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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Jan 12. 2022

연인관계와 성격, 성인 애착

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14

시작하면서

 

 [A와 B는 사귄 지 6개월이 됩니다. A는 B가 자신을 어느 정도 사랑하는지 불안하여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자기, 나를 사랑해?’. B는 ‘그럼, 물론이지’라고 대답합니다. 그럼 또 A가 반복해서 묻습니다. ‘어느 정도?’. B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이 세상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있어’. A는 미소를 지으며 요구합니다. ‘그럼 ‘사랑한다’라고 매일 100번 말해 줄래?’. B는 ‘엥! 100번’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A는 인상을 찌푸리며 ‘왜 귀찮은 모양이지? 역시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먼!’라고 합니다. B는 조금 지겹다는 듯이 ‘그래 그래 알았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A는 시비조로 ‘뭐야,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나를 좀 더 소중하게 대해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B는 한숨을 쉽니다.]

  

 친밀한 관계(그중에서도 여기서는 주로 연인관계)는 인생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친밀한 타자의 존재는 건강과 행복의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Feeney, 2004). 그러나 실제는 연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A가 ‘B에게 좀 더 사랑받고 싶다’라고 생각할수록 B는 오히려 거리를 두려고 할지 모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이 수수께끼는 성격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여기서는 어떤 성격이 친밀한 관계의 형성, 악화,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봅니다. 특히 친밀한 관계의 악화와 유지에 대하여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참고]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예언의 영향으로 인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현상이 예언대로 된 현상을 말한다. 자기실현적 예언, 자성예언이라고도 한다. 즉, 다른 사람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하려고 노력하고 결국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흔히 ‘말이 씨가 된다’고 하지만, 어떤 우연한 근거에서 어떤 한 예언이 형성되면 그 예언이 바로 예언 자체의 실현을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된다. 가령 '나는 실패자야’라고 말하면 자기가 말한 정보에 따라, 무의식적인 과정에 의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글 9의 피그말리온 효과 참조]

 

친밀한 관계(연인관계)의 형성 관련 요소: 대인 매력, 사회적 스킬, 사회적 지지

 

성격으로서의 대인 매력

 

 다른 사람에 대한 호, 불호는 대인 매력이라고 불립니다. 대인 매력의 연구에서는 성격의 역할을 두고 두 가지 가설이 대립해 왔습니다. 하나는 ‘사람은 자신과 닮은 성격을 가진 상대를 원한다’는 유사성 가설입니다. 또 하나는 ‘사람은 자신과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라는 상보성 가설입니다. 그리고 유사성은 관계를 형성하는 단계에서, 상보성은 관계를 한층 깊게 하거나 유지하는 단계에서 중요하게 된다는 설도 있습니다(Matsui, 1990). [글 12의 대인 매력 참고]

 

 그러나 한편으로 보다 중요한 것은 성격의 원만함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즉 ‘성격이 좋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말합니다. 좋은 성격의 예로서는 ‘성실’, ‘정직’ ‘친절함’ ‘배려심’ ‘이해심’ 등이 있습니다. 좋은 성격이 앞에서 이야기한 유사성이나 상보성보다도 대인 매력에 더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실제 좋은 성격은 현재의 연인에게 호의를 가지게 된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Sprecher, 1998).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일수록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쉬운 것입니다.

 

사회적 스킬

 

 그럼 어떻게 하면 ‘성격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한 번 굳어진 성격을 바꾼다는 것은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성격 좋은 사람’이 되는 하나의 수단으로써 사회적 스킬(social skill)이 있습니다. 사회적 스킬이란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능력과 기술입니다. 사회적 스킬은 말하는(부호화) 스킬과 듣는(독해) 스킬로 나누어집니다. 즉 사회적 스킬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을 전달함과 동시에 상대의 기분이나 생각을 적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스킬이 부족한 사람은 대인불안, 고독감, 우울과 같은 문제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스킬은 의사소통의 유능함을 나타내는 개인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스킬에는 일상생활 가운데 획득하거나 향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적 스킬이 낮은 사람이 침울해하는 이성의 친구를 보고도 못 본 것처럼 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은 나중에 그 이성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하게 되거나 그 상황을 보고 있었던 다른 친구로부터 비난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실패 경험을 살려 사회적 스킬이 낮은 사람은 ‘친절한’ 또는 ‘배려심이 있는’ 행동을 배우려고 하겠지요.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확 바뀌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성격 좋은 사람’이라고 주위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행위는 언제라도 몸에 익힐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Horio(1994)는 친밀한 관계에 있어서의 사회적 스킬(연애 스킬)에 대하여 연구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남녀가 서로 다른 연애 스킬을 필요로 한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많은 연애 스킬을 동시에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며, 정열적, 도전적으로 처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상대의 기호에 맞추어 몸차림에도 신경을 쓰고 대범함도 과시하는 등 복잡한 처신이 요구됩니다. 한편 여성은 적극성과 도전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등 비슷한 처신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남성은 여성보다도 성격이 좋게 보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 지지 social support ] 
대인관계를 통해 개인의 정서나 행동에 유리한 결과를 갖도록 정보 조언, 구체적인 원조를 포괄한 개념으로 신체적·정서적인 건강상의 문제, 위기 등의 적응상의 문제, 사회적 분리, 독립 등으로 야기된 무력감의 문제 등을 이해하고 해결해가기 위한 불가결한 요인이다. 사회적 지원의 근본적 체제는 가족, 친구, 이웃 등의 자연발생적으로 존재하는 지원체제, 자원봉사 집단 등의 의도적으로 형성된 지원체제, 전문기관에 배치되어 있는 전문가 등의 사회 제도화되어 있는 지원체제가 포함되지만 이것들을 어떻게 동원,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네트워크 접근방법의 추진이 시도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회적 지지 [social support] (사회복지학 사전, 2009.8.15, Blue Fish)

  

 

성인기의 애착 유형

 

애착 이론(글 5의 애착 참조)

 

 볼비(Bowlby, 1977)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자신의 애착 이론을 잘 표현했습니다. 유아기의 아이에게는 애착 대상으로서의 양육자(주로 어머니)는 수면, 식사, 배변 등 생활의 모든 면을 돌봐 주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양육자의 처신에 기초하여 아이는 내적 작업 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이라는 자신과 타자에 대한 안정된 기대, 신념을 형성합니다. 내적 작업 모델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다양한 인지,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 영향은 어린 시절부터 일생 동안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Shaver와 Hazan(1988)은 볼비의 생각에 기초하여 성인기의 애착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양육자가 유아에 있어서 애착의 대상인 것처럼 연인이나 배우자는 성인에게 애착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람은 양육자와의 관계를 연인,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재현하는 것입니다. 유아기에 형성된 내적 작업 모델이 성인기의 친밀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현재 친밀한 관계 연구에서는 성인기의 애착 이론은 아주 중요한 논제가 되고 있습니다. 

애착 이론의 특징은 어릴 때의 모자관계의 질이 그 후의 인생을 결정할지 모른다고 하는 점입니다. 나아가 이 이론에서는 내적 작업 모델이 부정적인가 어떤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양육자의 사랑을 모르고 큰 아이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부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성장해도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참고] 내적 작업 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은 생애 초기 영아와 애착 대상과의 상호작용, 영아의 행동들,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 받게 되는 피드백 등의 경험으로부터 발달하게 된다. 이는 애착과 관련된 경험, 감정, 사고를 조직하는 인지구조로서 초기 애착관계의 유형을 토대로 자아와 세상에 대해 형성되는 정신적 표상을 의미한다. 생애 초기에 주요 애착 대상과 형성한 강한 유대관계는 이후의 친밀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원형으로 작용하게 되어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기, 중년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통하여 지속된다는 것이다(Ainsworth, 1991;Bowlby, 1980).

  

성인기의 애착 유형이란

 

 내적 작업 모델에는 자기 모델과 타인 모델이 있습니다. 자기 모델은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가’라는 자신에 대한 기대와 신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타인 모델은 ‘저 사람은 나를 사랑해 주는가’라는 다른 사람에의 기대와 신념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런 내적 작업 모델이 애착 대상과 어떻게 관계하는가를 결정합니다. 이러한 애착 대상과의 관계 방식의 개인차가 애착 유형(attachment style)입니다.  

 성인기의 애착 유형은 그림과 같이 4 유형으로 분류됩니다(Bartholomew와 Horowitz, 1991). 이것은 자기 모델의 긍정-부정과 타인 모델의 긍정-부정의 조합으로 구성됩니다. I 유형(안정형)은 자신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데 어울리고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해 준다고 믿습니다. II 유형(몰두형)은 자신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데 어울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사랑해 주어야 한다고 강하게 원하는 것입니다. III유형(거부형)은 자신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데 어울리지만 다른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가라앉아 있습니다. IV 유형(공포형)은 자신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데 어울리지 않고 다른 사람도 자신을 사랑할 리가 없다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또 불안정한 애착 유형으로서 관계 불안(attachment anxiety) 및 친밀성 회피(attachment avoidance)의 2차원이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관계 불안은 자기 모델의 부정, 친밀성 회피는 타인 모델의 부정을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성인기의 애착 유형이 친밀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관계 불안과 친밀성 회피가 높은 사람은 친밀한 관계를 악화시키기 쉽습니다. Collins와 Feeney(2004)는 연애커플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먼저 성인기의 애착 유형을 친밀 관계 경험 질문지(Experiences in Close Relationships Questionnaire: ECR)를 통해 조사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각각 사회적 지지를 받는 역할과 주는 역할을 맡도록 했습니다. 지지를 받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당신은 지금부터 연설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녹화를 해서 다른 사람이 연설을 평가할 것입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지를 해 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상대방이 연설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격려해 주십시오.’는 이야기를 듣고 메모지와 필기구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지를 받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지지를 해 주는 사람이 적은 메모 내용을 보고 얼마나 격려를 받았는지 적어내도록 했습니다(실제 연설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지지를 받는 사람의 애착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공포형(관계 불안 높음, 친밀성 회피 높음)의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도 상대방의 메모 내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몰두형(관계 불안 높음, 친밀성 회피 낮음)의 사람은 상대방의 메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였습니다. 공포형은 상대의 말과 행동을 실제보다 나쁘게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관계 불안에 따른 자기 충족 예언(自己充足豫言, self-fulfilling prophecy)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Simpson & Rholes, 2004).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 대하여 부정적인 기대나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1)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아닌지 항상 불안해하며 (2) 자신 이외의 이성과 별다른 의도 없이 친밀한 대화를 하는 상대방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3) 상대방을 화나게 하거나 싫증 나게 하는 언동을 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하여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스스로 악화시켜 갑니다. 상대방으로부터 거절당하고 싶지 않다는 불안과 공포가 오히려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고 마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Kanemasa(2010)는 관계 불안에 의한 자기 충족 예언을 검증하기 위해 Pair data에 의한 설문지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강화함으로써 관계의 평가(관계의 만족감과 지속 의사)를 떨어뜨렸습니다. (2)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상대방에게도 부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함으로써 상대방이 관계의 평가를 낮추도록 하였습니다. (3) 이러한 관계 불안에 의한 자기 충족 예언은 모자관계, 연인관계, 부부관계에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애착 대상과의 관계를 스스로 악화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글 15-1. 친밀한 관계에서의 배타성의 양면성과 폭력]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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