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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Jan 12. 2022

학생들 간의 관계와 성격

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 글 10

학생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의 성격

 

 학교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만이 아닙니다. 교사 앞에서는 모범생처럼 처신하는 학생이 친구들 앞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주 드문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동년배의 친구관계를 통해서도 성격을 형성해 갑니다. 특히 청년기가 되면 친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교사와의 관계보다도 친구의 영향이 강하게 된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인포멀 그룹과 그 영향

 

 학생 사이의 관계라고 해도 어떤 특정 개인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친구 집단이라는 형태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학생들은 이 친구 집단을 학교 안에서 형성합니다. 이 친구 집단을 informal group이라고 하며 이것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한편 학급 집단은 formal group이라고 불리고 이것은 학교와 교사에 의해 의도적으로 구성된 것입니다. 학급 집단이 발달해 가는 가운데 친구 집단이라고 하는 인포멀 그룹이 형성되는 것을 보더라도 학급 집단은 포멀 그룹이면서 인포멀 그룹을 내포하게 됩니다. 이렇게 포멀 그룹과 인포멀 그룹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학교 장면의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인포멀 그룹이 포멀 그룹보다 영향력이 더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의 성격을 생각할 때 포멀 그룹에 속해 있는 인포멀 그룹인 친구 집단의 영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에게 친구 집단의 영향은 아동기보다도 청년기가 될수록 강하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친구 집단이 학생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것을 확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가까운 친구가 나쁘면 그 영향을 받아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이 되고 반대로 좋은 친구와 사귀면 그 영향을 받아 바람직한 성격이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상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생은 친구 집단의 영향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으로 친구 집단에 관여하고 스스로 성격을 형성해 나가는 경우도 있으므로 여기서도 상호적인 관계를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로부터의 요청과 기질의 적합에 관한 모델

 

 친구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에 대하여, 예를 들면 Lerner(1983)는 개인과 환경의 적합 모델로서 도식화하고 있습니다. 그는 개인의 속성으로는 기질에 초점을 두고, 환경의 속성으로는 친구로부터의 요청 등에 초점을 두고 그 적합의 정도와 자존감과 유능감(competence) 등의 관련을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개인의 기질이 친구로부터의 요청과 적합할 경우는 적응적이라는 것이 명확히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 모델에서는 개인의 기질과 친구의 요청은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여 개인의 성격의 존재가 전제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개인의 성격이 형성되는가는 검토되어 있지 않습니다. 


친구관계 속에서 스스로 능동적으로 친구 집단에 관여하고 스스로 성격을 형성하는 것은 非行연구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비행 연구에서는 친구관계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능동적인 비행소년’이라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견해에서는 중고등학생은 각종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비행/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고 그들 나름대로의 해석하고 판단한 결과, 스스로의 목표 달성(예, 집단 내에서의 지위의 유지와 향상)에 최적이기 때문에 비행/문제행동을 일으킨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집단 내에서 스스로의 지위를 유지하고 향상하기 위해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것입니다(Emler & Reicher, 1995).  

 이렇게 보면 비행청소년은 스스로 능동적으로 비행청소년으로서의 성격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비행을 심화시킴으로써 비행청소년으로서의 성격을 형성해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점차 교사와의 관계보다는 친구와의 관계가 학생에게는 중요하게 되고, 친구 집단의 문화 속에서 능동적으로 성격을 형성해 가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 있어서도 학생의 성격만을 따로 분리하여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어떻게 스스로 성격을 형성해 나가는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되고 싶은가 등도 포함하여 그 전제가 되는 학생들 사이의 상호적인 관계, 특히 친구 집단의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과 학교, 학급의 관계에 있어서 성격

 

 교사와의 관계, 학생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만 학교와 학급을 하나의 개성으로 간주하면 학생이 그 영향도 받고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와 학급이 바뀌면 그 학생의 성격이 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하여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학교, 학급의 분위기로서의 풍토의 영향

 

 학교가 가진 문화의 영향을 받아 학생의 가치관과 행동 패턴 등이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와 학급의 분위기는 학생의 성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학교와 학급의 분위기에 관한 연구로서는 학교/학급 풍토와 학교/학급의 구조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측면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학생은 학급의 분위기에 좌우되는 존재이지만 학급의 분위기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여러 연구에서 시사되는 것은 바람직한 학교에 있으면 바람직한 성격이 형성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학교에 있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이 형성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떠한 성격의 학생에게도 바람직한 학교라는 것이 있을까? 학생의 성격에 바람직한 학교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은 바뀌어 가는 건 아닐까?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 같습니다.

 

학교/학급과 학생의 적합에 관한 가설

 

 학생의 성격에 바람직한 학교라는 것은 변해가는 것을 아닐까? 이러한 학교와 학생의 상호적 관계에 대하여는 개인의 욕구와 환경으로부터의 적합 가설에 의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기 결정이론(Ryan & Deci, 2000)에 의해 개인의 생득적 특성으로 생각되고 있는 3개의 심리적 욕구에 초점을 두고 개인의 욕구와 환경으로부터의 요청의 적합 가설에 관하여 검증해 본 연구가 있습니다(Okubo & Kato, 2005). 자기 결정이론에서는 자율성에의 욕구, 유능성에의 욕구, 관계성에의 욕구라고 하는 3가지 욕구는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욕구의 충족이 내재적 동기부여와 적응에 연결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개인의 욕구가 학교 환경으로부터의 요청과 일치하는 학생이 학교에 적응하는(지내기 편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 개인의 욕구를 아는 것만이 아니라 어떠한 학교환경에 있는가도 동시에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이 연구에서는 개인의 성격만으로도 아니고 학교의 풍토만으로도 아닌 양자의 적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 결과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 학교 성격과 일치한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개인의 성격이 바람직한가? 권장되는가는 환경과의 관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학교에 있어서 바람직한 개인의 성격은 상대적인 것이고 관계 속에서 개인의 성격도 변화해 간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기 결정이론에서는 자율성에의 욕구는 생득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고 바람직한 것이며 적응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과 환경의 관계에 좌우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싶다고 하는 자율성에의 욕구가 낮은 청년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학교에서는 환경과 적합이 안되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적응 문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자율성을 요구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환경과 적합이 잘 되어 적응 문제가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자율성이 요구되지 않는 환경에서 자율성 욕구가 강할 경우 적응 문제가 나타날 것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바람직한 개인의 특징이 전제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바람직한 개인 성격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학교환경 속에서 성격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가도 포함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 학교나 학급으로부터 개인의 성격이 영향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격에 의해서도 학교와의 관계도 변화하고, 또 개인의 성격도 그에 따라 의미가 변합니다. 이 경우에도 개인의 성격만을 따로 떼어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학급과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도 포함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 장면에서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형성된 성격에 주의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 이해 방식이 무엇을 야기하고 무엇이 가능하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11. 학교에서의 성격심리학 활용]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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