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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Jan 12. 2022

성격의 생애발달과 노년기 적응

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08

고령기의 적응과 성격의 생애발달

 

 앞의 [글 06]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발달이라고 하면 청년기까지 만을 이야기하고 그 이후는 발달이 아니라 쇠퇴, 상실의 연속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발달을 생애에 걸친 적응과정으로 생각하여 일생 동안 계속 발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여러 가지 성격에 관한 생애발달이론 중에서 P. B. Baltes, E. H. Erikson, L. Tornstam의 관점을 알아보겠습니다 

 

 Baltes의 지혜 연구와 성격

 

 발테스는 고령기가 되어도 쇠퇴하지 않을 것 같은, 문해력(literacy)이나 인생의 여러 사건을 통찰하는 지혜(wisdom)에 주목을 하여, 이런 것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반응속도나 신체능력의 손상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혜는 성인기 이후의 발달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테마의 하나입니다. 에릭슨의 이론에서 거론된 이후로 지혜는 심리사회적 측면에 있어서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의 이상적 도달점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단 지혜를 ‘인생에서 조우하는 근본적이고 어려운 문제에 숙달된 지식’이라고 정의하여, 지식의 측면에서 실증적으로 연구한 발테스에 따르면, 지혜에 관련된 과제 성적(wisdom-related performance)은 성격의 척도 점수로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또 지능검사의 점수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서 지능의 높음이나 원만한 성격 등과는 다른, 보다 역동적인 정보처리 형태로 생각됩니다.

 

 발테스는 지혜와 관련된 인지 과제 성적과 나이 듦과의 관계를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사춘기에서 청년기 전기에 걸쳐서 연령에 따라 지혜와 관련된 과제의 성적이 향상된다는 것, 성인기 이후는 집단의 평균 수준으로서의 변화가 적게 나타나서 고령자들의 지혜가 특별히 발달한다 라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Pasupathi & Baltes, 2000). 이런 결과는 지혜에 관계된 과제 성적이 단순하게 인생 경험을 쌓는 것으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연령에 따라 지혜를 획득하는 개인과 그렇지 않은 개인이 섞여 있어서 평균 수준으로서는 젊은 성인과 고령 성인과의 차이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 Adaptive aging(적응적 노화)
 적응(適應 Adaptation)은 생물이 서식 환경에 보다 유리하도록 변화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생물학의 기본 개념이다. 적응은 생물 생존의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폴 발티즈와 마가렛 발티즈(Paul Baltes & Margret Baltes, 1990)는 생애발달에 관한 모형, 즉 ‘보상을 수반한 선택적 최적화 모형(The Model of Selective Optimization with Compensation: SOC)’을 제시하였는데, 여기에는 개인의 성공적 노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SOC 모형에서는 노화로 인한 손상과 기능 감퇴에도 불구하고 상실한 것을 보상하고 주어진 능력에 적합 한 활동을 선택하여 보유한 기술을 최적화함으로써 성공적 노화에 이를 수 있음을 설명해 주고 있다.
주) Successful Aging(성공적 노화)를 포함해서 추후 생애발달 차원에서 노화를 다룰 때 자세히 다루겠지만 여기서는 성격 관련 측면에서 간략하게 언급하기로 함.

  

 

에릭슨의 생애발달이론

 

 에릭슨은 1959년, 자아의 발달을 촉진하는 다양한 심리사회적인 과제에 착안하여 생애발달이론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자아는 개체 발생의 과제에 있어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적정하게 분화, 발달하는 과정을 8단계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인생의 각 성장단계에 전경화(前景化: foregrounding- 특정 개념을 먼저 언급하거나, 되풀이하거나, 또는 다른 주의 끌기 장치를 사용하여 주의의 초점이 되도록 만드는 것.)한 이항대립적인 인격발달상의 과제를 제시하고 과제를 완수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덕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Erikson et al., 1986).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심리적인 위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사람은 보통 이와 같이 발달한다’라는 기술적인 요약이 아니라 선행하는 세대가 후세에 대하여 생애발달의 질서를 나타내고 사회 환경에 부응한 성장의 코스를 가이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Erikson, 1980). 다음 세대의 개인은 가이드에 따라 앞을 전망하면서 성장하고 어른이 되고 노후를 맞이하는 일련의 발달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이드의 내용은 고정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의 변천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에릭슨의 부인인 J. M. Erikson은 에릭슨 사후에 완성한 보정판에서 평균수명의 연장을 감안하여 ‘제9단계’를 추가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Erikson & Erikson, 1986). 그런데 각 발달과제는 어느 시기가 되면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잠재적인 발달의 가능성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에릭슨은 발달을, 신장과 체중의 변화처럼 능력의 양적인 증감으로서 다루지 않고 새로운 과제나 경험과 같은 외적인 압박을 받는 가운데 그때까지의 심리적 사회적 프레임을 교체한다고 하는 질적인 전개(evolvement)를 수행하는 것으로 다루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년기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늙어 간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그것은 체력이나 신체기능이 쇠퇴하고 그와 함께 노화와 죽음에의 불안이며 남은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의 한가운데 있다 해도  중년기는 부모로서 자녀들을 사회에 진출시키고 자녀로서 부모를 봉양하며, 사회에서 중심 구성원으로 기능하고, 기업활동에 있어서도 관리직을 맡는 등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며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충실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로우와 칸(Rowe & Kahn, 1987)은 ‘병이나 장애가 없고, 그 위험이 적을 것’ ‘높은 신체기능과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있을 것’ ‘인생에의 적극적 관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주위 사람과 사회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고,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 이 3가지 요건을 만족시키는 노화의 모습을 Successful Aging이라고 했습니다. 그 후 현재까지 이와 유사한 모델에 기초하여 Successful Aging을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확실히 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중년기에서 고령 전기에 걸쳐있는 시기는 자신의 노화를 느끼면서도 사회적응적인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은퇴 후의 새로운 생황에 다시 적응하는 Successful Aging을 목표로 전향적인 노력이 가능한 시기입니다. 에릭슨은 이 시기의 발달과제로서 ‘통합-절망’이라는 기능 축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절망의 가능성과 통합의 달성 간의 긴장을 극복하기 위하여 ‘죽음에 다가가면서 삶 그 자체에 대하여 충분한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얽매이지 않는 관심’인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습니다(Erikson, 1997).

 

 그러나 75세를 지나 고령 후기, 초고령기에 다다르면 제8단계의 위기를 극복한 자아라 하더라도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이 요구됩니다(Erikson & Erikson, 1997). 즉 로우와 칸(Rowe & Kahn, 1987)이 말한 것 같은 Successful Aging을 지향하는 것이 가능했던 고령 전기와는 다른 부양의 필요와 신체기능의 저하, 동년배의 사망으로 고립이 심해지는 것과 같은 심리사회적으로 지나치게 가혹한 상황이 두드러지게 됩니다. 이와 같은 위기적 상황을 넘어서는 것을 제9단계라고 하고 이 단계를 거쳐 사람의 자아가 도달하는 상태를 노년 초월(gerotranscendence)라고 했습니다.

 

Tornstam의 노년 초월(Gerotranscendence, 老年超越) 이론

 

 [Tornstam의 노년 초월 이론은 Cumming과 Henry의 분리 이론(Disengagement Theory), 불교의 선(禪) 사상, Fromm의 정신 분석론, Peck의 중노년기, 노년기 발달과업 이론, Jung의 개인화 이론 등에 개념적 기초를 두고 있다(Tronstam, 2005).]

 

 노년 초월은 Tronstam(1989)에 의해 제창된, 일부의 고령자가 달성하는 단계입니다. 노년 초월은 ‘물리적으로 합리적인 세계관에서 우주적으로 초월적인 세계관으로의 메타 지식에 있어서의 이행’이라고 개념적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노년 초월을 달성한 개인은 ‘사회적 개인적 관계의 영역’ ‘자기의 영역’ ‘우주적 영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추고, 그 특징의 획득과 아울러 생활만족감을 상승시킨다고 생각됩니다.

 

 즉 첫 째, 표면적인 인간관계를 경시하고, 사회적 지위나 부에의 집착이 줄어들고, 권선징악적인 사고에서 벗어난다 라는 것과 같이 사회나 개인과의 관계가 변화합니다. 그리고 둘째, 자기 개념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구체적으로 심신 양면에서 자기에게 집착하는 일이 줄어들고 이타적인 사고로 전환됩니다. 또 인생을 총 결산하고 자아 통합성이 증가합니다. 셋째, 현재 과거 미래라고 하는 시간과 공간의 구별이 줄어들고 조상이나 인류 전체, 우주 등과의 일체감과 신비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또 죽음에 임하는 자세가 바뀌고 죽음의 공포가 없어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주적 의식의 획득이라고 일컬어집니다.

 

 이상과 같은 노년 초월의 제기에 의해 초고령기에 있어서의 성격발달에 관심이 집중되게 되고 아직 많지는 않지만 이론에 기초한 실증적 연구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노년 초월 이론을 고령기에 있어서 spirituality 발달이론과 함께 검토하는 연구나 노년 초월 측정척도를 작성하고 관련 요인을 검토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증 데이터도 미흡하고 이론적 모순도 지적되고 있어 이론의 정밀화를 위해서는 향후 보다 진전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마무리

 

 [글 7], [글 8]에서 성인기 이후 특히 고령기에 걸쳐서의 성격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하여 실증적 연구의 성과와 대표적 이론 연구의 일부를 살펴보았습니다. 고령이 되어 ‘기억력이 감퇴하여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라고 하면 상실의 측면이 강조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메모를 하거나 도구를 이용하는 등 기억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함으로써 기억력 저하를 보충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환경변화에의 적응적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상실한다고 하는 것은 무언가 획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고 이는 에릭슨이 지적한 대로 사람은 일생을 통하여 신체의 성장과 사회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새로운 능력을 획득해 나가는 것입니다. 고령기에 있어서 발달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관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나이 듦에 따른 성격의 변화는 개체 발생에 있어서 환경 적응적인 ‘여지’의 존재를 가르쳐주는 귀중한 창구입니다.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사회와 개인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연구의 진전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9. 성격과 학교생활, 교사와의 관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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