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리탐험가 김홍채 Jan 12. 2022

친밀한 관계에 있어서 배타성의 양면성과 폭력

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15 - 1]

배타성의 양면성

 

 아래와 같은 교제방식을 취하는 연인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1) 언제든 어디서든 둘이서만 지낸다 

  (2) 둘이 같이 아는 친구들과 섞여 여럿이 지낸다. 

 얼핏 보면 (1)의 경우가 행복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교제방식을 지향한다면 그 관계는 취약하여 쉽게 깨질 수도 있습니다. 

 친밀한 관계의 특징으로서 높은 배타성이 있습니다. 배타성이라는 것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제삼자를 피하거나 차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연인과의 데이트는 친구와의 회식보다도 우선됩니다.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둘 만의 세계’를 만듦으로써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높은 배타성은 2가지 의미에서 위험합니다. 

 첫째 높은 배타성은 제삼자로부터의 사회적 지원을 저해하게 됩니다. 연인이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곤란한 일이 일어나도 연인 이외의 사람에게 상담을 하거나 조언을 듣는 것에 저항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것은 제삼자로부터의 보다 좋은 지원을 받을 기회를 빤히 보고도 놓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높은 배타성은 연인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대처행동을 저해하게 됩니다. 배타성이 높은 관계에 있는 사람은 교제기간이 긴 연인과의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대화하지 않게 됩니다. 교제기간이 긴 연인과의 관계가 깨어지면 지금까지의 코스트가 허사가 됩니다. 예를 들면 데이트에 소요된 시간, 식사와 선물에 쓴 돈, 또 함께 만들어 온 추억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교제기간이 긴 연인과의 싸움은 적절한 대처행동에 의해 해결하는 편이 이득일 것입니다.

 

 그럼 어떤 사람이 배타성이 높은 관계를 추구할까요? 그것은 성인기의 애착 유형의 관계 불안과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 특성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1)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불안을 느끼기 쉽기 때문에  (2) 상대방을 항상 자신의 곁에 주고 속박하려고 함과 동시에 (3) 제삼자가 자신들에게 관여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실제 관계 불안이 높은 사람은 연인에게 집착하여 상대방과의 폐쇄된 관계를 구축하기 쉽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연인과 ‘둘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자기 조절과 폭력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의 특징은 폭력이 일어나는 시기와 일어나지 않는 시기가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가해자 측에서 보면 가정폭력은 다음 3단계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Walker, 1979). (1) 긴장기: 가해자가 일이나 학업 등 일상생활에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다 (2) 폭발기: 가해자가 스트레스를 제어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심한 폭력을 행사한다. (3) 허니문기: 가해자가 안정을 되찾고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거나 반성의 태도를 보인다. 이처럼 허니문기가 있기 때문에 폭력의 피해자도 항상 가해자를 동정하고 용서를 하게 됩니다. 또 가정폭력은 가족이나 친구, 행정기관 등 제삼자가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것이 가정폭력의 예방과 해결은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자기 조절 능력이 낮은 사람입니다. Finkel 등(2009)은 대부분의 가해자가 관계의 악화와 붕괴 등 장기적인 시야를 갖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마는, 즉 자기 조절 실패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1년 간의 종단연구를 통하여 이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성격으로서 자기 조절 능력이 낮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도 연인에 대한 폭력 회수가 많았습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복잡한 작업을 함으로써 자기 조절 자원(자기 조절을 위한 에너지)을 일시적으로 고갈시킨 사람도 그 후 연인에 대한 폭력 경향이 높아졌습니다. 자기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은 앞뒤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그때의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가정폭력을 행사하기 쉽다고 생각됩니다.

 

 이 견해에는 가정폭력을 예방, 해결하기 위한 힌트가 들어 있습니다. 가정폭력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아무나 가리지 않고 공격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아가 어린 시절의 열악한 양육환경이나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일시적인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라고 연인이나 배우자를 앞에 두고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격으로서 자기 조절 능력을 높이는 방법을 명확히 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글 15-2. 거절 민감성, 특성 자존감, 낙관성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으로 이어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