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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Jan 07. 2022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와 성격, 애착, 정체성

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4, 5, 6 연결

이 글은 브런치 북 [대인관계를 위한 성격심리 이해하기 (brunch.co.kr)]의 글들을 챕터별로 묶은 것입니다. 3개의 글을 합쳐 놓아서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지만 글의 내용상 연결성을 감안하여 다시 정리했습니다.


[취업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기 분석을 해본 A와 B 두 사람]

 

[A는 자기 자신을 ‘생각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타입. 행동은 빠르지만 경솔한 단점도 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활동적’ ‘적극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났던 친척으로부터 ‘어릴 때부터 성급하더니 변하지 않았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라더니……’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모에게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더니 ‘어릴 때부터 가만히 기다리지 못하고 말이 빠르고,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발보다 마음이 앞서는 아이였다’라는 에피소드를 들었습니다.
 한편 B는 자기 자신을 ‘동아리의 부회장을 맡아, 회장과 다른 회원과의 중간 역할을 하고, 회원들의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상담을 해 주는 등 대인관계 면에서 조정자 역할을 주로 했다. 나는 보살피고 도와주는 것을 잘한다.’는 것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의 친구관계를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사교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중학교까지는 적극성이 없고 눈에 띄는 것을 피해왔었습니다. 부모에게 물어보아도 ‘낯가림이 심하고 집에서만 활개 치는 아이였다. 유치원 숙박체험에서는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선생님이 아이를 데려가라는 전화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릴 때의 행동특성은 A와 같이 장래의 성격을 예측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B와 같이 나이가 들고 경험에 의해 변화하는 것일까요?

 

 여기서는 신생아에서부터 청년기까지의 행동 특징의 개인차와 나이에 따른 변화를 발달의 측면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질이란 

 

 출생 직후부터 관찰 가능한 행동상의 개인차를 ‘기질(temperament)’이라는 개념으로 다루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질의 연구는 현재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어 정설로 굳어진 것은 없습니다만 (1) 발달 초기부터 나타나는 행동상의 개인차이고 (2)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지속되면 그 기간 동안은 유사한 상황에서 일관된 경향을 가지고 (3) 몸 안/밖의 여러 환경요인과 상호작용에 의해 변화하거나 안정화하고 (4) 개인의 성격 초기 특성을 형성하는 것의 4가지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Thomas와 Chess(1968)가 수행한 뉴욕종단연구(NYLS)에서, 136명의 아이들을 생후 5년간 그리고 청년기(18~24세)로 나누어 각각 추적하고, 부모 면담, 아이들 대상으로 한 테스트와 관찰, 나아가 유치원 교사에 의한 평정 등을 하여 아이들의 생득적인 특징에 대하여 연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부모를 대상으로 한 면접에서 유아의 일상 장면에서의 행동 특징을 9개의 기질 특성(활동 수준, 주기의 규칙성, 순응성, 접근/회피, 자극에 대한 역치, 반응 강도, 기분의 질, 주의력 결핍, 주의의 범위와 지속)으로 평정하였습니다. 나아가 이 9개의 기질 특성의 조합으로부터 3개의 기질 타입으로 분류하고, Easy Child: 40%, Difficult Child: 10%, Slow-to-Warm up Child: 15%, 이런 분류에 들아 가지 않는 평균적인 아이: 35% 라고 보고하였습니다.

 이 뉴욕종단연구는 기질 연구의 선구적 연구로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종단연구가 행해진 1950~1960년대 미국은 행동주의 심리학이 성행하던 시기로서 ‘출생보다는 양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부모의 관여와 양육 방식이라는 환경요인이 자녀의 행동 개인차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라고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장기간에 걸친 종단연구는 아이들의 행동에는 양육이라는, 환경과는 다른 생득적인 특징이 있다고 하는 것을 실증적으로 검증하여 이후 기질에 관한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신생아기부터 나타나는 행동의 개인차

 

 신생아기는 생후 1개월의 짧은 시기이지만 가장 급격하게 발달을 하는 시기입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라고 하더라도 자주 우는 아기도 있지만 그다지 울지 않는 아기도 있고, 손발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아기, 움직임이 적은 아기 등 행동 패턴에 차이가 있습니다. 신생아의 행동은 어떤 특징을 나타낼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앞에서 거론한 Thomas와 Chess(1968)의 연구에서는 유아기의 아이들 행동을 부모의 면접에 기초하여 평정했었기 때문에 아이의 기질이 순수하게 드러난 것이 아니라 부모의 bias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지적되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직접적으로, 나아가 생후 즉시 아이의 행동을 파악하는 방법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신생아 행동 특징을 측정하는 검사로서 미국 소아과 의사인 브레즐톤 박사가 개발한 브레즐튼 신생아 행동평가척도(Brazelton Neonatal Behavioral Assessment Scale: BNBAS, 1973)가 있습니다. 이 검사는 신생아를 개성을 가진 인격체로 다루어 신생아와 환경과의 관계를 통하여 신생아의 행동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브레즐튼 신생아 행동검사는 신생아의 다양한 행동과 신경학적 평가를 통하여 아기의 기질을 예측하고 부모에게 알맞은 양육방법을 조언하기 위하여 1973년 브레즐튼에 의해서 처음 개발되었다가 1984년에 개정 출판되었다. 이 검사에 신생아의 신경학적 발달에 대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신경학적 발달에 대한 평가보다는 환경 자극에 행동하는 신생아의 상호작용적 행동을 평가하는 데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검사에서는 생후 3일부터 생후 1개월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합니다. 검사는 18가지의 반사 검사와 27가지의 행동 관찰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측정된 행동은 6개의 특성 차원으로 분류됩니다.

(1)   Habituation: the ability of infants to lessen their response to repeated stimuli. 불쾌 자극에 쉽게 익숙해지는가

(2)   Orientation: 외부 자극에의 반응성

(3)   운동 Control

(4)   흥분성: 자극에 대한 상태 향상성, 쉽게 우는가

(5)   진정성: 흥분한 상태에서 쉽게 안정되는가

(6)   자율계의 안정성: 피부의 색, 깜짝 놀람, 떨림 등의 빈도

 

 예를 들면 작은 소음에도 바로 눈을 뜨는 아기, 빛이나 촉각 자극에 민감해서 자극이 있으면 곧 우는 아기, 울음을 참는 아기, 또 울었을 때 쉽게 그치지 않는 아기와 곧 그치는 아기, 얼마나 심하게 우는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의 시간 차이 등 이러한 6개의 특성이 얼마나 강하고 약한가를 측정하여 6 각형의 프로필을 그리고 행동 특징의 개인차를 기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필의 다양한 형태로부터 출생 직후 이미 행동 특징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종단연구에 의한 행동의 시간적 변화

 

 앞에서 태어난 직후부터 행동에는 개인차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만 그 행동 특징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일까요? 청년기나 성인기가 되어도 그 특징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유아기의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서만 변화해 가는 것일까요?

 케이건과 모스(Kagan & Moss, 1962)는 89명의 백인 아이들을 출생 시부터 성인기까지 종단적으로 조사한 Fels Institute’s longitudinal project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3세에서부터 아동기 청년기를 거쳐 성인기까지 일관되게 보이는 유일한 행동 특징은 행동 억제성(behavioral inhibition)이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3세부터의 일관성은 특히 남성에게 현저하다는 것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행동 억제성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나 낯선 장면에서 수줍어하거나 두려워하거나 겁을 내는 것과 같은 신중함을 의미합니다.

 케이건과 모스(1984,1987)는 새로운 종단연구를 통하여 이 행동 억제성에 관한 연구를 좀 더 진행하였습니다. 그들은 유아기 전기(1년 9개월~2년 7개월), 유아기 후기(5세), 아동기(7세)의 3회에 걸쳐 실험실 실험을 하여 여러 가지 색다른 상황을 부여하고 대상 아동의 행동을 관찰하고 행동 억제성의 정도를 평정하였습니다. (색다른 상황의 예: 알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다. 모르는 사람과 놀이를 한다 등) 그 결과 생후 1년 9개월의 시점과 7세의 시점에서의 행동 억제성에는 강한 관련이 인정되어 1년 9개월의 시점에서 행동 억제성이 높았던 아이는 약 4명 중 3명이 7세가 되어서도 그 경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아가 객관적 지표로서 심박수와 그 변동성, 동공확대의 정도, 침 속의 코르티솔 분비량 등 생리적 지표도 측정하였는데 행동 억제성이 높을수록 색다른 상황에서의 생리적 반응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그들은 이렇듯 행동 억제성이 높은 아이들이 교감신경계의 활동 반응성이 높고, 자극의 역치가 낮다는 것, 즉 색다른 상황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대뇌생리학적 특징에 유전적인 영향이 있음이 시사되어 최신의 기술을 동원한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앞서 언급한 Thomas와 Chess(1968)의 뉴욕 종단연구(NYLS)에서도 동일한 대상을 추적해 나가면서 기질의 연구를 계속해 나갔습니다. 그리하여 Thomas와 Chess(1986)는 출생 직후부터 나타난 기질이 나이가 들면서도 계속되는가 아닌가를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유아기에 보였던 기질은 1년 정도의 단기간에는 어느 정도 계속되지만 1세에서 5세의 유아기 후기 사이에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1세와 청년기(18~24세)의 사이에는 기질이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측정기간이 길수록 동일한 특징이 계속된다는 것은 주장하기 어렵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질의 안정성을 조사하는 연구는 1~3년 정도의 단기간에 한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의 하나는 기질을 측정하는 문제입니다. 어렸을 때와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동일한 기질이라도 표현되는 행동형태가 동일하다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 발달단계별로 측정방법이나 특정 척도가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연령에서 측정했던 것이 정말 동일한 특성을 측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재현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다 높은 신뢰성과 타당성을 가진 기질 측정방법이나 척도의 개발, 잘 짜인 연구 설계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애착 이론

 

 생후 반년만 되면 아기는 사람을 알아보게 됩니다. 항상 가까이서 자신을 돌보아 주는 양육자를 자신에게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과 구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정신분석 의사 볼비(Bowlby, 1969)는 생후 6개월 정도부터 아기에게 나타나는, 자신에게 중요한 인간과의 사이에 형성되는 정서적 연대(emotional bond)를 애착(attachment)이라 부르고 애착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Ainsworth와 동료들(1978)은 애착을 구체적으로 측정하는 방법, Strange situation procedure를 개발했습니다. 이 방법은 생후 12개월~18개월의 아이를 대상으로 한 8개의 실험장면에서 행동을 관찰하여 측정하는 것입니다.

 

 먼저 실험자가 어머니와 아이를 실험실로 안내합니다. 그다음 아래와 같은 절차로 아이의 행동을 관찰합니다.

 

(1)   실험자는 어머니에게 앉을자리를 지시하고 퇴실한다.(30초)

(2)   어머니가 실험실 내의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아이는 완구를 가지고 논다(3분).

(3)   모르는 사람이 입실한다. 어머니와 모르는 사람은 각자 의자에 앉는다(3분).

(4)   어머니는 퇴실하고, 모르는 사람이 남는다(첫 번째 모자 분리).

(5)   모르는 사람이 아이에게 다가가서 어울리기를 시도한다(3분).

(6)   어머니가 입실하고(첫 번째 모자 재회), 모르는 사람이 퇴실한다(3분).

(7)   어머니가 퇴실하고(두 번째 모자 분리), 아이는 혼자 남겨진다(3분).

(8)   모르는 사람이 입실하고, 아이를 위로한다(3분).

(9)   어머니가 입실한다(두 번째 모자 재회).

(10) 모르는 사람이 퇴실한다(3분).

 

 아이는 실험실이라고 하는 친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2번에 걸친 양육자와의 분리와 재회, 나아가 모르는 사람의 등장 등, 스트레스를 받는 체험을 합니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아이가 어떤 반응을 하는가, 특히 양육자와의 분리 장면과 재회 장면에서 보이는 아이의 반응의 개인차를 4개의 타입으로 분류합니다(아래 인용 글 참조). 

[애착 유형 설명 인용글]
 
 1. 안정 애착(securely attached)

 아기들은 엄마가 있을 때에는 낯선 환경을 탐색하고 낯선 이를 수용하기도 하지만엄마가 나갈 때는 울거나 찾는다그러나 엄마가 돌아온 후에는 엄마를 환영하며 쉽게 진정하여 탐색과 놀이로 돌아간다중요한 것은 엄마를 안전 기지로 이용하여 낯선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탐색할  있었다는 것이다아기들은 엄마가 곁에 없어도 엄마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었고엄마가 돌아오자 엄마를 안전 기지로 삼아 다시 놀이 등의 탐색 활동을 시작했다.


회피 애착(avoidant attached)

 아기들은 엄마가 나가도 전혀 관심 없이 놀고  저항을 보이지 않으며 낯선 사람을 엄마보다 비교적   받아들여 친근하게 대한다나갔던 엄마가 다시 돌아와도 고개를 돌리거나 시선을 돌리는  무관심한 회피 행동을 보인다.


  3 
양면적 애착(ambivalent attached)

 아기들은 엄마가 곁에 있어도 낯선 상황에서는 탐색하지 않으며엄마가 나가면 몹시 고통스러워하며 막무가내로 울기 시작한다엄마가 돌아와도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하고 계속 울면서 반겨 맞이하지 않는 자세를 보이고안아 달라고 했다가 몸부림치며 내려 달라고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접근과 회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양가감정으로 보이며 엄마를 안전 기지로 인식하지 못한다.


4. 혼란(disorganized 또는 disoriented)

 이와 같이  유형으로 분류했지만같은 유형 안에서도 차이가 있으며  유형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 아기들이 있다메인과 솔로몬(Main & Solomon, 1990) 분류될  없는(unclassifiable) 아기들이 어떤 공통점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고 '혼란'(disorganized 또는 disoriented)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기들의 행동은 회피형과 양가형 특성을 같이 나타내 모순을 보인다엄마가 돌아오면 엄마가  것을 분명히 알아챘는데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엄마에게 다가가다가  화를 내고 밀치기도 하고 엄마가 돌아온 것이 이상하다는  어리둥절해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애착 [attachment] (심리학 용어사전,   2014. 4, 한국 심리학회)

  


아이와 양육자 사이에서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면 양육자를 안전 기지(secure base)로 하여 탐색 장소를 넓혀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육자 이외의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신뢰감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해 나갑니다. 

 한편 유아기에 형성된 애착이 불안정한 경우, 유아기와 아동기가 되어서도 친구 관계를 넓히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애착의 형성은 장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착의 개인차에 관하여 지금까지 중시되어 온 양육환경 만이 아니라 아이의 기질의 영향을 중시하여 이 두 요인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타당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또 최근 애착 연구는 유아기 만이 아니라 청년기, 성인기 이후를 대상으로 하여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아기에 나타난 애착 유형의 특징과 청년기 이후의 연애 등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행동 유사점을 설명하는 연구 등(Hazan & Shaver, 1987; Kirkpatric & Davis, 1994) 생애발달의 관점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동기, 사춘기의 성격발달과 부적응 행동

 

  앞에서 보아 왔듯이 유아기의 기질 특징은 아동기, 사춘기가 되어서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발달심리학이나 발달 정신병리학의 분야에서는 기질과 문제행동이나 정신질환 등의 부적응 행동과의 관련 연구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여기서는 유아기의 기질이 아동기 이후의 부적응 행동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살펴본 Thomas와 Chess(1968)가 수행한 뉴욕 종단연구(NYLS)에서는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적응이 늦된 아이(Slow-to-Warm up Child)의 3 분류 구분과 그 아이들이 그 이후 나타내는 문제행동이나 정신질환과의 관련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청년기까지 기간 동안 부적응이 발현된 것은 순한 아이: 18%, 까다로운 아이: 70%, 적응이 늦된 아이: 40%로 나타났습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유아기 때부터 까다로운 아이는 그 이후 행동상의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순한 아이에도 문제행동이 나타나지만 까다로운 아이의 30%는 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환경에 따라서 문제행동의 출현이 달라질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행동 발생 시에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상황, 부모의 양육 등 많은 요인이 유의한 관련이 있다는 것, 또 발달 초기에 동일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좋은 양육태도와 어머니의 배우자에 대한 신뢰감 등에 따라 이러한 문제행동의 발현을 억제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아기의 아이 기질과 그 이후의 부적응 행동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해석할 때는 아이의 기질이 부모의 양육태도에 미치는 영향과 부모의 양육태도가 아이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의 상호 작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발달의 양방향 상호작용 모델(transactional model of development: Sameroff & Chandler, 1975)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순한 아이는 부모가 육아에 자신감을 가지기 쉬어 한층 더 아이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더 하고, 아이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까다로운 아이에게는 부모도 돌보는 데 힘이 들기도 하고,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데 실패하기도 하여 자녀의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엄격한 양육태도가 되거나 자신의 양육태도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아이와의 관계 악화와 발달에의 악영향 등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동일한 아이 기질이라도 부모의 수용태도와 부모의 환경, 상태, 그리고 부모 자신의 성격이나 기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Thomas와 Chess도 아이의 발달은 기질 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적합(Goodness of Fit)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정체성 확립

 

 청소년기는 제2의 성징(性徵)에 따라 심신 모두 현저하게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고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성숙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아직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시기입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떻게 되고 싶은가?’ 등을 자신에게 질문을 해 가면서 진로나 직업의 선택 등을 하는 시기입니다.

 

 에릭슨(1959)은 생애발달의 관점에서 인간의 일생을 8개의 스테이지로 나누고 각 스테이지에는 체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유의 과제가 있다는 발달 단계설을 주장했습니다. 이 발달단계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기의 발달과제로 정체성(identity)의 발달에 관한 이론은 청소년기를 이해하는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체성이란 ‘자기 존재의 동일성과 독특성을 지속하고 고양시켜 나아가는 자아의 느낌(sameness & continuity)’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동일성(sameness)은 통합된 감각입니다. 그리고 연속성(continuity)은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는 시간 축 가운데 자기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입니다. 예를 들면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여 정말 자신에게 맞는 직업인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노력을 하여 교사가 되었다고 합시다. 스스로 교사로서 노력하면서 의욕과 충실감을 얻고 또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서도 존경받고 인정받거나 하면 교사로서의 작업 정체성을 가질 것입니다. 즉 자신이 스스로 통합성이 있고, 자신의 행동은 과거부터 미래로 연결되어 있다는 책임을 느끼고 나아가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인정받을 자신이 생기는 것입니다. 

  

[자아정체성의 4가지 상태]

 

 마르시아(Marcia, 1966)는 정체성의 상태를 자기 나름의 목표와 신념에 기반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Commitment와 이 Commitment에 회의를 가지거나 다른 가능성을 검토했던 경험, 즉 Crisis의 체험 유무에 따라 4개의 정체성 상태(identity status)로 구분하였습니다(사진 도표 참조).

1. 정체감 유실(遺失, identity foreclosure)

 정체감 유실(혹은 정체감 폐쇄, 정체감 상실, 정체감 유질(流質), 정체감 조기 성숙) 상태는 충분한 자아정체성의 탐색 없이 지나치게 빨리 정체성 결정을 내린 상태를 지칭한다. 이 상태의 청년들은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으면서 자신의 삶의 목표를 확립하고 몰입한다. 이들은 흔히 부모가 기대하거나 선택한 생애 과업을 대안적 가능성의 검토 없이 수용한다.

 

2. 정체감 혼미, 분산(identity diffusion)

 정체성 발달의 필요성을 대면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정체감 혼미, 분산(혹은 정체감 혼란, 정체감 혼돈)이라는 아무 형태도 없는 상태(amorphous state)로 남게 되어 탐색이나 전념을 하지 않는다. 정체감 혼미는 청년 초기에 가장 보편적이지만 이것은 정체성 탐색과정의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하며, 그대로 방치해두면 부정적 정체성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이 상태는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3. 정체감 유예(identity moratorium)

 정체감 유예 상태(혹은 일시적 정지)는 위기 상태에서 전념하지 않거나 전념 활동이 모호하지만 대안 탐색은 활발히 하는 상태이다. 삶의 목표와 가치에 대해 회의하고 대인들을 탐색하나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에 머물러 구체적인 과업에 관여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 상태에 속하는 청년들은 가장 적극적으로 정체성을 탐색한다. 유예기의 청년들은 안정감이 없으나, 많은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4. 정체감 확립(identity achievement)

 정체감 확립(identity achievement)은 네 개의 정체성 상태 중 가장 앞선 단계이다. Erikson 이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체성이 성취된 청년들은 삶의 목표, 가치, 직업, 인간관계 등에서 위기를 경험하고 대안을 탐색했으므로 확고한 개인적 정체성을 갖게 된다. 부모를 포함한 대인관계에 있어서 현실적이고 안정되어 있으며, 자아존중감이 높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높다

 

[마르시아가 정체감 확립 이론에서 주장하는 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0. 정체감 확립을 위한 역할 모델을 보여준다.  
 - 각 분야에 전념하여 성공한 예를 보여주고, 교사나 다른 어른들 또한 확고한 모델이 되어 줄 필요가 있다.
0. 다양한 가치체계와 각각의 장단점을 탐색하도록 도와준다. 
- 각 교과수업에서 등장인물을 통해 모델을 발견하거나 가치 또는 문화 등을 체험하도록 도와준다. 
0. 학생들이 자기 연령 수준에 맞는 무엇인가에 전념하도록 격려한다. 
- 대단한 것이 아닌 자신의 수준에 맞는 활동들이 중요하며, 한 가지 일에 전념하기로 하고 지키는 것은 성공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0.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다. 
- 정체감 상실이 정체감 확립보다 더 인정되는 문화권에서 오는 학생들도 있는데, 그런 학생들에게 정체감   추구를 강요하면 문화와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0. 정체감 형성의 지속적인 면을 인식한다. 
- 정체감 형성이란 일생동안 지속된다고 볼 수 있으며, 지속적인 자기 평가가 필요하다. 

  

 청소년기에 있어서 진학이나 취업이라고 하는 커다란 삶의 방식 선택은 망설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유예적인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해 가면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결정을 미루면서 정체성 혼미, 분산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에릭슨은 정체감 분산의 특징으로서 6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1) 친밀함의 문제: 소위 대인불안이 나타난다. 대인관계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고 고립되기도 한다.

(2) 시간적 전망의 혼미: 청년기가 지연되거나 연장되거나 하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시간체험’에 장애가 나타나는데 청년기에 가볍게 겪는 혼란일 수도 있고 심각할 수도 있다. 이 시간체험의 장애는 위험이 임박해 있다는 절박감과 생활 차원으로서의 시간 의식의 상실로 이루어져 있다. 청년은 어린 아기처럼 느끼기도 하고 회춘한 노인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 경우에 있는 청소년들은 '나는 더 이상 안 된다'거나 ‘죽어버리고 싶다 '는 절망감을 나타낸다.

(3) 근면함의 분산: 근로 감각의 붕괴는 주위로부터 주어진 또는 지시된 과제에 집중할 수가 없다. 한편, 무언가 한 가지에 꽂혀 다른 것은 신경도 안 쓰는 자기 파괴적인 몰입을 나타나기도 한다. 

(4) 부정적 동일성의 선택: 자기 가족이나 가까운 공동체로부터 적절하고 바람직한 것으로서 제시되어 있는 역할에 대해 경시, 증오를 갖는데,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또는 위험한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서 나타나는 경우이다. 예컨대, 폭력집단에 동일시하거나 그 역할에 기초를 둔 정체성—즉, 부정적 정체성—을 선택한다. 흔히 비행청소년 가운데서 많이 발견된다.

(5) 동일성 의식의 과잉: 내적 욕구와 냉혹한 외적 욕구에 끼여 역할 실험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될 때 동일성 의식(자의식)의 과잉이 나타난다.

(6) 선택의 회피와 마비: 모든 결정적인 선택이나 자기 정의를 회피하고 언제까지나 판단을 유보하여 자유로운 선택의 위치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소위 대학생 무기력증(student apathy)이다.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정을 추적해보면 유예 상태로부터 혼미로 되돌아가거나, 정체성 확립에 도달한 사람도 갑자기 자신의 결정에 회의하며 유예나 혼미로 회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Harter, 1990a).

 정체성 탐색과 달성은 청소년기 만의 문제는 아니고 또 청년기에 한 번 달성하면 그대로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승진, 전직, 퇴직 등 여러 상황에서 새로운 모색과 재 확립을 반복하게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전 생애에 걸친 과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기까지의 발달과 성격: 마무리

 

 신생아기에서 청소년기까지의 행동특성, 개인차 내지는 나이에 따른 변화를 알아보았습니다. 기질은 본인의 행동 개인차를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주위로부터 다른 체험을 이끌어낸다 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초기부터 기질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그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합니다. 기질이 그대로 장래의 정체성을 예측하는 바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기질 영향을 받지 않는 정체성 형성도 없습니다. 유소년기의 자신의 행동 특징을 현재의 자신 행동 특징과 비교해 보면 자신의 기질 특징, 나이 듦, 경험의 축적에 따른 환경의 영향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자신의 희망 직업, 자신의 자질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때 힌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자기 이해의 깊이는 자아정체성이라고 하는 자기 존재 의미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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