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 글 17
개인차는 형제자매관계(형제자매 유무, 출생순위, 형제자매의 구조 등)에 따라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을까요?
한 아이에게 형제자매가 생긴다고 하는 것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돌보게 되는 체험이 되고, 이와 함께 부모의 애정을 나누는 체험이 됩니다. 부모와 외둥이로 구성된 3자 관계(또는 부모와 아이의 2자 관계)에 끼여 든 새로운 형제자매는 지금까지 관계해 왔던 어른과는 달리, 아이인 자신에게 맞추어 주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특히 밑의 아이가 젖먹이일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위의 아이는 그때까지는 하지 않았던 자제와 양보라고 하는 자기 통제가 요구되지만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젖먹이 때로 돌아가는 것처럼 관찰될 때도 있습니다. 또 밑의 아이에게도 손위의 아이는 연장자이면서 어른과는 달리 자신에게 맞추어 줄 수 없는 다른 사람인 것입니다. 어른과 아이의 수직적 관계에서는 손위 사람이 아랫사람의 욕구를 수용하고, 관계를 조정할 수가 있습니다. 형제자매 관계에서는 그것이 어렵고 자아와 자아가 격하게 부딪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친구관계처럼 횡적인 관계와는 달리 확고한 서열이 있어서 형도 아우도 그 입장에서는 자제와 양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제자매가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종적 같은 횡적인 관계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형제자매의 출생순위나 형제자매 구성과 성격의 관련에 대해서도 관심이 주어져 왔습니다. 가령 2인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갖고 싶은 것이라도 양보하고 마는 것은?’ ‘어머니에게 항상 응석을 부리는 것은?’ 등의 질문에 형제자매 중 누구에게 보다 들어맞는지를 평가하도록 한 결과, ‘사양하기’ ‘자제적’ 등의 장자적 성격 및 ‘살살거리기’ ‘의존적’과 같은 둘째 아이 성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지만 형제자매의 존재나 출생순위가 성격의 경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가족 내에서 맡겨진 역할(예: 맞벌이 부모로 위의 형, 언니가 동생을 돌본다)이나 사회에 널리 퍼진 가치관(예: 장남이니까 책임을 가져야 한다) 등 그 사람 개인의 고유 경험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형제자매 관계만으로 개인차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출생순위나 형제자매 구성과 성격의 관련에 관하여 일관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생순위나 형제자매 구성에 따라 아이가 부모의 양육을 어떻게 인지하는가가 다르다는 것이 밝혀져 왔고 그것이 매개가 되어 성격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양육자가 형제자매 사이를 조정하는 행위가 자녀의 갈등 해결 발달을 촉진하기 때문에 형제자매 사이의 상호작용에 양육자의 개입도 매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형제자매가 있음으로써 다른 연령과의 관계, 또래와의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다른 사람과는 공유할 수 없는 가정 문제의 공유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지만 그것들이 친구 등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형제자매관계는 자녀들에게는 일부러 획득할 필요가 없는 주어진 것이라는 점이 친구 등 다른 관계와는 크게 다른 점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형제자매가 없는 자녀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인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특히 스스로 관계를 넓히기 곤란한 발달 초기에는 중요할 것입니다.
[외동 vs. 형제자매]
과연 하나는 부족할까?, 둘이면 부족하지 않은가?, 글쎄………?
몇 년 전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출산장려 포스터를 다시 올려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형제자매의 수와 출생 순서에 대한 가설과 외둥이에 대한 사회적인 관념이 의외로 널리 퍼져있기 때문입니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외둥이냐? 다둥이냐? 또 맏이냐? 막내냐?라는 관점에서 성격을 규정하는 것보다는 그 자녀의 기질, 환경, 양육, 부모의 원가족 등 중요 요소들과의 상호 영향에 보다 더 비중을 두고 생각을 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심리학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알프레드 아들러(A. Adler, 1870~1937)는 6명 중 차남으로 태어나, 형과 사이가 나빴던 데에다 그 후 동생이 태어났고, 동생에 대해서도 질투를 했는데 얼마 후 동생은 죽었고, 아들러는 이로 인해 어린 시절을 죄책감 속에 보내야 했다고 합니다. 아들러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출생 순위와 성격의 관계에 주목하던 가운데 열등감을 특히 중요시하게 되었습니다. 가족구조와 출생순서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성격 특징을 가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출생 순서에 따른 차이에 대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출생 순서가 자녀 발달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들 간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1) 첫째 아이의 성격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커가지만 동생들이 생기면서 부모로부터 받은 100%의 애정을 빼앗기게 되기 때문에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패한다. 스스로 고립해서 적응해 나가며 다른 사람의 애정이나 인정을 얻고자 하는 욕구에 초연해서 혼자 생존해나가는 전략을 습득한다.
(2) 둘째 아이의 성격
첫째와 경쟁자 관계가 되기 쉽고 부모로부터 애정과 관심, 주목을 받기 위해 첫째와는 다른 길을 걷는 경향이 있다. 첫째와 정반대의 성격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경쟁심이 강하고 대단한 야망을 가진 성격이 되기 쉽다.
(3) 중간 아이의 성격
태어날 때 이미 형이나 누나가 있고 또 이어서 동생이 태어나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애정과 관심을 충분히 받았던 경험이 없다. 삶은 불공정하다고 확신할 수도 있으며 속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가운데 아이는 “형편없는 나”라는 태도를 가질 수 있으며 문제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갈등이 많은 가족에서는 중간 아이가 상황을 결합시키는 조정자나 평화의 사도가 될 수도 있다. 한 가족에 아이가 네 명이라면 둘째 아이는 흔히 중간 아이처럼 느낄 수 있고 셋째는 더 유순하며 더 사교적이고 첫째와 같은 태도를 가질 수 있다.
(4) 막내의 성격
부모, 형이나 누나로부터 귀여움을 받으며 자란다. 자기보다 크고 힘이 센 형이나 누나로 둘러싸여 독립심의 부족과 함께 강한 열등감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위의 형들을 능가하려는 강한 동기유발로 성공할 수 도 있다.
(5) 외동의 성격
부모의 애정과 관심, 주목을 한 몸에 받아서 응석받이로 크기 쉽다. 자신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의존심과 자기 중심성이 드러나는 성격을 갖게 되기 쉽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성격 형성에는 탄생 순서와 형제자매의 수뿐만 아니라 생육환경과 아이의 기질, 성장과정에서의 적응 태도 등이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글 18. 부부관계와 자녀의 성격]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