을 높이는 방법을 명확히 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거절 민감성과 특성 자존감이 관계 유지에 미치는 영향

 

거절(거부) 민감성

 

(1)   거절 민감성이란 

 

 관계 불안과 비슷한 성격으로서 거절 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이 있습니다. 거절 민감성이란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거절을 지나치게 예상하거나 지각, 또는 반응하는 경향입니다(Downey & Feldman, 1996). 이것도 성인기의 애착 유형과 마찬가지로 유아기에 있어서 양육자와 소통에 기반하여 형성된다고 합니다.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거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각성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거절 민감성이란 거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활성화되는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2)   거절 민감성이 친밀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거절 민감성도 자기 충족 예언을 가져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1) 상대방의 무신경한 언동이나 애매한 태도로부터 자신에의 거절 의도를 읽고, (2) 서로의 관계에 불안과 불만을 기억해 냄으로써 (3) 분노와 적대감, 실망, 사회적 지원의 억제, 질투와 지배 등 과잉반응을 상대방에게 나타내기 쉽습니다.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거절을 지나치게 강하게 의식하기 때문에 관계 악화를 실현시키고 마는 것입니다.

 

  Downey 등(1998)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인 커플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커플 어느 한쪽의 거절 감수성이 높은 경우 약 40%가 1년 후 헤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그 원인은 남성보다 여성의 거절 민감성이 높을 것에 있었습니다. 거절 민감성이 높은 여성은 연인과 갈등이 있을 경우 수용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관계 만족도를 저하시켰습니다. 또 실험실 실험에서 거절 민감성이 높은 여성은 두 사람의 관계를 둘러싼 문제에 대하여 대화를 할 때 부정적인 언동이나 태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런 여성은 대화를 하고 나서 상대방을 화나게 하였습니다. 거절 민감성이 높은 여성은 상대방으로부터의 거절을 스스로 야기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거절 감수성이 높은 여성에는 거절한 상대에게 집착하는 면도 나타났습니다. Romero-Canyas 등(2010)은 ‘겉모양에 좌우되지 않는 맞선 시스템이 개발’이라는 명칭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참가자는 (1) 통제 조건, (2) 未知條件 (3) 매칭 조건으로 배정되었습니다. 통제 조건과 매칭 조건의 사람들은 취향이나 사고방식이 서로 비슷하다고 사전에 알려주었습니다. 모든 참가자는 나중에 서로 대면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는 상대방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 통제 조건의 사람에게는 ‘상대방이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못 왔다고 합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미지 조건과 매칭 조건의 사람에게는 ‘상대방이 당신과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여기까지의 상황에서는 매칭 조건의 사람만이 ‘연인이 될지도 모른 사람에게 차였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참가자가 상대방에게 느낀 적대감이나 상대방에게 주고 싶은 선물에 대하여 답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들은 상대방에게 줄 선물로서 가격이 다른 6개의 물건 사진과 가격을 보고, 하나만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매칭 조건에 배정된 거절 민감성이 높은 여성은 상대방에게 강한 적대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성들은 다른 사람보다도 거절한 상대방에게 고가의 선물을 주려고 했습니다. 거절 민감성이 높은 여성은 자신을 거절한 상대방에게 아첨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남성에게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Romero-Canyas 등(2010)은 거절 민감성이 높은 여성이 다른 사람에게 아첨하는 것은 지배나 학대 등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특성 자존감(trait of self-esteem)

 

(1)   Sociometer 이론

 

 심리학에서는 자존감이 인간의 다양한 행동의 배경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자존감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어느 쪽이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가는 오래 동안 몰랐던 것입니다. 여기에 Leary & Baumeister, 2000)는 Sociometer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자존감은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 자신에게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수용-거절되고 있는가를 감시하는 측정기(sociometer)입니다. 중요한 타자로부터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여지면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자존감은 (1) 타자로부터의 거절의 위험성을 감지하거나 실제 거절됨으로써 낮아지고 (2) 그것을 알리기 위해 경종을 울림으로써 (3) 자신을 관계 복구와 개선에 나서게 합니다. 이 이론에서의 자존감은 타자로부터의 거절에 대하여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계기판(Sociometer) 이론은 마치 자동차의 연료 계기판을 보고 연료의 양을 알 수 있듯이 자존감을 통하여 사회적 관계에서 성공 여부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보통 사회적 관계가 성공적일 때 자존감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자존감이 낮아진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자기 존중의 정도를 통해서 자신이 사회적 관계에서 성공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특성 자존감이란

 

  Leary, Tambor, Terdal & Downs (1995)는 자존감에는 상태 자존감(state of self-esteem)과 특성 자존감(trait of self-esteem)의 2가지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특성 자존감은 그때까지의 인생에 있어서 자신이 중요한 타자로부터 수용되어 왔다는 감각입니다. 이것은 시간이나 상황을 넘어서서 안정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성 자존감은 자신이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서전을 반영한 개인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태 자존감은 최근 자신이 중요한 타자로부터 수용받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이것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태 자존감은 바로 앞에 있는 타자와의 관계에 관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특성 자존감과 상태 자존감은 다른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최근에도 중요한 타자로부터 수용받고 있는 사람은 이 2가지 자존감의 높이가 일치할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중요한 타자로부터 수용을 받고 있지만 최근 어떤 이유로 거절당한 사람은 2가지 자존감의 높이가 일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3)   특성 자존감이 친밀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Sociometer 이론에서 보면 특성 자존감이 낮으면 자기 충족 예언을 일으키기 쉽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특성 자존감은 중요한 타자가 자신을 수용하는가 거절하는가에 대한 기대와 신념으로 나타납니다. 특성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연인이 자신을 수용해 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실제로 연인과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특성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1) 자신이 항상 연인으로부터 거절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며 (2)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에 민감하게 되고 (3) 상대방의 실수에만 주목하여 갈등을 일으키기 쉽게 됩니다. 특성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믿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으로부터 거절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성격과 친밀한 관계의 유지

 

 지금까지는 성격이 친밀한 관계를 악화시키는 자기 충족 예언에 대하여 언급하였지만 이제 성격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시킨다는 본인의 희망 측면의 자기 충족 예언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낙관성이 친밀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낙관성이란?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주변의 일들을 모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특히 자신의 성격이나 능력, 미래의 성취 등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낙관성(optimism)이 높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낙관성이란 일이 좋은 결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합니다(Scheier & Carver, 1985). 낙관성이 높은 사람은 감정의 기복이 적고 건전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Taylor et al., 2000). 

 

 지금까지 소개한 성격과는 달리 낙관성은 친밀한 관계에 있어서 바람직한 자기 충족 예언을 가져옵니다. 낙관성이 높은 사람은 (1) 상대방의 외관적 매력이나 성격, 앞으로의 상호 관계 등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2)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3) 갈등을 미리 예방하거나 잘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낙관성이 높은 사람은 항상 긍정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실제로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Srivastava 등(2006)은 연인 커플을 대상으로 설문지 조사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다음 3가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첫 째 낙관성이 높은 사람은 연인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인식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낙관성이 높은 사람들은 연인이 평소 자신을 잘 지지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갈등이 일어나도 연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하는 등 긍정적인 대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낙관성이 높은 사람은 갈등을 해결했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낙관성이 높은 사람에 의한 긍정적인 효과는 상대방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낙관성이 높은 사람은 연인에 대하여 자신이 항상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낙관성이 높은 사람은 연인의 긍정적인 갈등 대처 행동이나 갈등 해결을 이끌어 내고 있었습니다.  

 셋째 연인관계의 장래는 남성이 낙관적인지 어떤지에 달려있었습니다. 낙관성이 높은 남성이 있는 커플의 75%가 1년 후에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낙관성이 높은 사람은 서로의 좋은 점에 주목을 함으로써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무리

 

 이번 글들에서는 성격이 친밀한 관계의 형성, 악화, 유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관계의 형성단계에 있어서 사회적 스킬이 높은 사람은 성격이 좋게 보여 줌으로써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관계의 유지 단계에서는 관계 불안과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 특성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본인의 과도한 불안과 공포에 의해 관계를 악화시키고 맙니다. 그러나 낙관성이 높은 사람은 본인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요즘 성격, 사회심리학에서는 사람은 왜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형성, 유지할 수 없는 것일까? 그것에 의해 어떤 폐해가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그 사람의 성격이 나쁘기 때문이다’는 것만으로는 정리되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인과의 관계에 관심이 있을 경우, 이 내용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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