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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Jan 12. 2022

성인기 이후 성격의 변화

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07

성격과 발달(성인기 이후)

 

 발달(development)이라는 단어의 어감상 아무래도 청년기 이후(성인기)의 인간의 변화를 발달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하다는 생각을 할 수 도 있지만 그렇다고 나이 듦(aging), 원숙함(maturing)이라는 표현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방향과 속도는 개인에 따라 다를지라도 모두 변화를 겪게 되고 그때그때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에서는 성인기 이후에도 발달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성인기 이후의 성격 특성

 

 지금까지 성격은 인지, 정서, 행동의 비교적 영속적인 패턴이라고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20~30년 간의 성격에 관한 종단연구가 진행되어, 성격 특성이 시간의 경과에도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라는 증거도 확인하였습니다. 지금은 환경 자극에 반응하여 비교적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인지, 정서, 행동을 통제하는 것으로 성격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Roberts: 2009). 여기서는 성격과 자존감(self-esteem) 등의 일관성에 관한 종단연구를 포함하여 성격의 안정적인 측면과 연령에 따른 변화 측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성격과 그 안정성

 

 종래의 발달 연구에 있어서 성격의 일관성은 개인이 집단 안에서 차지하는 ‘상대적인 위치의 안정성(rank-order consistency)’으로 정의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면 정규분포를 나타내는 특성불안의 척도점수에 있어서 고득점에 위치하는 사람은 집단 내에서 상대적으로 불안 경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하여, 그 집단 내에서의 위치가 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특성불안은 일관성이 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성격특성의 집단 내의 위치는 장기간에 걸쳐 변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성격이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인생의 긴 경로를 거치면서 변화할 여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성격의 변화는 일정한 기간이나 특정한 연령대에 있어서, 어떤 특정 성격 요소의 집단 평균이 다른 시기의 집단 평균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은 수준을 나타내는 것, 즉 ‘집단의 평균 수준 변화(mean-level change)’로 정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외향성이라는 성격특성은 대학생의 경우, 다른 연령 집단에 비하여 약간 점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의 평균 수준 변화’는 성격의 연령에 따른 발달 연구에 있어서 ‘정상적인 생물학적 에이징 변화(normative-changes)’에 의한 성격 성숙의 지표로서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반면, 성격의 연령에 따른 변화는 중년기와 고령기에 자주 경험하는 사건이나 역할의 변화에 의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성격의 안정성에 관한 ‘상대적인 위치의 안정성’과 ‘집단의 평균 수준 변화’라는 두 가지의 개념은 동일한 종단연구에서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성격의 안정성에 관한 다양한 접근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최근에는 ‘상대적 위치의 안정성’ 분석 또는 ‘집단의 평균 수준 변화’ 분석이라고 하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추가하여 ‘개인이 각종 성격특성에서 보여주는 변화 정도(individual level change’와 ‘개인의 성격특성 프로파일 형상의 변화(ipsative stability-피험자 내 안정성)’를 포함하는 4 가지 측면의 성격 안정성(traits consistency)이 포괄적을 다루어지고 있습니다(Roberts & DelVecchio, 2000).

 

성격 특성의 안정성

 

 상대적인 위치의 안정성’은 일반적으로 일정기간을 사이에 두고, 여러 번, 동일한 성격 질문지를 동일 집단에 조사하여(검사-재검사 법), 두 번의 상관계수를 계산하여 평가합니다. 1차 테스트와 2차 테스트 간의 상관계수가 높으면 집단 내의 개개인의 위치 관계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것은 ‘개개인의 성격 특성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또는 ‘개개인의 특성은 시간 경과에 따라 변한다 하더라도 그 변화 양상은 집단 내에서 일정하다’ 하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낮은 상관계수는 ‘시간 경과에 따라 개개인의 성격특성이 변화했다’ 아니면 ‘성격 특성 변화 패턴이 개인 간에 차이가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격이 변화하는지에 관한 종단 추적연구 가운데, 이처럼 ‘상대적인 위치의 안정성’을 지표로 한 선행연구는, 50세 이후에는 각종 성격특성의 일관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Roberts & DelVecchio, 2000). 아동기에는 0.4 정도였던 검사-재검사 상관계수가 30세에는 0.5를 넘어서고 50~70세에는 0.7 정도에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Trzesniewski, 2004). 또 이러한 집단 내의 상대적인 순위의 일관성은 성격 5 요인 모델(Big 5)의 하위 인자인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증 경향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고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60년간의 추적 범위 내에서는 출생 시기에 따른 생육환경(cohort) 차이가 성격특성 차이에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성격 경향이 아동기에서 성인기에 걸쳐서 직선적으로 ‘상대적인 위치의 안정성’을 증가시키고 노인기에는 변화가 없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자존감은 역 U자 곡선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Trzesniewski와 동료들이 합계 7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50건의 공개 논문 및 7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4 종류의 미국 내 대규모 연구, 이 2가지를 메타 분석한 결과, 비슷한 발달적 변화 경향이 도출되었고, 아동기에는 낮은 상관을 보이지만 사춘기, 청년기에 걸쳐서 상승하고 중년기부터 고령기에 걸쳐서는 다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지만 전체의 경향을 곡선으로 나타내 보면 아동기에서 사춘기에 걸쳐서 0.4 정도의 낮은 상관에서 0.5 정도로 상승하고, 대학시절부터 성인기 초기까지는 더욱 상관이 높아져 20대에 걸쳐서 0.6을 넘는 높은 상관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후로도 완만한 상승을 보인 다음 중년기에서 고령기에 걸쳐 낮아져 상관계수는 0.5를 밑돌게 됩니다. 이러한 역 U자형의 나이에 따른 변화는 조사 척도의 차이, 성별, 지역차 등에 의해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중년기에서 고령기에 걸쳐 왜 자존감이 집단 내에서 상대적인 순위의 일관성이 약해지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합니다. 아동기의 상관계수가 낮은 것은 조사 척도를 변경하면 개선되기 때문에 자존감 척도가 저연령 측에 대해서는 충분한 타당성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고령기의 상관계수 저하는 중년기에서 고령기에 걸쳐서 발생하는 급격한 생활의 변화와 사회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건강상태 변화도 관여되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른 해석으로서는 에릭슨(1980)이 주장한 것처럼 개개인 사이에 노화나 죽음의 수용 방식에 관한 발달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자존감의 안정성이 일관되지 않게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긴 생애 단계를 감안했을 때, 성격특성도 자존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연속성과 변화의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령에 따른 성격의 변화

 

 집단의 평균 수준을 지표로 한 성격특성의 연령에 따른 변화에 알아보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NEO-PI-R을 사용한 연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격 5 요인 모델(BIG 5)의 하위 인자는 신경증 경향, 외향성, 개방성, 친화성(조화성), 성실성의 5가지로 구성되는데 선행연구들은 각 하위 인자 별로 각기 다른 평균 수준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1)   개방성

 개방성의 연령에 따른 변화에 대한 횡단 연구 결과는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21세부터 60세까지 연령에 따라 부의 상관을 보고하는 연구도 있지만 18세부터 75세까지의 기간 동안 개방성과 연령과는 유의한 상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2)   성실성

 친화성과 마찬가지로 성실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높아지게 됩니다(Roberts et al., 2006). 복수의 횡단적 연구가 연령에 따라 성실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또 종단적 연구를 통하여 생애에 걸쳐서 성실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20대에 가장 현저하고, 30, 40, 50대에 완만히 높아진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Srivastava et al., 2003). 그러나 성실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자제심, 적합성, 좋은 인상, 강경성은 20대에서 70대에 걸쳐서 높아지는 반면, 책임감과 사회성은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Helson et al., 2002) 

 

(3)   외향성

 외향성의 연령 변화를 추적한 횡단 연구나 종단연구의 결과는 서로 모순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Roberts et al., 2006). 나이가 듦에 따라 외향성의 저하를 보고하는 것도 있지만 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 대학생 시절과 성인 전기에 외향성이 올라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처럼 모순된 결과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은 성 역할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춘기 후기에서 성인 후기에 걸쳐서 남성은 외향성이 높아지고 여성은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외향성의 다면적인 성질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외향성을 사회적인 장면에서의 우위성과 활력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Helson & Kwan, 2000). 이 두 가지의 외향성의 요소는 연령에 따라 다른 추세로 변화한다고 합니다(Roberts et al., 2006). 

 

(4)   친화성(조화성)

 친화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함께 높아진다 라는 일관된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Roberts et al., 2006). 복수의 횡단적 연구가 연령에 따라 친화성이 높아진다 라고 보고하고, 종단적 연구에서는 성인 전기, 중년기, 고령기 각각의 시기에 친화성의 증대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1세부터 60세까지의 친화성의 증대를 관찰한 연구에서는 40세까지는 정체되어 있다는 것을 보고하기도 합니다(Srivastava et al., 2003).

 

(5)   신경증 경향

 신경증 경향은 사춘기 후기부터 고령기에 걸쳐 연령과 함께 낮아진다는 것이 수 차에 걸친 대규모 횡단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Goldberg et al., 1998; McCrae et al., 1999). 그렇지만 60대까지는 부정적 감정상태가 줄어든 다음, 확실히 증가로 돌아선다는 것도 밝혀지고 있습니다(Carstensen et al., 2000). 또 종단적 연구 결과로써는 사춘기 후기, 성인 전기, 중년기에는 신경증 경향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한편 고령기에는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Roberts et al., 2006). 단, 이러한 신경증 경향의 연령 변화 추이는, 남성에 비하여 여성의 경우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령기에 있어서 일관되지 않는 연구 결과는 성 역할(gender)에 따른 차이를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존감에 관한 집단 평균 수준을 지표로 한 Aging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자존감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오랜 논의가 있었습니다(Trzesniewski et al., 2004). 9세부터 90세까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모두 3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횡단 연구- 

 자존감은 학령기, 사춘기, 성인기, 고령기라고 하는 발달단계를 따르고 있습니다(Robins et al., 2002). 즉 학령기에 아주 높은 수치가 사춘기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낮아지고 성인기 전기부터 중기에 걸쳐 다시 점진적으로 상승하며 성인기 후기부터 고령기에 걸쳐서 다시 낮아진다고 합니다. 

 

 이처럼 집단의 평균 수준을 지표로 한 성격 연구는 전 생애에 걸쳐서, 즉 중년기나 고령기에 있어서도 계속 변화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만 그 변화율은 성인 전기를 거치면서 완만해진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또 성격 특성 별로 다른 변화 패턴을 나타내기 위해 ‘일반적인 연령에 따른 변화’를 대표 항목으로 제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 집단의 평균 수준으로서의 성격특성에는 출생 시기에 따른 생육환경(코호트)의 차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 추적기간이 길면 길수록 변화가 크게 되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7-1. 성격과 수명]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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