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18
좋은 부부관계는 자녀의 성격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자녀의 발달에 대해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보는 관점의 연구도 증가하고 부부의 관계성이 자녀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우선 좋은 부부관계에는 무엇이 영향을 미치는가를 정리해 보고, 부부의 관계성이 자녀의 성격발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1) 부부라는 관계의 특수성
혼인은 양성의 종신적 결합 또는 생애를 결혼상대와 같이 지내는 공동생활을 전제로 합니다. 즉, 생애에 걸쳐 가정이라는 생활의 장을 형성해 나간다고 하는 전제가 있는 것입니다. 특히 경제시스템의 형성이나 서로의 가족도 포함하여 새로운 가족을 형성해 나간다고 하는 의식은 연인 관계와 같은 관계에는 없는 것입니다. 또 친족을 포함한 가족 중에서 자기 자신의 의사로 가족 구성원의 선택을 할 수 있고, 가족이라는 관계성을 없앨 수 있는 것은 부부만이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법적인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부부관계는 개인과 개인의 사적인 관계라고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현대의 결혼은 대부분 연애를 기초로 성립되고 있지만 부부의 관계성은 연애관계의 연장만으로는 다룰 수 없는 것입니다.
(2) 부부의 관계성과 애착(글 14의 성인 애착 참고)
애착 이론에서는 성인기 이전의 양육자와 자녀의 애착관계는 자신과 타자에 대하여 갖고 있는 내적 작업 모델이라고 하는 개념으로서 이후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양태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Hazan과 Shaver(1987)는 연애관계와 같은 친밀한 2자 관계와 유아기의 애착관계에 관한 행동 패턴이 비슷하다는 것에 주목하여 성인의 애착으로 다루어 왔습니다.
내적 작업 모델에는 자신이 타자에게 어느 정도 수용되는 존재인가를 나타내는 ‘자기 모델’과 타자는 자신의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해 주는 존재인가를 나타내는 ‘타자 모델’이 있습니다. 이 2가지 모델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에 따라 4개의 유형으로 분류됩니다(글 13. 연인관계와 성격, 참고).
예를 들면 연인 간의 갈등 장면을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의 애착 유형이 모두 안정형인 경우에 보다 건설적인 갈등 대처를 한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고, 또 한쪽이 안정형인 경우, 두 사람이 그 외 불안정형인 경우보다도 갈등 해결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안정형인 경우에도 특히 자기 모델이 부정적, 즉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관계 악화의 불안을 가진 유형은 갈등 상황을 오히려 심각하게 만든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Campell et al., 2005). 남녀 차이에 대해서는 부부갈등의 경우, 부인보다도 남편의 애착 안정성에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Kodak & Hazan, 1991).
(3) 부부관계와 인지특성 및 의사소통 패턴
사람은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하여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그 원인을 추구하여 합리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런 인지가 부부관계의 만족도와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Brandbury & Fincham, 1990). 그래서 원인 귀인(Causal Attribution)에 초점을 둔 연구가 많이 수행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가 많은 부부관계에서는 배우자의 부정적 행동의 원인을 ‘안정된, 자주 있는, 내적인 것’으로 설명하고, 배우자의 행동을 의도적으로 자기중심적 동기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행동방식에 초점을 둔 연구도 많이 수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에서는 배우자 간의 언동에는 반복해서 나타나는 특정 패턴이 있고, 그런 식으로 주고받음으로써 그 부부관계의 특징이 나타난다는 것, 또 관계에 만족하고 있는 부부의 언동 패턴은 불만족인 부부와는 다르다는 전제에서 연구가 수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불화 상태의 부부에 특징적인 의사소통 패턴의 연구가 진행되어 왔는데 예를 들면 상대의 요구에 대하여 다른 한쪽이 대화를 피하려고 하는 ‘요구-회피’ 패턴이 관계 악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Gottman & Krokoff, 1989).
자녀의 개인차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성에 의해 어느 정도 설명이 될까요?
부부간의 갈등이 자녀의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부간 갈등이 자녀의 성격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습니다. 특히 내재적 및 외재적 문제행동에 미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욱 많이 연구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Katz와 Gottman(1993)의 연구에서는 부부간의 적대감과 갈등에 있어서 분노와 회피라고 하는 의사소통 패턴이 자녀의 문제행동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지만 부부간 갈등과 자녀의 발달의 직접적인 영향관계에 대해서는 일관된 결과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Erel & Burman, 1995). 부부간 갈등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빈도와 심각 정도, 내용, 결말이 직접적으로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갈등이 있어도 자녀가 그것을 어떻게 인지하는가, 그것에 의해 어떤 감정상태가 되는가, 친구 등 가정 외의 대인관계 등에 의해서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입니다(Zimet & Jacob, 2001).
예를 들면 부부갈등과 자녀의 내재적 문제행동과의 관련을 매개하는 것으로서 부부갈등에 대한 자녀 공포의 인지(예, 부모가 싸움을 하고 있으면 불안하게 된다)가 있고, 외재적 문제행동과의 관련을 매개하는 것으로서 부부갈등에 관한 자녀의 자기 비난(예, 부모의 싸움은 자기 자신 때문이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Grych et al., 2003). 즉, 부부간 갈등과 자녀발달의 관계에는 매개요인이 있다는 관점과 부부간 갈등과 다른 요인이 누적되어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관점이 타당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자녀의 인지가 관련되어 있고 거기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갈등이라는 부부관계의 부정적인 면만이 자녀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의 애정관계가 강할수록 가정의 분위기와 응집성이 높고 이것이 자녀의 우울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검토한 것처럼 가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생각할 때 부부의 관계성이 직선적으로 자녀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에는 개인을 넘어선 가족 그 자체의 지원을 염두에 두고 가족관계의 역동에 대하여 연구하는 분야인 가족 심리학의 관점에서 개인차의 발달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19. 가족시스템과 내러티브 관점에서 본 성격]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