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9, 10, 11 연결
이 글은 브런치 북 [대인관계를 위한 성격심리 이해하기 (brunch.co.kr)]의 글들을 챕터별로 묶은 것입니다. 3개의 글을 합쳐 놓아서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지만 글의 내용상 연결성을 감안하여 다시 정리했습니다.
[항상 담임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던 A학생, 학년이 바뀌어 담임선생님도 바뀌고 급우들도 대부분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바뀐 담임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칭찬을 듣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A군의 성격이 바뀐 것일까요?]
이러한 상황은 학교 장면에서는 드물지 않습니다. 학교 장면에서는 성격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을까요? 학생이 무언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 학생의 성격 문제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많이 축적되어 있는데 성격을 고정된 것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한편 학교에서는 교사와 급우, 자신의 학교와 학급에 따라 학생의 성격도 변화한다는 것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도 많고 그 결과, 성격은 유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양분된 성격에 대한 견해 중 어느 것이 올바른 것일까요? 왜 이처럼 정반대의 견해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이 문제에 대하여 여기서는 관계라는 측면에 주목하여 관계와 성격에 관하여 알아보고 성격심리학이 학교 장면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관계가 학교 장면에서 성격을 이해하는데 중요할까요? 또 어떤 관계가 학교에 존재하고 있을까요?
학교에서는 개별지도도 일어나지만 일반적으로 집단지도가 주가 됩니다. 따라서 여기서 성격이해는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집단 속에서의 개인이라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학생을 중심으로 생각할 경우, 학생들 사이의 관계인 교우 집단, 교사와의 관계도 포함한 학급 집단 등 여러 가지 관계가 교차하고 그런 가운데 성격을 형성해 갑니다. 예를 들면 친구와 있을 때의 성격과 교사와 있을 때의 성격은 전혀 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에서의 성격은 다양한 관계를 전제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이해하는 데는 학교에서의 문제행동을 생각하면 알기 쉽습니다.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은 성격에 무언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문제행동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교육상 지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행동’을 지칭하여 사용되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행동이라는 것은 ‘교사와 성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대로 두면 곤란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행동이 어떤 학교에서는 ‘그대로는 곤란한 행동’이 되어 문제행동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문제행동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문제행동이라는 것은 어떤 행동이 바로 문제행동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문제시하는 시선이 있고 나서 비로소 성립되는 관계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의 성격이라 하더라도 그 전제에는 관계가 있고, 문제 학생의 성격은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군이 문제행동을 해도 A군의 교사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성격, 친구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성격, 학교나 학급 내에서의 성격, 이 중에서 어디에 주목을 하는가에 따라 대응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문제행동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행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습행동에 있어서도 교사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성격, 친구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성격, 학교나 학급 내에서의 성격 중 어디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학교 장면에서는 어떤 관계에 주목하는가가 성격이해의 열쇠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학생을 중심으로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 학생 사이의 관계, 학생과 학교나 학습의 관계에 대하여 검토하지만 학교 장면에서는 여기에 더하여 교사 사이의 관계, 보호자와 교사의 관계, 지역과 학교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가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관계 속에서 개인의 성격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학생의 성격만을 끄집어내어 다루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생의 성격은 교사의 성격, 급우의 성격, 학교와 학급의 특성의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변해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학교나 학급은 사람이 아니지만 학교와 학급의 개성은 존재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성격이 뒤섞여 학생의 학교 장면에서의 성격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관계는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이고, 학생 사이의 관계는 수평적인 관계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단순하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 사이의 관계에서도 어느 한 편이 권력을 가지고 다른 학생들이 복종하는 관계인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학생 사이의 관계는 교사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양자 관계만을 주목해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3자 관계를 단위로 한 분석이나 지도도 주목을 받아서, 2자 관계에 의한 직접적인 지도 만이 아니라 3자 관계에 의한 간접 지도도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2자 관계를 보는 제삼자의 존재를 고려한 지도이고 학교라고 하는 특성을 고려한 지도 방법입니다. 이처럼 학교 장면을 생각할 때는 다양한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교실에서 난폭하던 학생이 담임교사가 바뀌면서 차분해지기 시작했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사례에 대하여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의 만남은 그 학생의 일생을 변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사건일 경우가 있습니다.
교사의 기대가 학생을 변화시킨다.
교사가 변하면 학생도 변화한다 라는 말은 교사가 학생의 성격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는 것을 시사하는 말입니다. 이것을 증명하는 유명한 연구가 교사의 기대효과(피그말리온 효과)에 관한 연구입니다.
로젠탈과 제이콥슨(Rosenthal & Jacobson, 1968)은 미래의 지능 향상을 예측하는 검사라고 담임교사에게 설명을 하고, 실제로는 단순한 지능검사를 학생들에게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랜덤 하게 선정한 몇 명의 학생들을 ‘장래 지능이 향상될 대상으로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거짓으로 담임교사에게 설명을 하였습니다. 수개월 후 지능검사를 해 본 결과, 장래 지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해 준 학생들의 지능이 높아졌고, 특히 저학년에서는 그 경향이 현저하게 나타났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육에 관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으로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만 이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에는 재현성 등의 면에서 비판도 있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한 제일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교사로부터의 일방적인 영향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교사가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우 큽니다만 교사에게 기대를 받지 않더라도 반발심이 강해서 오히려 지능이 향상되는 학생도 있습니다. 결국, 학생은 단순하게 교사의 영향을 일방적을 받는 존재가 아닌 것입니다. 학생에의 영향은 교사와의 관계에 의해 변하는 것이고 학생이 어떻게 교사와 접하고 있는가를 포함하여 교사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상호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관점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학습지도 측면에서는 전부터 적성-처치 상호작용(Aptitude-Treatment Interaction; ATI) 이론이 있었습니다(Cronbach, 1957). 적성-처치 상호작용이란 학습자의 성격 등 개인차와 교사의 교수방법 등이 상호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관점은 학습자에 있어서 적절한 교사의 교수방법이라는 것은 학습자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성격이 바람직하다든지 어떤 교수방법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조합에 따라 효과가 변화하기 때문에 상호적으로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 이러한 적성-처치 상호작용 이론에도 비판이 있습니다. 성격이라고 하는 점에서는 개인의 성격을 타고난 것이라고 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즉, 개인의 성격이 전제이지만 개인의 성격이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 가운데 변화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논의에 Nojima(2004)는 흥미로는 결과를 제시하였습니다. 노지마의 실험에서는 성격은 문맥 가운데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것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성격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변화하고 발현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적응지도(adaptation guidance) 등 별도의 관점에서도 교사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학생의 부적응이라는 것은 학생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매칭(적합)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적응이라는 단어는 개인의 성격처럼 독자적이고 치료나 교정의 대상으로 간주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으며, 그에 비하여 매칭은 관계를 구성하는 어느 누군가가 나쁘다 라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현장에서는 유용할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은 실은 개인의 성격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고 부적응을 성격의 문제로 취급하는 것을 문제라고 보는 것입니다. 성격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관계를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교사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 속에서 학생의 성격은 형성되고 변화해 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생의 성격만을 따로 떼어 이해할 것이 아니라 학생의 성격이 어떻게 나타나고 고정화되고 있는가, 그 전제가 되는 교사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 담임선생님으로서 학생 때문에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그 학생의 이전 담임선생님, 같은 학년을 담당하는 다른 선생님, 그리고 선배 선생님에게 그 학생의 상황에 대하여 묻거나 조언을 듣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의 성격에 대하여 선생님들이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어 당황스러울 경우도 있습니다.
1. 학년이 바뀌면 학생도 변한다.
작년에는 소극적이고 좀처럼 급우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학생이 금년도에는 급우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한편 작년에는 밖으로만 돌던 아이가 금년도에는 교실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차이를 생각하면 학생의 성격은 같은 학급에 마음에 맞는 친구가 있는가 등 친구관계에 좌우된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습니다.
2. 교사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동일한 학생을 두고도 한 교사는 ‘활기차다’라고 하고 다른 교사는 ‘산만하다’라고 평을 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아이는 교사에 따라 ‘까분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고 ‘유머가 있다’라고 좋게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같은 시기에 동일한 학생인데도 교사에 따라 성격의 해석이 달라지는 것은 종종 있습니다. 그리하여 교사의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지면 당연히 교사로부터 학생이 받는 평가도 달라지고 학생에 대한 지도 방식도 달라집니다. 그 결과 담임하고 있는 학생들의 성격은 담임선생님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 특히 강화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의 학생의 성격은 학급 환경과 학생의 성격을 받아들이는 교사의 관점에 크게 좌우됩니다. 결국, 학년이 바뀌고 학급과 담임이 바뀌면 학업에 활발하게 참여하지 않거나 낮은 평가를 받았던 학생이 정반대의 상황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급이 바뀐다는 것과 교사의 성격 판단이 달라진다는 것은 어떤 학생에게도 학교생활을 충실히 보내는데 중요합니다. 단, 교사는 학생의 성격을 볼 때 자신의 습관을 알고 그것을 감안하여 학급을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학급에 속한 다양한 학생들이 원만하고 충실한 학업을 해 나가는데 연결고리가 될 것입니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만이 아닙니다. 교사 앞에서는 모범생처럼 처신하는 학생이 친구들 앞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주 드문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동년배의 친구관계를 통해서도 성격을 형성해 갑니다. 특히 청년기가 되면 친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교사와의 관계보다도 친구의 영향이 강하게 된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인포멀 그룹과 그 영향
학생 사이의 관계라고 해도 어떤 특정 개인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친구 집단이라는 형태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학생들은 이 친구 집단을 학교 안에서 형성합니다. 이 친구 집단을 informal group이라고 하며 이것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한편 학급 집단은 formal group이라고 불리고 이것은 학교와 교사에 의해 의도적으로 구성된 것입니다. 학급 집단이 발달해 가는 가운데 친구 집단이라고 하는 인포멀 그룹이 형성되는 것을 보더라도 학급 집단은 포멀 그룹이면서 인포멀 그룹을 내포하게 됩니다. 이렇게 포멀 그룹과 인포멀 그룹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학교 장면의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인포멀 그룹이 포멀 그룹보다 영향력이 더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의 성격을 생각할 때 포멀 그룹에 속해 있는 인포멀 그룹인 친구 집단의 영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에게 친구 집단의 영향은 아동기보다도 청년기가 될수록 강하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친구 집단이 학생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것을 확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가까운 친구가 나쁘면 그 영향을 받아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이 되고 반대로 좋은 친구와 사귀면 그 영향을 받아 바람직한 성격이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상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생은 친구 집단의 영향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으로 친구 집단에 관여하고 스스로 성격을 형성해 나가는 경우도 있으므로 여기서도 상호적인 관계를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에 대하여, 예를 들면 Lerner(1983)는 개인과 환경의 적합 모델로서 도식화하고 있습니다. 그는 개인의 속성으로는 기질에 초점을 두고, 환경의 속성으로는 친구로부터의 요청 등에 초점을 두고 그 적합의 정도와 자존감과 유능감(competence) 등의 관련을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개인의 기질이 친구로부터의 요청과 적합할 경우는 적응적이라는 것이 명확히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 모델에서는 개인의 기질과 친구의 요청은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여 개인의 성격의 존재가 전제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개인의 성격이 형성되는가는 검토되어 있지 않습니다. 친구관계 속에서 스스로 능동적으로 친구 집단에 관여하고 스스로 성격을 형성하는 것은 非行연구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비행 연구에서는 친구관계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능동적인 비행소년’이라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견해에서는 중고등학생은 각종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비행/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고 그들 나름대로의 해석하고 판단한 결과, 스스로의 목표 달성(예, 집단 내에서의 지위의 유지와 향상)에 최적이기 때문에 비행/문제행동을 일으킨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집단 내에서 스스로의 지위를 유지하고 향상하기 위해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것입니다(Emler & Reicher, 1995).
이렇게 보면 비행청소년은 스스로 능동적으로 비행청소년으로서의 성격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비행을 심화시킴으로써 비행청소년으로서의 성격을 형성해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점차 교사와의 관계보다는 친구와의 관계가 학생에게는 중요하게 되고, 친구 집단의 문화 속에서 능동적으로 성격을 형성해 가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 있어서도 학생의 성격만을 따로 분리하여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어떻게 스스로 성격을 형성해 나가는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되고 싶은가 등도 포함하여 그 전제가 되는 학생들 사이의 상호적인 관계, 특히 친구 집단의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와의 관계, 학생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만 학교와 학급을 하나의 개성으로 간주하면 학생이 그 영향도 받고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와 학급이 바뀌면 그 학생의 성격이 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하여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학교가 가진 문화의 영향을 받아 학생의 가치관과 행동 패턴 등이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와 학급의 분위기는 학생의 성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학교와 학급의 분위기에 관한 연구로서는 학교/학급 풍토와 학교/학급의 구조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측면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학생은 학급의 분위기에 좌우되는 존재이지만 학급의 분위기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여러 연구에서 시사되는 것은 바람직한 학교에 있으면 바람직한 성격이 형성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학교에 있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이 형성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떠한 성격의 학생에게도 바람직한 학교라는 것이 있을까? 학생의 성격에 바람직한 학교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은 바뀌어 가는 건 아닐까?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 같습니다.
학생의 성격에 바람직한 학교라는 것은 변해가는 것을 아닐까? 이러한 학교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에 대하여는 개인의 욕구와 환경으로부터의 적합 가설에 의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기 결정이론(Ryan & Deci, 2000)에 의해 개인의 생득적 특성으로 생각되고 있는 3개의 심리적 욕구에 초점을 두고 개인의 욕구와 환경으로부터의 요청의 적합 가설에 관하여 검증해 본 연구가 있습니다(Okubo & Kato, 2005). 자기 결정이론에서는 자율성에의 욕구, 유능성에의 욕구, 관계성에의 욕구라고 하는 3가지 욕구는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욕구의 충족이 내재적 동기부여와 적응에 연결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개인의 욕구가 학교 환경으로부터의 요청과 일치하는 학생이 학교에 적응하는(지내기 편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 개인의 욕구를 아는 것만이 아니라 어떠한 학교환경에 있는가도 동시에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이 연구에서는 개인의 성격만으로도 아니고 학교의 풍토만으로도 아닌 양자의 적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 결과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 학교 성격과 일치한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개인의 성격이 바람직한가? 권장되는가는 환경과의 관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학교에 있어서 바람직한 개인의 성격은 상대적인 것이고 관계 속에서 개인의 성격도 변화해 간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기 결정이론에서는 자율성에의 욕구는 생득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고 바람직한 것이며 적응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과 환경의 관계에 좌우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싶다고 하는 자율성에의 욕구가 낮은 청년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학교에서는 환경과 적합이 안되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적응 문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자율성을 요구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환경과 적합이 잘 되어 적응 문제가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자율성이 요구되지 않는 환경에서 자율성 욕구가 강할 경우 적응 문제가 나타날 것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바람직한 개인의 특징이 전제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바람직한 개인 성격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학교환경 속에서 성격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가도 포함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 학교나 학급으로부터 개인의 성격이 영향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격에 의해서도 학교와의 관계도 변화하고, 또 개인의 성격도 그에 따라 의미가 변합니다. 이 경우에도 개인의 성격만을 따로 떼어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학급과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도 포함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 장면에서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형성된 성격에 주의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 이해 방식이 무엇을 야기하고 무엇이 가능하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성격검사, 학급/학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검사 등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검사는 매우 간단하고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학교에서의 검사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어 왔지만 이런 검사의 가장 큰 문제는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성격 이해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검사는 개인 성격을 측정하여 이런 성격은 문제행동을 일으키기 쉽다고 생각한다든지, 학교/학급의 상태를 측정하여 이런 상태인 학교나 학급은 나쁜 환경이 될 것이다라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는 개인과 집단이 처해져 있는 관계로부터 분리되어 해당 개인이나 집단의 성격을 측정하는 것으로써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장면에서의 성격을 이해할 때에는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계를 고려하여 학교에서의 개인 성격을 측정했을 경우 측정된 개인 성격은 학교에 있어서 여러 관계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학교/학급 집단의 상태를 검사했을 경우 그것은 교사와 급우들과 의 관계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동일한 검사 결과라 하더라도 공격성이 높기 때문에 문제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아이는 교사와 급우와의 관계 속에서 공격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성격이 문제를 일으킨다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문제가 일어나고 성격이 드러나며 그것이 측정되어 나타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검사는 결과표에 열거된 내용의 어느 한 부분 만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런 검사 결과를 기초로 한 매뉴얼화한 학생지도로는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매뉴얼에 따른 지도가 잘 먹혀 들어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이런 검사는 성격상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기 때문에 부적응 행동이 나타난다는 결함 모델에 기초하여 성격결함을 메우기 위한 원조나 개입으로 이끌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개인 성격의 결함도 관계로부터 발생한다는 것도 고려하여 지도방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은, 학교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를 개인 성격의 문제로 간주하는 것은 어른이나 제도 측면에서는 편리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개인 성격 문제로 취급하면 그 개인의 책임이 되기 때문에 어른이나 제도 측면에서는 변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성격 취급방식은 학교현장에서 수용되기 쉽습니다. 역으로 관계 속에서 성격이 구성된다고 생각하면 학생이나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교사와 주위의 아이들, 학교와 학급을 포함한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교사의 지도방식이나 학교의 상황 등까지 다루어야 합니다.
학생의 성격 문제를 부모의 양육태도에 원인으로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잘못이라고 책임을 돌려 해석하는 것보다도 어떻게 부모나 주위와의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생산적입니다. 개인 성격의 문제로 다루어 해결된다면 그래도 좋습니다만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개인 성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성격에 대한 고려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실천이나 교육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소한의 개인 성격만을 학교현장에서 다루는 것도 가능하지만 어느 한 부분만 부각해 이해하는데 그쳐 지원이나 개입의 가능성을 좁혀 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성격에 대해 여러 가지 관점을 수용함으로써 학교에 있어서의 문제 해결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성격을 개인만의 문제로 이해하지 않고 관계 속에서 보다 확장된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확장하면 학교에서 나타나는 성격은 해당 관계에서 발현한 것이고 또 변할 수 있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지원이나 개입의 대상도 문제가 된 성격을 발현시키고 있는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학교에 있어서 지원이나 개입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입니다.
괴롭힘을 예를 들면 개인 성격을 전제로 한 경우 괴롭힘을 시키는 아이와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특유의 성격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한편 관계에서 성격이 발현된다고 보면, 우선 관계가 있고 그 관계에서 괴롭힘과 관련된 아이들의 성격이 나타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래 괴롭힘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격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상호 행위에 의해 성격이 구성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괴롭힘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습니다만 개인 성격에 한정시켜 이해하면 어떤 한 괴롭힘 가해자가 피해자로 입장이 바뀐 경우 그 아이는 두 가지 반대 성격을 가진 것이 되어 벼려 이런 변화를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또 개인 성격을 전제로 생각을 하면 괴롭힘을 개인의 문제로 다루게 되어 출석정지와 같은 대책이 실행되지만 출석정지를 한다고 해서 괴롭힘이 없어질 리가 없습니다. 괴롭힘은 집단의 병리이고 개인의 병리가 아니기 때문에 관계로부터 구성된 성격으로 다루는 것이 지원이나 개입에 효과적입니다.
무엇보다도 개인 성격을 전제로 해서 내향적이므로 괴롭힘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성격에서 원인을 찾으면 성격에 결함이 있다고 보게 되어 그 성격을 교정의 대상으로 삼게 됩니다. 그러나 관계를 전제로 하여, 괴롭힘에 의해 내향적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관계 방식을 변화시킴으로써 개인 성격도 변하기 때문에 지원이나 개입의 대상은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성격 이해의 방식에 따라 지원이나 개입 등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성격을 이해하는 것은 여러 가지 학교 문제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아 해결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문제도 관계의 문제로 관점을 바꾸면 해결 가능하다고 보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성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은 학교 장면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학교 장면에 있어서 성격이 발현하는 관계에 주목하여 여러 가지 관계에서의 성격에 대하여 검토하고 성격심리학의 학교 장면에서의 응용에 대하여 제안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교 장면에서는 성격을 이해할 때 개인의 성격을 관계 속에서 다룬다고 하는, 관계를 전제로 한 별도의 방식도 가능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 장면에는 여러 가지 관계가 있고 다양한 관점에서 성격을 이해할 수도 있으므로 어떤 관계를 중심으로 성격을 보고 있는가를 인식하여 잘 구분하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개인을 전제로 성격을 보는가, 관계를 전제로 성격을 보는가는 어느 쪽이 옳은가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를 어디에 귀착시킬 것인가 즉 학생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어른들도 책임을 질 것인가 이것이 학생의 성격에 대하여 생각해야 할 과제입니다.
[어떤 학교 상담자가 보는 성격]
학생과 상담을 할 경우 보호자나 교사로부터 학생의 정보를 수집할 때가 많다. 그때 어른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신경질적인’ ‘칠칠치 못한’ 등 그 학생의 성격을 나타내는 형용사이다. 그러나 어른들이 학생의 문제를 성격으로 이야기할 때 거기에는 ‘타고난 성격이므로 이 아이에게 일어난 문제는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속마음이 감추어져 있다.
1. 학생의 문제는 성격에 기인?
도벽이 있는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로부터 호출을 받은 부모는 ‘옛날부터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였고 성격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부모를 따로 한 사람씩 나누어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 서로에 대한 푸념/불만이었다. 부부 사이의 미해결 문제가 배경에 있고 학생의 문제는 전향적이지 않은 부부의 모습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처럼 어른의 관점에서는 ‘학생에게 어른 자신이 미치는 영향’이 누락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말을 바꾸면 어른들 자신의 문제에 직면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 학생의 문제는 환경시스템 악순환의 문제
이처럼 학생의 임상심리적 문제는 ‘성격에 기인’보다는 가정이나 학교 등 학생들을 둘러싼 ‘환경시스템의 악순환’ 일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동급생을 몰래 괴롭혔던 남자 중학생은 교사인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여 집에서는 줄곧 착한 아들인 척하고 있었다. 또 학교를 종종 늦게 가고 빠지던 여자 초등학생은 부모가 이혼을 하고 돌보아 주던 어머니가 연인의 집으로 가버렸기 때문에 방치에 가까운 상태였다. 즉 학생의 문제는 ‘아이에 대한 어른의 대응 문제’나 ‘어른들 사이의 문제’ 등이 배경에 있고 그것이 아이를 통하여 표현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원칙적으로 아이의 문제를 ‘성격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의 문제는 환경시스템의 표현이라는 것과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특성은 가변적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문제를 안이하게 성격에 돌리지 않고 ‘아이를 통해 표현되고 있는 어른의 문제’로 다루어 유효한 조력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학교 상담자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