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12
[A에게는 여러 명의 친구가 있습니다. B는 밝고 잘 생겨서 친구가 많으며 소위 인기인입니다. C는 조용하고 그다지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만 같은 프로 야구 구단의 열광적인 팬으로서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아주 즐겁습니다. D는 함께 있어도 무언가 가식적이고 진심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친구라고 해도 이처럼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과는 친구 사이인데 어떤 사람과는 친구가 아닌 것은 왜일까요? 일반적으로 친구가 많다는 것은 좋은 것일까요?]
여기서는 성격의 측면에서 친구관계를 청년기의 친구관계 특징, 대인 매력, 친구의 숫자가 가지는 의미, 이 3가지 관점에서 위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친구란 가족 이외의 자발적으로 친밀한 타자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내 일을 지원해 주는 상대방이고, 친구와 친밀하고 깊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본인의 정신건강에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합니다. 사실 친구가 많으면 수명도 길다는 놀라운 결과도 있습니다(Giles et al., 2005). 친구관계는 아주 일상적인 주제이면서 철학이나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 심리학 이외의 영역에 있어서도 많이 언급되어 왔습니다. 그것들이 모두 실증적 자료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친구관계의 특징을 잘 다루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에 의해 친구와의 친교 방식 특징이 명확해짐에 따라, 종래의 친밀하고 깊은 교류를 통해 본심을 주고받는 식의 친구관계 만이 아니라 친구와의 적극적인 교류를 거부하고 쟁점이 없는 대화만 하고 본심을 보여 주지 않는 친구관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피상적 친구관계로서 주목을 받아, 사회학과 임상현장에서도 지지를 받고 친구관계 연구의 큰 흐름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 이처럼 얕은 친구관계를 촉진하는 도구로서 휴대폰이 거론되고 양자의 관계를 검토하는 연구도 수행되어 왔습니다.
친구와의 교류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서 모든 청년이 옛날에 비하여 얕은 친구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부 연구자는 현대 친구관계의 특징을 ‘관계 회피’ ‘내면 관계’ ‘억지 관심’의 3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관계 회피적인 사람은 친구와의 소통을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자기 자신에만 머물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면 관계적인 사람은 서로의 기분을 솔직하게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친밀함을 표현하고 깊은 교류를 서로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억지 관심적인 사람은 서로의 개인적인 정보는 가급적 공유하지 않고 서로 상처를 주지 않는 지극히 표면적인 교류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친구와의 교류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4명의 친구를 보면 A의 친구 D는 관계 회피적, 억지 관심적인 친교관계를 선호하는 인물일 것입니다. A는 그 소통방식에 조금 혼란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친구관계가 아니라도 청년기에 있어서 괴롭힘에 관해서는 최근 SNS의 확산에 의해 사이버 괴롭힘(cyber-bullying)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괴롭힘은 지금까지의 대면 괴롭힘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에게는 심리적인 고통을 가하는 것입니다. SNS을 매개로 한 괴롭힘은 가령 한 사람이 행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 의해 그 정보가 복사되거나 전파되어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괴롭힘의 가해자에게는 매우 간단한 형태로 힘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대면상에서의 공격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가해자인지를 확인하기 곤란한 점도 사이버상에서 괴롭힘이 행해지는 요인일 것입니다. 이처럼 현재는 상대방에게 간단하게 상처 입힐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 있어서, 가상적 유능감처럼 상대를 자기 아래로 보는 경향이 높은 사람에게는 부정적 의사소통을 촉진하는데 더없이 좋은 조건으로 작용하여 사이버 폭력 가해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주위에 누구한테든지 인기 있고 환영받는 사람은 없습니까?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이 많고 자주 혼자서 고립되어 있는 사람은 없습니까?
인기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우리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상대에 대한 호의를 형성하는 것일까요?
대인 매력 연구의 관점을 알아보고 친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특성에 대하여 정리해 보겠습니다.
심리학에 있어서 사람의 매력에 대하여 대인 매력이라는 개념으로 연구가 되고 있습니다. 대인 매력은 감정(여러 사물이나 상상의 이미지 등 대상에 대하여 생기는 쾌/불쾌의 정도), 인지(타자에 대하여 가진 여러 지식이나 정보), 행동(타자에 대한 관찰 가능한 행동)의 세 가지 구성으로 되어 있고, 환경요인(물리적인 거리), 단순 접촉(얼굴을 마주친 빈도), 신체적 매력(얼굴이나 몸매), 유사성, 자기 개방(self-disclosure, 자신의 정보를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대인 매력을 제고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중에서 성격과 관련된 유사성에 주목해 보겠습니다.
대인 매력에 있어서 유사성에 관해서는 Byrne(1961)의 연구가 유명합니다. 그는, 사람은 자신과 태도가 다른 타자보다도 태도가 유사한 타자를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규명했습니다. 유사성은 상대와의 의사소통 가운데 생기는 긍정적 감정의 표출을 촉진한다는 것으로 나타났고(Izard, 1960), 대인 매력에 있어서 유사성의 효과는 태도나 능력, 그리고 경제적 지위에도 나타났습니다(Byrne et al., 1966). 앞에서 거론한 A와 B는 좋아하는 프로야구 구단이 같다는 태도의 유사성이 상호 호의도를 높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격에 있어서도 상대의 성격과의 유사성이 상호 매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연구해 왔습니다. 지배성과 우위성 등 여러 성격을 사용하여 친구 사이와 그냥 아는 사이를 비교하여 성격의 유사성이 어느 정도인가를 연구하였습니다(Reader & English, 1947). 그 결과 그냥 아는 사이와 비교하여 친구 사이가 성격이 유사하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성격이 유사하다는 것이 서로 상대를 호의적으로 평가하여 친밀해진다는 프로세스를 보여 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사성과 대인 매력이 반드시 관련 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일부 연구자는 동성 친구관계를 대상으로 친화 동기와 교제방식 등의 성격을 사용하여 그 유사성과 친구에 대한 매력의 관련을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성격의 유사성이 친구에 대한 매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그다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성격의 유사성보다도 친구에 대하여 사회적 바람직성을 느끼는 것이 친구에 대한 매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성격에 관해서는 비슷하다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 매력을 높여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하는 성격은 어떤 것일까요? Anderson(1968)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격을 나타내는 555개의 형용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정직한’ ‘동정심 있는’ ‘성실한’이라는 단어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친구로서 매력이 넘치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겠지요.
반대로 친구들이 싫어하는 성격이 존재할까요?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싫어할 가능성이 있는 성격은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로 우울을 들 수 있습니다(Joiner et al., 1992). 우울은 자살과도 관련이 있고 그 중요성 때문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우울을 개인 특성으로써 뿐만 아니라 어떤 사건의 발생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도 생각되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연구가 이루어지지만 여기서는 개인 특성으로서의 우울에 초점을 맞추어 보겠습니다.
우울한 사람은 친구 사이에서 어떤 의사소통을 하고 있을까요? 우울한 사람의 특징적인 대인 행동의 하나는 안심 추구 행동(reassurance seeking, 재확인 추구)이 있습니다. 재확인 추구는 다른 사람이 진정 자기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해 주는지 어떤지를 연인이나 친구 등 중요한 타인에게 반복하여 확인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자신에게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당신은 나에게 귀중한 존재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중요할 것입니다. 원래 친구와는 자기 자신의 평가를 유지, 고양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재확인 추구는 누구에게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울한 사람은 한 번 확인한 것으로는 안심할 수 없고 몇 번이고 중요한 상대에게 재확인을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대꾸를 해주던 친구도 몇 번이고 똑같은 것을 반복하다 보면 점점 싫어하고 결과적으로 친구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Joiner 등(1992)은 종단 연구를 통해 재확인 추구 행동이 상대로부터 거절을 야기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는 동성의 짝으로 참여한 대상자를 조사한 것입니다. 제1회의 조사에서는 본인의 성격(우울, 재확인 추구, 자존감)과 친구에 대한 평가(거절의 정도) 등에 대하여 각각 답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5주 후 제2회 조사에서도 동일한 질문에 대하여 답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우울 경향이 높고 자존감이 낮아서 재확인 추구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상대로부터 거절당하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 우울 경향이 높아도 자존감이 높거나 재확인 추구 행동을 그다지 하지 않는 사람은 룸메이트로부터 거절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처럼 어떤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우울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친구로부터 배척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아가 우울에는 ‘감염 효과(우울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다른 사람도 우울해지고 마는 것)’가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있기 때문에(Giletta et al., 2011), 그 점에서도 우울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격의 유사성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그 결과는 반드시 들어맞는 것은 아닐지 모릅니다. 예를 들면, Popp 등(2008)이 12~18세 사이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단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알코올 섭취 정도와 비슷한 대상을 친구로서 선택하는 것을 나타났습니다. 비행청소년 그룹을 보아도 전원이 비슷하게 높은 공격성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좋아하는 상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글 13. 친구의 수로 본 성격과 친구관계]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