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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Jan 12. 2022

친구의 수로 본 성격과 친구관계

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13

친구의 수는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

 

 ‘모두 사이 좋게 지내라’ ‘친구를 많이 사귀어라’ 이런 이야기는 어린 시절 많이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확실히 친구가 많으면 외로움이 덜 할 것이고 곤란할 때 도움을 받을 일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친구는 많은 것이 좋을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던바의 수(Dunbar’s number)를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영국의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가 영장류에 있어서 뇌 전체의 크기에 비해서 대뇌피질이 점하는 비율과 집단의 크기와의 관련을 조사한 연구에서 주장된 것입니다. 그 주장에 의하면 어떤 개체가 다른 개체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수에는 상한이 있고 인간에게는 그 수가 150명 정도라고 하는 것입니다. 힐과 던바(Hill & Dunbar, 2003)는 매년 성탄 카드를 보내는 상대를 기록하여 개인의 친한 사람 숫자를 밝히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대략 150명 정도의 명단이 나열되었습니다.


 그럼 인터넷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가 등장하여 우리는 손쉽게 세계 속의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SNS에서도 200명 이상의 친구를 가진 사람은 일부이고 대부분은 150명 정도의 친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Dunbar, 2011). 이것은 세상 사람들과 아무리 교류를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한 사람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상한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상한을 넘는 많은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오지랖이 넓다’ ‘정말 친한 친구는 없는 것이 아닐까’ 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정말 친구의 숫자가 많은 사람도 실제 존재합니다. 친구 숫자는 조사 대상과 조사 방법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으므로 중요한 것은 150명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관계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해 가는가?’일 것입니다. 

 

 참고로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의 파트리크 린덴포스(Patrik Lindenfors) 교수팀은 2021년 5월 5일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Biology Letters에 게재한 논문에서 던바의 수(Dunbar’s number)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 연구팀은 영장류 두뇌의 신피질 양과 집단 그룹 크기 관계를 몇 가지 다른 통계법으로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추정 방법과 변수 선택에 따라 2,~3명에서 500명이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영장류 그룹의 크기는 뇌 신피질의 크기가 아닌 포식, 양육, 성적 선택 등 사회 생태학적 요소와 문화, 관행, 사회적 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영장류의 신피질의 크기에 따른 인지적 한계를 근거로 던바의 수(인간의 경우 150명)와 같은 고정된 집단 규모의 크기를 명시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친구가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의 성격

 

 ‘친구가 많은 사람이라고 들었을 때 어떤 인물을 떠 올립니까?’ ‘친구가 적은 사람이라고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의 인물을 떠 올립니까?’ 라고 질문을 하고 친구가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다 라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친구가 많은 사람의 이미지로서 ‘밝다’ ‘다정하다’ ‘배려심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등이 많이 거론되었습니다. 한편 친구가 적은 사람의 이미지로서는 ‘어두운’ ‘내향적’ ‘자기중심적’ ‘사교적이지 않은’ 등이 많이 거론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언급된 친구가 많은 사람, 적은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성격모델의 하나인 5요인 모델(Big 5) 중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글 7. 참조]

 

 5요인 모델은 특성론의 입장에서 개인의 기호, 감정, 행위의 전형적인 패턴에 기초하여 인간 이해를 시도한 방식입니다. 불안정성(N: Neuroticism), 외향성(E: Extraversion), 개방성(O: Openness to Experience, Culture, Intellect), 친화성(A: Agreeableness), 성실성(C: Conscientiousness, Will to achieve)의 5가지 요인으로 성격을 분류하였습니다. 각각의 특징으로는 외향성이 높은 사람은 사교적이고 일에 집중을 잘하고 외향성이 낮은 사람은 서먹서먹해 하고 차분합니다. 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공감성이 높고 사람을 잘 신뢰하며 친화성이 낮은 사람은 비협조적이고 적대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유능하고 자기관리를 잘하며 성실성이 낮은 사람은 충동적이고 주의가 산만한 경우가 있습니다(Nettle, 2009).


 앞의 연구와 연계해 보면 외향성과 친화성,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친구가 많을 것이고 반대로 낮은 사람은 친구가 적을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입니다.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은 소위 ‘좋은 사람’을 떠 올리게 하는 성격 특징입니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성격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친구가 많을 것이라고 인식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A의 친구인 B는 마침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인기가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글 12], [글13]을 통해 청년기의 친구관계를 성격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청년기는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임과 동시에 친구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친구와 여하히 잘 지낼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을 시기입니다. 그리고 친구관계에는 성격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감을 얻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친구가 많게 될 가능성도 있고 또 어떤 성격은 사람들이 싫어하여 별로 친구가 없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격은 좀처럼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별로 친구가 없는 사람은 앞으로도 줄곧 친구가 적을 것인가? 무언가 자신의 성격을 잘 살리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라는 고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자기자신을 잘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봅시다. 자신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친구에 대하여 어떤 행동을 쉽게 저지르는지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사람은 매일 많은 의사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 하나의 행동을 그렇게 까지 의식하지 못하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운데 친구에게 불유쾌한 생각이 들도록 했을 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함으로써 자신의 의사소통 버릇을 지각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상대와 공통점을 찾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요? 성격에 한정되지 않고 상대방과의 유사성이 높은 것이 서로 매력을 높인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 유사성은 반드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반사회적인 것은 곤란하겠지만) 가령 친구와의 교제방법이라고 해도 인기 있는 사람이 갖추고 있는 것 같은 쾌활함, 친밀함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그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이 자신에게도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으면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편안함이 친구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또 친구가 너무 많다는 것도 폐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경박한 사람’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숫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친구에게 많은 힘을 쏟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친구와의 교제에 쏟을 힘에는 한도가 있을 것이고 지속하는데 따르는 고통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친구가 적다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고, 친구가 적다고 해서 자신이 원하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친구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마음 속 깊이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글 14. 연인관계와 성격]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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