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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Jan 12. 2022

청소년기와 정체성 문제

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06

청소년기의 정체성 확립

 

 청소년기는 제2의 성징(性徵)에 따라 심신 모두 현저하게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고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성숙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아직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시기입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떻게 되고 싶은가?’ 등을 자신에게 질문을 해 가면서 진로나 직업의 선택 등을 하는 시기입니다.

 

 에릭슨(1959)은 생애발달의 관점에서 인간의 일생을 8개의 스테이지로 나누고 각 스테이지에는 체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유의 과제가 있다는 발달 단계설을 주장했습니다. 이 발달단계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기의 발달과제로 정체성(identity)의 발달에 관한 이론은 청소년기를 이해하는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체성이란 ‘자기 존재의 동일성과 독특성을 지속하고 고양시켜 나아가는 자아의 느낌(sameness & continuity)’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동일성(sameness)은 통합된 감각입니다. 그리고 연속성(continuity)은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는 시간 축 가운데 자기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입니다. 


 예를 들면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여 정말 자신에게 맞는 직업인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노력을 하여 교사가 되었다고 합시다. 스스로 교사로서 노력하면서 의욕과 충실감을 얻고 또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서도 존경받고 인정받거나 하면 교사로서의 작업 정체성을 가질 것입니다. 즉 자신이 스스로 통합성이 있고, 자신의 행동은 과거부터 미래로 연결되어 있다는 책임을 느끼고 나아가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인정받을 자신이 생기는 것입니다.   


[자아정체성의 4가지 상태]

 

 마르시아(Marcia, 1966)는 정체성의 상태를 자기 나름의 목표와 신념에 기반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Commitment와 이 Commitment에 회의를 가지거나 다른 가능성을 검토했던 경험, 즉 Crisis의 체험 유무에 따라 4개의 정체성 상태(identity status)로 구분하였습니다(사진 도표 참조).

1. 정체감 유실(遺失, identity foreclosure)

 정체감 유실(혹은 정체감 폐쇄, 정체감 상실, 정체감 유질(流質), 정체감 조기 성숙) 상태는 충분한 자아정체성의 탐색 없이 지나치게 빨리 정체성 결정을 내린 상태를 지칭한다. 이 상태의 청년들은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으면서 자신의 삶의 목표를 확립하고 몰입한다. 이들은 흔히 부모가 기대하거나 선택한 생애 과업을 대안적 가능성의 검토 없이 수용한다.

 

2. 정체감 혼미, 분산(identity diffusion)

 정체성 발달의 필요성을 대면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정체감 혼미, 분산(혹은 정체감 혼란, 정체감 혼돈)이라는 아무 형태도 없는 상태(amorphous state)로 남게 되어 탐색이나 전념을 하지 않는다. 정체감 혼미는 청년 초기에 가장 보편적이지만 아것은 정체성 탐색과정의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하며, 그대로 방치해두면 부정적 정체성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이 상태는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3. 정체감 유예(identity moratorium)

 정체감 유예 상태(혹은 일시적 정지)는 위기 상태에서 전념하지 않거나 전념 활동이 모호하지만 대안 탐색은 활발히 하는 상태이다. 삶의 목표와 가치에 대해 회의하고 대인들을 탐색하나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에 머물러 구체적인 과업에 관여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 상태에 속하는 청년들은 가장 적극적으로 정체성을 탐색한다. 유예기의 청년들은 안정감이 없으나, 많은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4. 정체감 확립(identity achievement)

 정체감 확립(identity achievement)은 네 개의 정체성 상태 중 가장 앞선 단계이다. Erikson 이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체성이 성취된 청년들은 삶의 목표, 가치, 직업, 인간관계 등에서 위기를 경험하고 대안을 탐색했으므로 확고한 개인적 정체성을 갖게 된다. 부모를 포함한 대인관계에 있어서 현실적이고 안정되어 있으며, 자아존중감이 높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높다

 

[마르시아가 정체감 확립 이론에서 주장하는 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0. 정체감 확립을 위한 역할 모델을 보여준다. 
   - 각 분야에 전념하여 성공한 예를 보여주고, 교사나 다른 어른들 또한 확고한 모델이 되어 줄 필요가 있      다.
0. 다양한 가치체계와 각각의 장단점을 탐색하도록 도와준다. 
  - 각 교과수업에서 등장인물을 통해 모델을 발견하거나 가치 또는 문화 등을 체험하도록 도와준다. 
0. 학생들이 자기 연령 수준에 맞는 무엇인가에 전념하도록 격려한다. 
  - 대단한 것이 아닌 자신의 수준에 맞는 활동들이 중요하며, 한 가지 일에 전념하기로 하고 지키는 것은       성공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0.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다. 
  - 정체감 상실이 정체감 확립보다 더 인정되는 문화권에서 오는 학생들도 있는데, 그런 학생들에게 정체       감 추구를 강요하면 문화와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0. 정체감 형성의 지속적인 면을 인식한다. 
  - 정체감 형성이란 일생동안 지속된다고 볼 수 있으며, 지속적인 자기 평가가 필요하다.   

 청소년기에 있어서 진학이나 취업이라고 하는 커다란 삶의 방식 선택은 망설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유예적인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해 가면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결정을 미루면서 정체성 혼미, 분산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에릭슨은 정체감 분산의 특징으로서 6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1) 친밀함의 문제: 소위 대인불안이 나타난다. 대인관계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고 고립되기도 한다.
(2) 시간적 전망의 혼미: 청년기가 지연되거나 연장되거나 하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시간체험’에 장애가 나타나는데 청년기에 가볍게 겪는 혼란일 수도 있고 심각할 수도 있다. 이 시간체험의 장애는 위험이 임박해 있다는 절박감과 생활 차원으로서의 시간 의식의 상실로 이루어져 있다. 청년은 어린 아기처럼 느끼기도 하고 회춘한 노인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 경우에 있는 청소년들은 '나는 더 이상 안 된다'거나 ‘죽어버리고 싶다 '는 절망감을 나타낸다.
(3) 근면함의 분산: 근로 감각의 붕괴는 주위로부터 주어진 또는 지시된 과제에 집중할 수가 없다. 한편, 무언가 한 가지에 꽂혀 다른 것은 신경도 안 쓰는 자기 파괴적인 몰입을 나타나기도 한다. 
(4) 부정적 동일성의 선택: 자기 가족이나 가까운 공동체로부터 적절하고 바람직한 것으로서 제시되어 있는 역할에 대해 경시, 증오를 갖는데,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또는 위험한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서 나타나는 경우이다. 예컨대, 폭력집단에 동일시하거나 그 역할에 기초를 둔 정체성—즉, 부정적 정체성—을 선택한다. 흔히 비행청소년 가운데서 많이 발견된다.
(5) 동일성 의식의 과잉: 내적 욕구와 냉혹한 외적 욕구에 끼여 역할 실험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될 때 동일성 의식(자의식)의 과잉이 나타난다.
(6) 선택의 회피와 마비: 모든 결정적인 선택이나 자기 정의를 회피하고 언제까지나 판단을 유보하여 자유로운 선택의 위치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소위 대학생 무기력증(student apathy)이다.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정을 추적해보면 유예 상태로부터 혼미로 되돌아가거나, 정체성 확립에 도달한 사람도 갑자기 자신의 결정에 회의하며 유예나 혼미로 회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Harter, 1990a).

 정체성 탐색과 달성은 청소년기 만의 문제는 아니고 또 청년기에 한 번 달성하면 그대로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승진, 전직, 퇴직 등 여러 상황에서 새로운 모색과 재 확립을 반복하게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전 생애에 걸친 과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기까지의 발달과 성격: 마무리

 

 신생아기에서 청소년기까지의 행동특성, 개인차 내지는 나이에 따른 변화를 알아보았습니다. 기질은 본인의 행동 개인차를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주위로부터 다른 체험을 이끌어낸다 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초기부터 기질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그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합니다. 기질이 그대로 장래의 정체성을 예측하는 바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기질 영향을 받지 않는 정체성 형성도 없습니다. 유소년기의 자신의 행동 특징을 현재의 자신 행동 특징과 비교해 보면 자신의 기질 특징, 나이 듦, 경험의 축적에 따른 환경의 영향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자신의 희망 직업, 자신의 자질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때 힌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자기 이해의 깊이는 자아정체성이라고 하는 자기 존재 의미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7. 성인기 이후 성격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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