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09
[항상 담임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던 A학생, 학년이 바뀌어 담임선생님도 바뀌고 급우들도 대부분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바뀐 담임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칭찬을 듣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A군의 성격이 바뀐 것일까요?]
이러한 상황은 학교 장면에서는 드물지 않습니다. 학교 장면에서는 성격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을까요? 학생이 무언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 학생의 성격 문제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많이 축적되어 있는데 성격을 고정된 것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한편 학교에서는 교사와 급우, 자신의 학교와 학급에 따라 학생의 성격도 변화한다는 것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도 많고 그 결과, 성격은 유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양분된 성격에 대한 견해 중 어느 것이 올바른 것일까요? 왜 이처럼 정반대의 견해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이 문제에 대하여 여기서는 관계라는 측면에 주목하여 관계와 성격에 관하여 알아보고 성격심리학이 학교 장면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관계가 학교 장면에서 성격을 이해하는데 중요할까요? 또 어떤 관계가 학교에 존재하고 있을까요?
학교 장면에서의 관계
학교에서는 개별지도도 일어나지만 일반적으로 집단지도가 주가 됩니다. 따라서 여기서 성격이해는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집단 속에서의 개인이라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학생을 중심으로 생각할 경우, 학생들 사이의 관계인 교우 집단, 교사와의 관계도 포함한 학급 집단 등 여러 가지 관계가 교차하고 그런 가운데 성격을 형성해 갑니다. 예를 들면 친구와 있을 때의 성격과 교사와 있을 때의 성격은 전혀 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에서의 성격은 다양한 관계를 전제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이해하는 데는 학교에서의 문제행동을 생각하면 알기 쉽습니다.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은 성격에 무언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문제행동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교육상 지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행동’을 지칭하여 사용되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행동이라는 것은 ‘교사와 성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대로 두면 곤란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행동이 어떤 학교에서는 ‘그대로는 곤란한 행동’이 되어 문제행동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문제행동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문제행동이라는 것은 어떤 행동이 바로 문제행동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문제시하는 시선이 있고 나서 비로소 성립되는 관계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의 성격이라 하더라도 그 전제에는 관계가 있고, 문제 학생의 성격은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군이 문제행동을 해도 A군의 교사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성격, 친구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성격, 학교나 학급 내에서의 성격, 이 중에서 어디에 주목을 하는가에 따라 대응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문제행동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행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습행동에 있어서도 교사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성격, 친구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성격, 학교나 학급 내에서의 성격 중 어디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학교 장면에서는 어떤 관계에 주목하는가가 성격이해의 열쇠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다양한 관계
여기서는 학생을 중심으로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 학생 사이의 관계, 학생과 학교나 학습의 관계에 대하여 검토하지만 학교 장면에서는 여기에 더하여 교사 사이의 관계, 보호자와 교사의 관계, 지역과 학교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가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관계 속에서 개인의 성격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학생의 성격만을 끄집어내어 다루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생의 성격은 교사의 성격, 급우의 성격, 학교와 학급의 특성의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변해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학교나 학급은 사람이 아니지만 학교와 학급의 개성은 존재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성격이 뒤섞여 학생의 학교 장면에서의 성격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관계는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이고, 학생 사이의 관계는 수평적인 관계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단순하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 사이의 관계에서도 어느 한 편이 권력을 가지고 다른 학생들이 복종하는 관계인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학생 사이의 관계는 교사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양자 관계만을 주목해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3자 관계를 단위로 한 분석이나 지도도 주목을 받아서, 2자 관계에 의한 직접적인 지도 만이 아니라 3자 관계에 의한 간접 지도도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2자 관계를 보는 제삼자의 존재를 고려한 지도이고 학교라고 하는 특성을 고려한 지도 방법입니다. 이처럼 학교 장면을 생각할 때는 다양한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교실에서 난폭하던 학생이 담임교사가 바뀌면서 차분해지기 시작했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사례에 대하여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의 만남은 그 학생의 일생을 변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사건일 경우가 있습니다.
교사의 기대가 학생을 변화시킨다.
교사가 변하면 학생도 변화한다 라는 말은 교사가 학생의 성격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는 것을 시사하는 말입니다. 이것을 증명하는 유명한 연구가 교사의 기대효과(피그말리온 효과)에 관한 연구입니다.
로젠탈과 제이콥슨(Rosenthal & Jacobson, 1968)은 미래의 지능 향상을 예측하는 검사라고 담임교사에게 설명을 하고, 실제로는 단순한 지능검사를 학생들에게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랜덤 하게 선정한 몇 명의 학생들을 ‘장래 지능이 향상될 대상으로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거짓으로 담임교사에게 설명을 하였습니다. 수개월 후 지능검사를 해 본 결과, 장래 지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해 준 학생들의 지능이 높아졌고, 특히 저학년에서는 그 경향이 현저하게 나타났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육에 관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으로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만 이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에는 재현성 등의 면에서 비판도 있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한 제일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교사로부터의 일방적인 영향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교사가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우 큽니다만 교사에게 기대를 받지 않더라도 반발심이 강해서 오히려 지능이 향상되는 학생도 있습니다. 결국, 학생은 단순하게 교사의 영향을 일방적을 받는 존재가 아닌 것입니다. 학생에의 영향은 교사와의 관계에 의해 변하는 것이고 학생이 어떻게 교사와 접하고 있는가를 포함하여 교사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성-처치 상호작용(Aptitude-Treatment Interaction; ATI)과 교사와 학생의 매칭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상호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관점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학습지도 측면에서는 전부터 적성-처치 상호작용(Aptitude-Treatment Interaction; ATI) 이론이 있었습니다(Cronbach, 1957). 적성-처치 상호작용이란 학습자의 성격 등 개인차와 교사의 교수방법 등이 상호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관점은 학습자에 있어서 적절한 교사의 교수방법이라는 것은 학습자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성격이 바람직하다든지 어떤 교수방법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조합에 따라 효과가 변화하기 때문에 상호적으로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 이러한 적성-처치 상호작용 이론에도 비판이 있습니다. 성격이라고 하는 점에서는 개인의 성격을 타고난 것이라고 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즉, 개인의 성격이 전제이지만 개인의 성격이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 가운데 변화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논의에 Nojima(2004)는 흥미로는 결과를 제시하였습니다. 노지마의 실험에서는 성격은 문맥 가운데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것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성격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변화하고 발현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적응지도(adaptation guidance) 등 별도의 관점에서도 교사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학생의 부적응이라는 것은 학생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매칭(적합)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적응이라는 단어는 개인의 성격처럼 독자적이고 치료나 교정의 대상으로 간주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으며, 그에 비하여 매칭은 관계를 구성하는 어느 누군가가 나쁘다 라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현장에서는 유용할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은 실은 개인의 성격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고 부적응을 성격의 문제로 취급하는 것을 문제라고 보는 것입니다. 성격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관계를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교사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 속에서 학생의 성격은 형성되고 변화해 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생의 성격만을 따로 떼어 이해할 것이 아니라 학생의 성격이 어떻게 나타나고 고정화되고 있는가, 그 전제가 되는 교사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 입장에서 본 성격]
학교 담임선생님으로서 학생 때문에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그 학생의 이전 담임선생님, 같은 학년을 담당하는 다른 선생님, 그리고 선배 선생님에게 그 학생의 상황에 대하여 묻거나 조언을 듣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의 성격에 대하여 선생님들이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어 당황스러울 경우도 있습니다.
1. 학년이 바뀌면 학생도 변한다.
작년에는 소극적이고 좀처럼 급우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학생이 금년도에는 급우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한편 작년에는 밖으로만 돌던 아이가 금년도에는 교실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차이를 생각하면 학생의 성격은 같은 학급에 마음에 맞는 친구가 있는가 등 친구관계에 좌우된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습니다.
2. 교사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동일한 학생을 두고도 한 교사는 ‘활기차다’라고 하고 다른 교사는 ‘산만하다’라고 평을 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아이는 교사에 따라 ‘까분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고 ‘유머가 있다’라고 좋게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같은 시기에 동일한 학생인데도 교사에 따라 성격의 해석이 달라지는 것은 종종 있습니다. 그리하여 교사의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지면 당연히 교사로부터 학생이 받는 평가도 달라지고 학생에 대한 지도 방식도 달라집니다. 그 결과 담임하고 있는 학생들의 성격은 담임선생님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 특히 강화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의 학생의 성격은 학급 환경과 학생의 성격을 받아들이는 교사의 관점에 크게 좌우됩니다. 결국, 학년이 바뀌고 학급과 담임이 바뀌면 학업에 활발하게 참여하지 않거나 낮은 평가를 받았던 학생이 정반대의 상황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급이 바뀐다는 것과 교사의 성격 판단이 달라진다는 것은 어떤 학생에게도 학교생활을 충실히 보내는데 중요합니다. 단, 교사는 학생의 성격을 볼 때 자신의 습관을 알고 그것을 감안하여 학급을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학급에 속한 다양한 학생들이 원만하고 충실한 학업을 해 나가는데 연결고리가 될 것입니다.
[10. 학생들 간의 관계와 성격심리학 활용]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